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버트 그레이프, 그를 응원합니다!

길버트 그레이프
피터 헤지스 지음, 강수정 옮김 / 막내집게 / 2008년 10월

   우리에게 조니 뎁과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주연의 영화로 더 유명한 『길버트 그레이프』, 사실 원작소설이 있다는 것은 몰랐다. 그리고 그 유명한 영화도 보지 않아서, 조니 뎁과 디카프리오 중 누가 길버트인지도 모른채 책을 읽기 시작했다.

    이 책은 한 작은 마을에서 식품점 점원 일을 하고 있는 길버트 그레이프와 그의 가족에 대한 이야기이다. 그의 아버지는 어느날 목을 매 죽었고, 젊었을 때 미인 소리를 들었던 어머니는 그날 이후 먹기 시작해 지금은 마루가 꺼질 정도로 뚱뚱해졌다. 그의 큰 누나 에이미는 점점 어머니를 닮아가고, 여동생 엘렌은 자아도취에 빠져 자기 밖에 모르고, 남동생 어니는 열여덟번째 생일을 바라보고 있지만 지적 수준은 여섯 살에 불과하다. 어니의 생일 때마다 집으로 돌아오는 형 래리와 작은 누나 제니스는 그저 수표를 부쳐주는 것만으로도 자신들의 역할을 다했다고 생각한다.
   길버트는 답답하다. 차라리 어머니가 누워있는 마루가 점점 내려앉아 아래로 떨어졌으면, 어머니와 함께 어니도 떨어졌으면 하고 생각한다. 길버트가 도와주지 않으면 안되는 에이미와 자기 밖에 모르는 엘렌도 싫다. 하지만 길버트는 벗어날 수 없다. 그들에게는 자신이 꼭 필요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길버트는 정이 많은 청년이다. 자신이 필요하다는 걸 아는데 도망칠 수가 없다. 대형 마트가 생겨 손님이 줄어버린 식품점에서 일하고 있는 이유도 바로 그것 때문이다.
   그러던 중, 어니의 열여덟번째 생일이 돌아왔다. 어머니의 소원은 열살까지 사는 것도 다행인 어니가 열여덟살까지 사는 것이었다. 드디어 어머니의 소원이 이루어진 것이다. 어니의 생일을 맞아 온가족이 모였다. 어니는 온가족에게 어쩔 수 없는 고민이기도 하지만, 흩어져있던 가족들을 뭉치게도 만드는 존재다. 모처럼 가족들은 분위기가 좋았다. 그러나 그날 밤, 소원을 이루었기 때문인지 어머니가 죽음을 맞이한다.

   사실 이 책을 읽으면서 끝없이 나를 사로잡았던 것은 답답함이었다. 비록 상황은 다르지만, 나도 어릴적엔 내 주위를 둘러싸고 있는 환경으로부터 도망가고 싶었던 적이 있었다. 결국 도망가지는 못했고, 그때 도망가지 못했던 것을 후회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세월이 흐른 지금 다시 생각해 보면 그때 도망갔더라도 결국 내가 돌아갈 곳은 이곳이 되지 않았을까 싶다.
   길버트 그레이프는 성장기를 보내고 있는 우리 모두의 모습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나는 그를 응원한다.

2008/11/23 by 뒷북소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