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법의 설탕 두 조각 소년한길 동화 2
미하엘 엔데 지음, 유혜자 옮김 / 한길사 / 200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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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하엘 엔데의 이야기보다 진드라 차페크의 섬세한 일러스트가 시선을 사로잡는 『마법의 설탕 두 조각』에는 어떤 달콤한 이야기가 담겨 있을까요?

    렝켄은 엄마, 아빠가 다정하게 대해 주고 원하는 걸 들어주기만 한다면 착한 아이입니다. 그러나 엄마 아빠가 그렇게 해주는 일이 거의 없다는 게 문제죠. 더이상 참을 수 없었던 렝켄은 마법을 쓸 줄 아는 요정을 찾아가기로 했어요. 마침 길에서 만난 경찰관에게 물었더니 "각종 인생 문제 상담, 갖가지 마법, 소원 성취, 신속하고 정확한 처방, 언제나 상담 가능"한 프란치스카 프라게차익헨을 소개시켜 줬어요. 
   경찰관이 알려준대로 요정을 찾아간 렝켄은 자신의 고민을 이야기 했어요. 엄마와 아빠가 자신의 말을 들어주지 않는다는 것과 자신보다 키가 훨씬 커서 손을 쓸 수도 없다는 것을요. 그러자 요정이 두 개의 각설탕을 주며 엄마, 아빠 몰래 커피나 차 속에 넣으라고 하네요. 그 설탕을 먹은 다음부터는 부모님이 렝켄의 말을 들어주지 않을 때마다 원래의 키에서 절반으로 줄어들게 될거라면서요. 그리고 친절하게도 첫번째 상담은 공짜라네요. 대신 두번째 상담부터 비싼 값을 치러야 한다면서요.
   렝켄은 집에 도착하자마자 엄마와 아빠가 마시는 차에 각설탕을 넣었어요. 만약 실제로 무슨 일이 일어난다고 해도 그건 엄마, 아빠의 탓이라고 생각하면서요. 렝켄이 레몬수를 마시고 싶다고 하자 엄마는 냉장고에서 꺼내 먹으라고 했어요. 렝켄이 만화 영화가 보고 싶다고 하자 아빠는 뉴스를 봐야한대요. 엄마, 아빠가 반으로 줄기 시작했어요. 원래의 키에서 반으로, 반에서 또 반으로, 점점 줄기 시작했죠. 엄마, 아빠가 작아져서 렝켄은 마음대로 할 수 있어 좋아했답니다. 
   그날 밤, 모두가 잠자리에 들었을 때 천둥이 치기 시작했어요. 너무 무서웠던 렝켄은 평소처럼 엄마, 아빠 옆으로 가서 눕고 싶었지만 너무 작아진 엄마와 아빠는 더이상 렝켄에게 아무런 도움이 되질 못했어요. 열쇠를 잊고 나가도 문을 열어줄 사람이 없었고, 배가 고파도 엄마의 맛있는 음식을 먹을 수도, 먹을 것을 살 돈도 없었어요. 그때까지도 렝켄은 엄마와 아빠가 자신이 원하는 대로만 해주었다면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을거라고 생각했어요. 
   그 때 어디선가 회오리바람이 불더니 종이 한 장이 렝켄의 발 밑에 떨어졌어요. 더 늦기 전에 자신에게 오라는 요정의 편지였어요. 비로소 렝켄은 두 번째 상담을 하러 요정을 찾게 돼요. 원래대로 다시 되돌려 놓으려 하지만 두 번째 상담에는 비싼 값을 치러야 한다는 말 기억하죠? 되돌려 놓는 대신 그 설탕을 렝켄이 먹어야 한다고 해요. 
   집으로 돌아온 렝켄은 각설탕을 먹고 부모님을 고분고분 잘 따라요. 이를 이상하게 여긴 부모님이 렝켄에게 이유를 묻자 렝켄은 모든 것을 털어놓게 돼요. 렝켄이 부모님을 거역할 때마다 키가 반으로 줄어들텐데, 이제 어떻게 해야 할까요? 다행히 렝켄의 아빠는 현명한 사람이었어요. 어차피 설탕은 몸 속에서 소화되게 되어 있으므로 설탕이 다 녹고 나면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을거라고 했죠. 실험 삼아 재주를 넘어보라는 부모의 말을 거역했는데도 렝켄은 작아지지 않았어요.

   『마법의 설탕 두 조각』을 읽으면서 섬뜩했어요. 점점 작아지는 엄마, 아빠를 보며 렝켄이 금새 마음을 돌릴거라 생각했는데 렝켄은 오히려 즐거워했거든요. 다시 되돌릴 수 있을 때 렝켄이 그것을 깨달아서 참 다행이었어요. 그리고 부모 자식 간에 대화가 왜 필요한지, 서로를 존중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를 알게 되었죠. 혼자서는 도저히 해결할 수 없었던 렝켄의 고민을 아빠는 듣자마자 바로 해결했잖아요.
   만약 제게 아이가 있다면, 이 책을 읽으라고 할 수 있을까요? 제 아이도 렝켄처럼 요정을 찾아갈까봐 무섭거든요.

2008/08/24 by 뒷북소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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