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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식 밖의 경제학 - 이제 상식에 기초한 경제학은 버려라!
댄 애리얼리 지음, 장석훈 옮김 / 청림출판 / 2008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주로 온라인 서점에서 책을 구매하는 나는 몇 만원 이상 구매하면 사용할 수 있는 할인쿠폰의 유혹을 뿌리칠 수가 없어 장바구니를 계속 채워 나간다. 할인쿠폰을 사용할 수 있는 금액만큼 장바구니가 채워져 결제하려는 내게 이번에는 몇 만원 이상 구매하면 추가로 적립금을 준다는 유혹이 다가온다. 매번 처음 예상했던 것보다 더 많은 책을 구매해 후회를 하면서도 그 유혹을 쉽게 뿌리칠 수가 없다. 무엇 때문일까?
나의 절친한 친구 한 명은 메뉴를 고를 때 많은 시간을 투자한다. 오랜 시간을 투자해 그녀가 고른 것은 처음부터 먹고 싶었던 것이 아니라 아무도 시키지 않은 새로운 메뉴의 음식이다. 결국 그녀는 음식을 먹으면서 자신의 음식보다는 다른 사람의 음식에 더 자주 젓가락을 가져가곤 한다. 그녀는 왜 매번 그런 선택을 하는 것일까?
누군가 내 책을 사겠다며 말도 안되게 저렴한 가격을 제시하면 그냥 선물해 버리고, 다른 이에겐 유용할 수도 있겠지만 내겐 전혀 쓸모가 없는 물건도 공짜라면 눈독 들이고, 친구에게 빌린 천원은 악착같이 갚으면서 빌린 펜은 아무 생각없이 내 필통에 넣어버리는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
흔히 일어나는 일이지만 한번도 주목받지 않았던 행동들, 댄 애리얼리는 이런 행동들을 행동 경제학이라는 학문으로 규명하려 한다. 그는 어느 누구도 규명해 볼 생각조차 하지 못했던 행동들을 무수한 실험들을 통해 보여주고 있다.
앞서 그는 이 책에서 소개한 상식 밖의 행동들이 주로 미국인들과 관련이 있으니 한국인들은 너무 걱정하지 말라(p.5)고 당부한다. 그러나 그가 연구하는 행동 경제학 분야에는 국경이 없어 보인다. 읽으면서 '난 아닌데'보다는 '아, 그래서 그랬구나'하며 고개를 끄덕였던 경우가 훨씬 더 많았기 때문이다.
사실 그의 당부와 '상식 밖의 경제학'이라는 제목 때문에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 조금 긴장하긴 했었다. 워낙 경제학이라는 학문과는 거리가 멀고, 아무리 상식 밖의 경제학이라고 하더라도 어차피 경제학이니 예외를 둘 수 없다고 생각했다. 게다가 한국인들과는 거리가 먼 행동들이라고 한다. 그런데 소설 책보다 더 쉽게 읽힌다. '이런 분야도 경제학이라고 할 수 있구나! 이런 이해할 수 없는 행동들도 실험을 통해 규명할 수 있구나!' 책을 읽는 내내 머리 속을 떠나지 않았던 말이다.
그동안 관심은 있었지만 경제학이라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던 분들, 이해할 수 없는 자신의 행동이 무엇 때문인지 궁금했던 분들은 한번쯤 읽어보길 권한다.
2008/09/14 by 뒷북소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