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즈의 마법사 네버랜드 클래식 24
L. 프랭크 바움 지음, 윌리엄 월리스 덴슬로우 그림, 김석희 옮김 / 시공주니어 / 2005년 9월
평점 :
품절


   혹시 어릴적 읽었던 동화 가운데 어른이 되어서도 잊지 못하는 동화 있으세요? 책장 속에 꽁꽁 숨겨두고 일상에 지칠 때면 꺼내어 보는 동화는 있으세요? 물론 제게는 그런 멋진 동화가 한 편 있답니다. 회오리 바람 때문에 얼떨결에 오즈의 나라로 모험을 떠나는 도로시와 그 친구들이 바로 제가 지치고 힘들 때마다 만나는 아주 특별하고 멋진 친구들이랍니다.   

   어릴적 제가 읽은 『오즈의 마법사』는 꿈과 모험이 가득한 동화였어요. 제가 살고 있는 도시에도 한번쯤 회오리 바람이 몰아쳐 주기를 바랐죠. 비가 내린 후 맑게 개인 하늘을 보며 무지개를 찾기도 했답니다. 노래 덕분일까요? 왠지 무지개 너머엔 오즈의 나라가 있을 것만 같았거든요. 제게도 그런 멋진 모험이 기다리고 있을거라 믿었죠.

   그런데 어른이 되어 완역본으로 다시 접한 『오즈의 마법사』는 또다른 느낌으로 다가왔어요. 어릴적에는 한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었는데, 『오즈의 마법사』가 꽤 잔인한 동화라는 사실을 알게 됐죠. 공주나 요정이 등장하는 비슷비슷한 동화가 싫었던 작가 프랭크 바움은 어린이들에게 또다른 즐거움을 선사할 수 있는 이야기를 만들고 싶었다고 합니다. 그래서인지 여느 동화들과는 다른 재미가 있기는 하지만, 잔인한 면이 없지 않아요. 도로시가 타고 온 집이 못된 마녀를 깔아 죽이는 장면(p.25)과 인간 나무꾼이 양철 나무꾼이 된 사연(p.65), 겁쟁이 사자가 흉측한 짐승들을 죽이고(p.91) 나무꾼이 도끼로 내리치는 장면(p.112) 등이 바로 그것이죠. 세세하게 묘사하고 있지는 않지만 그 장면을 머리 속에서 그려보면 상당히 잔인해요.

   또, 어릴적에는 그저 모험을 동경하기만 했었는데, 지금은 또다른 것을 깨닫게 됐어요. 그것은 아무리 여행이 좋고 설레어도 집이 최고라는 사실입니다. 
   도로시는 강아지 토토 말고는 웃을 일이 거의 없었어요. 도로시에게는 따분한 풍경과 시시한 일상만이 되풀이됐죠. 그러다가 우연찮게 모험을 나선 도로시는 새로운 풍경을 접하고, 멋진 친구들도 만나게 됩니다. 못된 마녀를 죽인 덕분에 모든 사람들이 도로시를 환영하죠. 그러나 도로시는 집으로 돌아오길 간절히 원합니다. "내 진정 쉴 곳은 내 집 뿐이리"라는 노래 가사도 있듯이, 도로시에게도 가장 편한 곳은 집이었을거예요.   

   뿐만아니라 『오즈의 마법사』를 통해 여행의 진정한 의미도 되새길 수 있어요. 
   머리가 텅 비어 두뇌를 갖고픈 허수아비와 따뜻한 마음을 갖고픈 양철 나무꾼, 용기가 필요한 겁쟁이 사자는 위대한 마법사 오즈에게 그것을 얻기 위해 도로시와 함께 모험을 떠나요. 그들은 이 모험을 통해 자신들을 발견하게 돼죠. 모험에서 허수아비는 위기 때마다 지혜를 발휘했고, 사자는 용기있게 나섰습니다. 양철 나무꾼은 자신의 몸이 녹스는 것도 아랑곳하지 않고 눈물을 흘렸답니다. 사실 그들이 눈치채지 못했을 뿐이지 그들은 원하는 것을 모두 갖고 있었던거죠.

   동화책을 펼쳐 들고 있다보면 이상한 시선을 느낄 때가 종종 있어요. 동화는 어린이들만 읽어야 하나요? 우리 어른들은 '어른들을 위한 동화'만 읽어야 하나요? 절대 아니예요. 어릴적 읽었던 동화를 요약본이 아닌 완역본으로 한번 읽어보세요. 분명 어릴적에는 몰랐던 동화의 새로움을 발견할 수 있을거예요.


"너한테는 두뇌가 필요 없어. 너는 많은 일을 겪으면서 날마다 무언가를 배우고 있어. 갓난 아기는 두뇌를 가지고 있지만 아는 게 별로 없지. 지식을 가져다 주는 건 경험뿐이란다. 네가 이곳에 오래 머물수록 더 많은 경험을 쌓게 될 거야." (p.216)



"너는 이미 대단한 용기를 가지고 있어. 다만 용기가 없다고 생각하는 것뿐이지. 너한테 필요한 건 자신감이야. 위험이 닥쳤을 때 두려워하지 않는 동물은 없단다. 진정한 용기는 두려워하면서도 위험과 맞서는 거야. 그런 용기는 너도 충분히 가지고 있어." (p.216)


2008/10/28 by 뒷북소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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