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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 고종황제 - 조선의 마지막 승부사
이상각 지음 / 추수밭(청림출판) / 2008년 8월
평점 :
절판
얼마전 신문에서 "역사 교과서에 잘못 서술돼 있는 한국의 근ㆍ현대사"라는 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 그 기사에는 어떤 부분이 잘못 서술돼 있는지 구체적인 문장과 무엇이 잘못인지 이유도 함께 실려 있었다. 그것을 읽으면서 그동안 우리가 보며 배웠던 역사 교과서가 얼마나 편협한 시각으로 기술된 것인지를 알게 됐다.
역사에 대한 이해는 전혀 없고 단순히 주입식으로만 행해졌던 역사 교육, 나약하고 우유부단했던 고종황제도 어쩌면 그것의 피해자일 수도 있을 것이다. 지금까지 항상 이런 모습으로만 그려져 왔던 고종황제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한 것은 역사 책도 아닌 영화 《한반도》를 통해서였다. 물론 영화는 사실이 아니지만, 그 영화 속에서 비춰진 고종황제는 다른 곳에서와는 달리 구국을 위해 고뇌에 찬 모습을 보여줬었다.
그동안 조선의 대왕을 이야기했던 이상각이 이번에는 고종황제의 이야기를 들고 나왔다. 고종황제에 대한 지금까지의 편견을 버리라니, 그럼 영화에서처럼 그런 모습을 기대해도 된단 말인가? 새로운 고종황제의 모습을 볼 수 있다는 사실에 설레었다. 우리의 근대사를 놓고 주변국에서 말들이 많은 지금 같은 상황에서, 당시 우리의 군주였던 고종황제에 대한 편견을 떨쳐버리고 강인한 군주의 모습을 재발견 할 수 있다면 좋은 의미가 되지 않을까.
고종황제를 논하기에 앞서 그를 왕위에 올리기 위해 애썼던 그의 아버지 흥선대원군을 빼놓을 수는 없을 것이다. 이 책은 아들을 왕위에 올린 후 10년 동안 통치한 흥선대원군의 이야기가 가장 먼저 등장한다. 그동안 흥선대원군은 권력에 대한 야욕으로 똘똘 뭉쳐 문을 걸어 잠근 인물로 그려졌지만 그 이면에는 다른 이야기들이 숨어 있었다. 그가 문을 걸어 잠굴 수 밖에 없었던 이유, 그동안 숨겨져 있었던 그의 업적들을 읽을 수 있었다. 고종황제에 앞서 흥선대원군의 재발견을 먼저 할 수 있었다고나 할까?
흥선대원군의 통치가 끝난 후 자신의 자리를 잡은 고종황제는, 미안한 이야기지만 그동안의 편견을 떨쳐 버릴 수 있을만큼 강인한 인물은 아니었다. 한 나라의 군주로서 그렇게 밖에 할 수 없었던 마음은 조금 이해할 수 있었지만, 과연 그를 조선의 마지막 승부사라고 할 수 있을까? 명성황후가 죽자 더이상 믿을 수 있는 사람이 없었던 고종황제는 자신의 신변보호를 위해 러시아 공사관으로 피신한다. 이것이 바로 그 유명한 아관파천이다. 임진왜란이 일어나자 궁궐을 버리고 의주로 피신한 선종이 얼마나 많은 손가락질을 당했던가. 고종황제에게 가장 실망했던 사건이 이것인데, 저자는 극적인 승부수라고 한다. 절대 동의할 수 없다.
책을 다 읽고나서도 고종황제에 대한 그 어떤 재발견도 할 수 없었다. 반면에 흥선대원군에 대한 편견은 조금 버릴 수 있었다. 부제목과 카피가 없었더라면 기대도 하지 않았을 것이고 실망도 하지 않았을 것이다. 아무래도 저자가 처음 의도했던 기획과는 완전히 빗나간 내용 같다.
2008/09/14 by 뒷북소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