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향해 TKO 승을 날려라!

완득이
김려령 지음 / 창비 / 2008년 3월

   2008년 한해동안 참 많은 사랑을 받은 책이었지만 쉽게 손이 가지 않았다. 표지에 떡하니 자리잡고 있는 녀석이 마음에 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분명 저 녀석이 주인공인 완득이일텐데, 복싱 선수인가? 창비에서 청소년 문학상을 받은 작품이라는데, 아무리 봐도 저 녀석은 청소년처럼 보이지 않았다. 반항기 가득한 20대쯤? 물론 청소년 문학이라고해서 주인공이 모두 어린 친구일 필요는 없겠지만, 그래도 저 녀석은 반항기가 너무 가득해 보이지 않는가.
   그래도 호평이 많은 작품이었고, 2008년 한해동안 사랑 받은 책을 뒤늦게 다음해에 읽고 싶지는 않았다. 

세상을 향해 TKO 승을 날려라!
   완득이네는 가난하다. 아버지는 난쟁이이고, 삼촌은 정신지체에다가, 어머니는 들어본 적도 없다. 아버지와 삼촌은 카바레에서 바람을 잡고 춤을 춘다. 매일 야자는 땡땡이를 치고, 친구들과도 잘 어울리지 않는 완득이는 동네 교회를 찾아가 하나님께 기도를 한다. "똥주"를 죽여달라고. 완득이가 죽이고 싶도록 싫어하는 똥주는 완득이의 담임 선생님이다. 완득이네 옆집에 사는 똥주는 기초수급대상자인 완득이네의 밥을 얻어 먹기도 하고, 한밤중에도 완득이를 불러 심부름을 시키는 위인(!)이다. 정말 선생 같지 않은 선생이다. 
   완득이는 꿈이 없다. 하고 싶은 것도 없고, 친구도 없다. 자신이 처한 상황 때문인지 도무지 세상으로 나아가려 하지 않는다. 이런 완득이를 선생 같지도 않은 선생 똥주가 세상 밖으로 내보내려 한다. 일부러 그와 티격태격하기도 하고, 스캔들(!)을 뿌려 여자친구도 만들어 준다. 그리고 그동안 잊고 지냈던 저쪽 나라의 어머니도 만나게 해준다. 그 덕분인지 완득이에게도 하고 싶은 일이 생겼다. 그것은 바로 복싱! 아버지는 운동이 아니라 싸움일 뿐이라며 반대했지만, 완득이는 시합 준비를 하며 세상과 맞짱 뜰 날을 기다린다.  

   말그대로 완득이네는 최악이다. 난쟁이 아버지, 베트남 어머니, 정신지체 장애자 삼촌. 부모 덕이라고는 절대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그렇다고 완득이가 뛰어난 재능이 있어 다른 곳으로부터 지원을 받을 상황도 아니다. 이런 완득이를 유일하게 지켜보고 이끌어 주는 사람이 바로 선생 같지 않은 선생 똥주다. 만약 똥주가 여느 선생님들과 같았더라면, "선생님이니까"하고 그냥 지나쳤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똥주는 다르다. 선생 같지는 않지만 정이 철철 넘친다. 잘못을 해도 집행유예 기간을 두고 벌을 준다. 완득이가 창피해서 받아가지 않을까봐 수급품을 받아가라고 소리친다. 이런 것들이 바로 똥주의 매력이다. 영화로 치면, 주연을 빛나게 하는 조연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부자 아버지를 둔 똥주는 약자의 편에 서서 그들을 편견의 눈으로 바라보는 사람들에 맞선다. 그의 아버지라고 해서 절대 눈감아 주지 않는다. 완득이 뿐만이 아니라 완득이네는 똥주를 통해 세상 앞으로 한걸음 한걸음 나서고 있다. 

   어느날 아버지는 완득이를 불러 이야기를 한다. 친구를 보면 그 사람을 알 수 있다고, 자신을 알고 싶으면 친구를 만들어라고 한다. 혹시 지금 혼자여서 우울하다면, 완득이라는 유쾌한 친구를 꼭 한번 만나보시길.

나도 예술이라고 생각하는데, 남들은 춤쟁이라고 하더라. 그게 세상이야! (p89)

2008/12/28 by 뒷북소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