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누가미 일족 긴다이치 코스케 시리즈
요코미조 세이시 지음, 정명원 옮김 / 시공사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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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전일보다는 코난을 좋아한다. 왜? 7세 이상 관람가인 코난과는 달리 12세 이상 관람가인 김전일이 좀 더 잔인하기 때문이다. "명탐정이신 할아버지의 명예를 걸고!", 김전일이 사건을 해결하기 직전에 입버릇처럼 외치는 대사라고 한다. 그 할아버지가 바로 긴다이치 코스케인데, 일본의 국민탐정이란다. 그 긴다이치 코스케를 만들어 낸 사람이 바로 요코미조 세이시로, 긴다이치 코스케는 그의 77편의 작품 속에서 맹활약을 펼쳤다고 한다.

  

   사회ㆍ경제적으로 성공한 한 남자가 죽으며 남긴 유서 한 장이 엄청난 피바람을 몰고 온다. 아무도 닥쳐올 피바람을 눈치채지 못했을 때, 딱 한사람이 그 전조를 눈치채고 긴다이치 코스케의 도움의 편지를 보낸다. 안타깝게도 긴다이치 코스케가 사건에 발을 들여놓자마자 그 사람은 독살된다. 그것을 시작으로 한 사람씩, 한 사람씩 죽음의 문턱을 넘지만 그의 명성과는 어울리지 않게 좀처럼 사건의 용의자를 잡아낼 수가 없다. 이 사람인가 싶으면 용의선상에서 벗어나고, 또 이 사람인가 싶으면 알리바이를 제시하며 달아난다.

   『이누가미 일족』은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사건이 빈틈없이 촘촘하게 연결돼 있다. 추리소설을 읽다보면 끼워맞추기식 해법을 종종 접하게 된다. 열심히 사건을 따라가다가 이런 해법을 만나게 되면 갑자기 이야기의 맥이 풀리면서 시시해져 버린다. 반면 『이누가미 일족』에는 그런 억지스러움이 없다. 처음에는 그저 시선만 따라가다가 결국에는 탐정과 함께 그 두뇌싸움에 뛰어들게 된다.

   또 등장인물들의 감정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아무리 재미있는 이야기라고 하더라도 등장인물들의 감정에 공감하지 못하면 이내 읽는 호흡을 놓쳐버리게 된다. 게다가 사건을 억지로 끼워맞추다 보면 필요한 개연성을 등장인물들의 감정을 조작해 만드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이누가미 일족』은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많았다.

   그렇다고 100% 공감했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그 대표적인 예로, 처음부터 다마요가 자신의 손녀라는 것을 알았던 사헤 옹이 왜 그의 손자와 손녀를 결혼시키려 했던 것일까. 나중에 자신도 사헤 옹의 손자라는 것을 알게 된 시즈마는 그것 때문에 모든 재산을 포기하려 하지 않았던가.

  

   이야기가 빛을 본지 50여년이 지났지만, 그 인기가 사그라들지 않는 이유를 알겠다. 아무래도 긴다이치 코스케의 활약을 더 찾아 읽어야 책장을 덮은 후의 이 아쉬움을 달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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