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라니, 선영아
김연수 지음 / 작가정신 / 2008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김연수 작가의 두번째 특별판 연애소설
   2,30대 여성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고 있는 완소 작가 김연수. 그러나 그의 작품들은 결코 쉽게 읽히는 책이 아니다. 모 광고를 연상시키는 제목의 『사랑이라니, 선영아』는 그를 사랑하는 독자들을 위해 펴낸 특별판이다. 그의 특별판은 지난 1997년에 펴낸 『7번 국도』에 이어 두번째로, 올해 세번째 특별판이 나올 예정이라고 한다. 

   그의 특별판에는 항상 한 여자와 두 남자가 등장한다고 한다. 이번 특별판에는 선영과 그녀를 사랑했던 진우, 친구의 연인과 결혼한 광수가 그 주인공이다. 
   진우보다 먼저 그녀를 사랑했고, 지금까지 줄곧 그녀만 사랑해왔다는 광수는 결혼식날 그녀가 들고 있는 부케 속 부러진 팔레노프시스를 보며 의혹을 키운다. 지금도 진우가 선영을 사랑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선영과 진우의 사이가 자신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깊었던 것은 아닐까? 그렇게 꿈틀대기 시작한 광수의 의혹은 질투를 등에 업고 걷잡을 수 없이 커진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광수가 혼자서 속으로 삭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술의 힘을 빌린 광수는 진우에게 단도직입적으로 묻고, 진우는 광수의 예상과는 다른 이야기를 들려준다. 알고보면 아무것도 아닌 이야기일 뿐인데, 사랑과 늘 함께 찾아오는 질투는 그 사랑을 위기로 몰아넣기도 한다.
   그러던 어느날, 지금까지 한번도 광수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하지 않은 선영이 사랑한다고 말한다.  "사랑이라니, 선영아" 광수의 입에선 이 말이 나올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은 작가의 연애관을 가볍게 풀어쓰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에게 익숙한 대중문화를 차용해 무겁지 않게 들려주고 있다. 그동안 그의 진중함 때문에 만나기를 망설였던 사람이라면 서슴없이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그의 예쁜 우리말  사랑은 여전하다. 젊은 작가이면서도 어쩜 그리 고운 우리말들을 전혀 어색하지 않게 사용할 수 있는지, 노력하는 그의 모습이 보인다. 

처음에는 두 사람이 함께 빠져들었지만, 모든 게 끝나고 나면 각자 혼자 힘으로 함께 빠져들었지만, 모든 게 끝나고 나면 각자 혼자 힘으로 빠져나와야 하는 것. 그 구지레한 과정을 통해 자신이 어떤 종류의 인간인지 뼛속 깊이 알게 되는 것. 그게 바로 사랑이다. (p.64) 

질투란 숙주가 필요한 바이러스와 비슷하다. 질투란 독립적인 감정이 아니라 사랑에 딸린 감정이다. 주전선수가 아니라 후보선수라 사랑이 갈 때까지 가서 숨을 헐떡거리면 질투가 교체선수로 투입된다. 질투가 없다면 경기는 거기서 끝나버릴지도 모른다. (p.116) 

기억이 아름다울까, 사랑이 아름다울가? 물론 기억이다. 기억이 더 오래가기 때문에 더 아름답다. 사랑은 두 사람이 필요하지만, 기억은 혼자라도 상관없다. 사랑이 지나가고 나면 우리가 덧정을 쏟을 곳은 기억뿐이다. (p.139)


2009/01/01 by 뒷북소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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