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치 돌아오지 않을 것처럼 - 여행에 미친 사진가의 여행본능을 불러일으키는 포토에세이
신미식 사진.글 / 끌레마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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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여름이 시작하면서부터 읽은 여행 관련 책들이 몇 권인지 모르겠다. 한때 나도 떠나지 않으면 살 수 없을 것처럼 지냈던 적이 있지만, 떠나고픈대로 떠날 수 없는 지금은 그저 다른 사람들의 여행기를 엿보며 만족하고 있다. 정말 많은 작가들의 책을 읽었지만 베테랑 여행사진가인 그의 책은 처음이다. 이번이 벌써 열번째 책이라는데 그동안 몰랐다는 사실이 이 책을 읽은 후에 아쉬움으로 다가왔다.

   사실 여행에세이는 비슷비슷하다. 여행한 곳과 테마만 다를 뿐, 글도 그렇고 사진도 그저 그렇다. 그 여행에세이를 쓰는 사람이 작가라면 적어도 글 때문에, 사진작가라면 글은 엉망이라도 사진을 보는 재미로, 유명한 사람이라면 그저 사람에 대한 호기심으로 읽을 뿐이다. 지금까지 기억에 남을만큼 특별히 뛰어난 여행에세이는 없었다. 그저 읽는 당시만이라도 공감하며 재밌게 읽을 수 있으면 다행이다. 

   작가는 '마치 돌아오지 않을 것처럼' 낯선 곳으로 떠난다. 사막의 밤만 추위가 있다고 생각했지 아프리카의 겨울에도 추위가 있을거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남아공, 어린왕자의 바오밥 나무만 알았지 실제로는 어떻게 생겼는지 몰라서 진짜 바보밥 나무를 보고 낯설어했던 마다가스카르, 로맹 가리의 작품을 읽고 진짜 새들은 페루에 가서 죽을까 궁금해 하기만 했던 페루. 내가 아는 것이라고는 신문에 나오는 정도 밖에 되지 않아서 낯설기만한 나라들을 그는 여행했다. 물론 그의 목적지에는 우리들에게도 친숙한 파리나 에딘버러, 아시아의 도시들도 있다.

   이 책에서 눈여겨 볼 것은 색에 대한 그의 뛰어난 감각이다. 대학에서 그래픽디자인을 전공했기 때문인지 그의 사진들은 유난히 색감이 예쁘다. 누렇게 익은 남아공의 들판을 보자마자 저절로 숨이 내쉬어졌고, 눈이 시릴 정도로 파란 바다와 하늘은 빨려 들어갈 것만 같았다. 예쁜 색감들은 아름다운 자연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그곳에서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에게서도 형형색색의 이미지를 발견할 수 있다. 

   꼭 한번 해외여행을 하게 된다면, 그곳은 에펠탑이 있는 파리여야만 한다고 지금까지 생각해 왔지만 그 사진들을 보는 순간 남아공 혹은 마다가스카르로 바뀌어 버렸다.

   또 하나는 책 곳곳에 자리잡고 있는 어린 아이들의 사진들이다. 개인적으로 아이들을 싫어해서 아무리 예쁜 아이라도 두 번 이상 보지 않지만, 사진 속 아이들의 환한 미소를 보는 순간 따라 웃을 수 밖에 없었다. 어쩌면 그 아이들에게 사진이란 평생 한번 가질까 말까한 것인지도 모른다. 하루에도 몇 번씩 사진을 찍는 우리가 카메라 앞에서 보이는 미소와는 차원이 다른 미소일지도 모른다. 

   그는 그저 스쳐지나가는 여행자가 되는 것을 거부했다. 『마다가스카르 이야기』의 표지모델이 되었던 아이에게는 책을 가져다 주었고, 자신이 찍은 사진을 아이들에게 인화해 주었다. 그들에게 난생처음 영화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한국에서 힘들게 장비를 모두 챙겨가 보여주었다. 그런 그의 개입이 멋져 보였다.

2008/08/15 by 뒷북소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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