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괴 랩소디
오기와라 히로시 지음, 김소영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08년 7월
평점 :
절판


《권순분 여사 납치 사건》의 원작이 되었던 덴도 신의 『대유괴』는 유괴당한 82세의 할머니가 3인조 유괴단을 지휘해 수사 당국과 맞선다는 이야기다. 이번에는 여섯 살 꼬마가 나섰다.

흔한 소재도 발상의 전환을 통해 자신만의 발랄한 화법으로 그려내는 오기와라 히로시가 이번에는 '유괴'를 들고 나왔다. 유괴? 그거 너무 흔하지 않어? 흔하긴 하다. 여섯 살 꼬마의 자발적 가출로 벌어진 어수룩한 어른의 충동적 유괴? 그것도 식상하긴 하다. 흔하고 식상하고 게다가 결말까지 예상되는 이야기, 오기와라 히로시는 이 삼중고를 과연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자살을 시도하려는 주인공 다테 히데요시, 영재 교육을 받고 있는 부잣집 아들 덴스케, 무시무시한 야쿠자 도목 시노미야 등 등장하는 인물들이 작위적이지 않다.
자살을 하려고 목 매달기, 투신, 분신, 배기가스 질식 등 다양한 방법을 모색하지만 죽음 앞에서는 나약해질 수 밖에 없는 인간 히데요시, 비록 영재 교육을 받고 있기는 하지만 구구단도 외지 못하고 한자로 자신의 이름 조차 쓰지 못하는 어쩔 수 없는 여섯 살 꼬마 덴스케, 감히 건드릴 생각조차 할 수 없는 야쿠자 두목이지만 하나뿐인 자식이 유괴 당하자 눈물을 보이며 애원까지 하는 아버지 시노미야.
그들 뿐만이 아니다. 죽은 아들과 닮았다는 이유로 도망가는 히데요시를 그냥 놓아준 홍콩계 마피아 왕종화, 아무도 할 수 없었던 일을 어머니라는 이름으로 용감하게 나선 덴스케의 어머니 다카코, 단순히 승진 욕심으로 뛰어든 구리바야시와는 달리 진짜 인간적인 경찰 구로사키의 활약도 만만치 않다.
작위적이지 않고 사람 냄새가 폴폴나는 그들이 있기에 이 삼중고를 참아줄 수 있다.

오기와라 히로시, 그의 경쾌한 말투는 여전히 살아있다. 어떻게 보면 가벼워 보일 수도 있지만, 이런 인간들의 '인간적인 모습'을 이야기하기에는 너무 진지하지도 그렇다고 너무 가볍지도 않은 그의 말투가 제격이다.

2008/08/08 by 뒷북소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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