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후르츠 캔디
이근미 지음 / 달 / 2008년 8월
평점 :
절판


   요즘 그동안 멀리해왔던 '우리 문학과 친해지기'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그래서 가능하면 신작들은 제때 챙겨서 보려고 한다. 『어쩌면 후르츠 캔디』는 한눈에 칙릿의 느낌이 났지만 '우리 문학과 친해지기'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그리고 이근미라는 작가가 단편과 장편 분야에서는 이미 문학상을 다수 수상했고 이번이 두번째 장편 소설이라는 경력 때문에 선택하게 됐다.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조안나는 짝퉁을 입는다!
   이제 막 대학교를 졸업하고 사회초년생이 된 스물넷의 조안나. 그녀는 서울에 있는 대학의 지방캠퍼스를 나왔고 토플 점수는 그다지 좋지 않으며 외모도 뛰어나지 않다. 고작 대학교 때 광고 동아리에서 활동한 경험으로 최고의 광고 기획사에 그냥 한번 원서를 넣은 것이 입사까지 하게 된다.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던 그녀는 이미 일류 대학을 나와 광고업계에서 일을 하고 있는 친구 수희에게 조언을 구한다. 수희는 최신 유행하는 헤어스타일과 명품 짝퉁으로 조안나를 업그레이드 시켜준다.
   수희의 조언대로 단장을 하고 출근하던 첫날, 사람들은 조안나를 전무의 사촌동생이라 생각하고 그녀를 낙하산 취급하기 시작한다. 너도나도 조안나에게 잘 보이기 위해 애쓰는 사람들, 그녀는 진실을 밝히려하지만 사람들은 믿지 않는다. 그런 그녀 앞에 나빈우라는 꽃미남이 멋지게 등장한다. 나빈우는 그녀와 닮은 진짜 전무 사촌동생 조리나를 좋아했지만, 조리나는 유학을 떠난다. 함께 유학을 떠나자는 조리나를 뿌리친 나빈우 또한 회사에서는 구설수에 휘말리게 된다.
   어느날 한국을 찾은 조리나 때문에 조안나의 진짜 신분이 밝혀지고 사람들로부터 곤혹을 치르게 된다. 그리고 나빈우가 회사를 떠났다. 이제 조안나에게 남은 것은 일뿐이다. 그녀는 실력으로 회사에서 살아남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세 달 후 점점 일에 익숙해지기 시작한 그녀 앞에 나빈우가 나타난다. 이번에도 함께 떠나자는 조리나를 뿌리친 나빈우는 짤리기 전에 먼저 회사를 그만두고 자신의 회사를 차렸던 것이다. 실력있는 조안나를 스카웃하기 위해 그녀 앞에 나타난 나빈우, 과연 그녀의 선택은?

   
  사랑은 어쩌면 후르츠 캔디인지도 모른다. 입 안에 물고 있으면 달콤하지만, 다 먹고 나면 허전한. 공허함을 메우기 위해 자꾸자꾸 먹으면 어찔어찔 쓰러질 지경이 되고 마는. 성급하게 우두둑 깨먹으면 달콤함은 제대로 느끼지 못한 채 입 안이 쓰리고 얼얼한…… (p.254~255)  
   

이런 사랑? 러브스토리가 존재하지 않는 사랑!
   아무리 칙릿이라도 재밌게 읽을 수 있다면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 이 책 역시 가볍게 읽을 수 있다. 책을 손에 들고 한번도 놓지 않고 읽었으니 말이다. 그런데 스토리가 문제다. 
   이제 겨우 사회초년생인 조안나가 꽃미남 나빈우에게 반하는 것은 그럴 수도 있다. 하지만 예쁘지도 않고 학력도 좀 딸리고 그나마 신입사원 치고는 감각이 있는 조안나를 나빈우가 별다른 사건없이 좋아한다는 것은 이해할 수가 없다. 물론 나빈우는 지적인 여자에게 끌린다고 했지만 문차장이 말했듯이 '나빈우가 조안나를 많이 좋아한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그냥 좋아할 뿐 직접적인 사건도 없었는데, 어떻게 그런 남자를 믿고 조안나가 자신의 인생을 맡길 수 있겠는가. 이렇게 생각해보면 그녀의 선택은 당연한 결과인 것이다.

   이 작품을 읽으면서 일본의 오기와라 히로시가 떠올랐다. 광고업계에 종사한 적이 있는 오기와라 히로시는 그 경험을 살려 홍보 캠페인을 통해 농촌을 살린다는 내용의 『오로로콩밭에서 붙잡아서』를 썼다. 이 작품에서도 광고 카피와 약간의 광고 기법들을 맛볼 수 있기 때문이다.

2008/08/23 by 뒷북소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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