청바지 세상을 점령하다 - TBWA KOREA가 청바지를 분석하다
TBWA KOREA 지음 / 알마 / 2008년 12월
평점 :
품절


   2009년에는 긍정적인 독서를 해보리라 마음 먹었는데, 첫 장부터 기분이 언짢아졌다. 광고 시장에서 TBWA KOREA가 꽤 많은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도 알고, 그들의 크리에이티브도 인정한다. 그런데 그들은 스스로가 너무 자부심에 빠져 있다. 감각이 뛰어난 디자이너라고 하질 않나, 이 취업난에 "신입 사원"이 된 일곱 명을 찬란하다고 하질 않나. 굳이 그렇게 내세우지 않아도 실력만 있다면 인정해줄텐데, 이렇게 읽는 이의 심사를 긁어야만 하는지. 어디 한번 보자! 이 잘난 사람들이 뭉쳐 얼마나 멋진 책을 만들어 냈는지.

 청바지는 더이상 평범하고 실용적인 옷이 아니다!
   『청바지 세상을 점령하다』는 TBWA KOREA에 입사한 7명의 신입 사원들에게 던져진 과제를 책으로 펴낸 것이다. 그들에게 던져진 과제는 "청바지를 읽어라!"였다. 널리고 널린게 청바지인데, 과연 그들은 이 청바지를 어떻게 읽어냈을까?
   무언가를 읽어내려면 아무래도 그것의 만들어진 배경과 역사를 알아야 한다. 역시 가장 먼저 등장하는 것은 청바지의 역사다. 청바지는 천막을 만드는 천으로부터 시작됐고, 광부들의 작업복으로 변신하면서 널리 입혀졌다. 사람들은 이런 청바지를 가장 평범하고 실용적인 옷이라고 한다. 그러나 시대가 변하면서 청바지의 의미도 달라지기 시작했다. 제임스 딘이 담배를 입에 물고 나오자 청바지는 반항의 상징이 되었고, 브룩 쉴즈의 한마디로 섹시 아이템이 되기도 했다. 보보스족의 등장과 함께 태초의 성격과는 정반대의 청바지로 거듭나기도 했다.
   여기서 잠깐! 우리는 한가지를 잊어서는 안된다. 청바지는 미국에서 태어나 대중화 됐고 전세계적으로 퍼져나갔다. 코카콜라나 디즈니 애니메이션처럼 청바지 또한 가장 미국적인 문화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는 8ㆍ15 콜라 독립과 스크린쿼터제 사수는 외치면서 청바지는 아무런 저항없이 입곤 한다. 그것은 아마도 오랫동안 편하고 쉽게 입어왔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이마저도 많이 달라졌다. 청바지를 맵시있게 입으려면 자신의 체형에 맞는 특정 디자인의 청바지를 입어야 한다. 모델처럼 늘씬한 몸매의 소유자가 아니라면 선택할 수 있는 디자인은 한정돼 있다. 또 청바지로 인해 새로운 신분 구조가 생기기도 한다. 상표만 보고도 "오~"하는 감탄사가 튀어나오는 청바지, 누구나 입을 수 있는 청바지가 아닌 나만이 입을 수 있는 청바지, 저렴한 청바지의 몇 배나 되는 가격의 청바지가 점점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나 역시 청바지를 가장 즐겨 있지만, 청바지 속에 이렇게 많은 이야기가 숨어있을 줄은 몰랐다. 전지현이 디자인했다는 지아나진이 있었다는 것도 몰랐고, 프리미엄 진의 세계도 몰랐다. 
   『청바지 세상을 점령하다』에는 청바지에 대한 유용한 정보가 담겨있다. 그러나 그저 유용한 정보일 뿐이다. 저자가 그토록 찬란하다고 했던 눈부신 신입사원 7명의 톡톡 튀는 크리에이티브는 보이지 않는다. 이 정도는 TBWA KOREA의 신입사원이 아니더라도 충분히 할 수 있는 것들이다. 광고를 전공하는 학부생들도 한 학기에 몇 번씩 이런 과제들을 수행한다. 그들의 사수인 ECD 박웅현이 찬란한 신입사원이라고 입방정만 떨지 않았더라면 그들의 노력을 가상히 봐줄 수 있었는데 말이다. 어쨌든 그들 덕분에 정보를 수집하고 정리하는 노력은 덜었으니, 만족하련다.

09-05. 『청바지 세상을 점령하다』 2009/01/21 by 뒷북소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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