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조각들 - 타블로 소설집
타블로 지음 / 달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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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생겨난 말 가운데 '엄친아'라는 것이 있다. 얼굴도 예쁘고 공부도 잘하는, 거의 모든 것이 완벽한 사람들을 일컫는 말이다. 학창시절엔 공부도 잘했고, 가수로도 인정받고 있는 타블로가 바로 그런 엄친아가 아닐까? 
   그런 그가 이번에는 소설집을 펴냈다. 내막을 몰랐던 처음에는 상당히 뜸금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전에 가수 이적이 소설집을 펴낸 적도 있었지만, 이적은 그의 홈페이지를 통해 꾸준히 소설들을 써오지 않았던가. 오랜 유학 생활 덕분에 한국어가 서툴텐데, 에세이도 아닌 소설이라니 솔직히 걱정스러웠다. 그런데 그의 프로필을 보니 이해가 됐다. 고등학생 때는 교내 문학잡지의 편집장으로 활동했고, 대학 시절엔 창작문예를 공부했다고 한다. 아마도 이 책은 그의 또다른 꿈이었으리라. 

10대의 끄트머리와 20대의 시작 지점의 타블로가 보인다!
   시간은 연속적이지만 각각의 조각들로 나눌 수 있다. 호흡이 긴 장편이 될 수도 있지만, 각각의 단편으로 쓸 수도 있다. 이 책에 실린 열 편의 단편들은 타블로가 10대의 끄트러미(!)와 20대의 시작 지점 때 썼던 것들이라고 한다. (! 이것 봐, 이것 봐! 시작부터 한국어가 서툰 티가 난다니까. 끄트러미라는 말은 없다. 끄트머리겠지. 타블로는 그렇다 치더라도 왜 다른 사람들은 발견하지 못했을까.)
   그는 모두 픽션들이라고 했지만 자전적인 요소들이 자주 보인다. 그가 10대의 끄트러미와 20대의 시작 지점을 보내면서 어떤 고민을 안고, 어떤 생각을 하며 보냈는지가 보인다. 그즈음의 타블로는 우울해 보였고, 외로워 보였다. 뭔가에 날개가 꺽여 제대로 날지 못하는 것 같았다. 반항하고 싶었지만, 반항 한 번 제대로 해 볼 수 없는 소년이었다. 그저 책 읽기를 좋아하고 소설 쓰기를 좋아하는 소년이었다. 
  
지금은 많은 사람들의 사랑과 부러움을 한 몸에 받고 있는 스타지만, 그즈음의 타블로는 누군가의 위로가 필요한 소년이었다. 어느 누구도 그 시절의 고민만큼은 피할 수 없는가보다. 

   때론 자신이 전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표현할 수 없을만큼 아직은 서툴다. 여전히 제자리라는 자신의 말처럼, 때론 아직도 덜 성장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어리다. 아직은 서툴지만 조금씩 자신의 조각을 맞춰 나가고 있는 작가 타블로를, 어른 타블로를, 그리고 우리들을 조용히 응원해 본다. 

우리가 서로를 구해주기엔 너무 늦어버렸다. (p198) 

"인생이 고속도로라면 빨간불도 없을 텐데."
"빨간불. 신호등이 있어서 우리가 때때로 멈춰서 숨을 돌릴 수 있는 거잖아. 담배를 한 대 태울 수도 있고. 달려온 길에 대해서 그냥 한번 생각해볼 수도 있을 테고. 아마도, 정말 가정일 뿐이지만, 인생에 있어서 이런 빨간불은 좋은 걸지도 몰라."
"있잖아. 빨간불 때문에 서게 되면, 지나온 길 따윈 돌아보지 않을 거야. 그냥 더이상 멈출 일이 없었으면 좋겠어." (p266~268)


2008/12/28 by 뒷북소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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