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기사, 여행을 스케치하다 - 비행기와 커피와 사랑에 관한 기억
오영욱 지음 / 예담 /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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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기사, 행복을 찾아 바르셀로나로 떠나다』에 이어 다시 만난 오기사. 1년여 간의 바르셀로나 도피(?) 생활을 접고 서울로 돌아온 그가 공부를 하기 위해 다시 바르셀로나로 떠났다. 이번에는 바르셀로나에만 머물지 않았다. 주말이나 징검다리 연휴, 연말 휴가 등을 이용해 비행기 여행에 나섰다. 기차 여행도 아니고 비행기 여행이라니, 그 많은 비행기 값은 어떻게 충당하려고? 공식적인 그의 신분은 학생이지 않은가. 다행히도 유럽에는 저가 항공 노선이 많다. 그는 이 저가 항공을 이용해 바르셀로나에서 파리, 베를린, 암스테르담, 그라나다, 프라하, 산토리니, 뉴욕 등지로 쭉쭉 뻗어 나간다. 그의 말처럼 정말 팔자 좋은 행운을 톡톡히 누리고 있는 그. 난 왜 그렇게 살지 못할까, 아쉬움과 부러움이 한꺼번에 밀려온다.

어느 때부터인가 다른 이들의 여행담에 탐닉하기 시작했다. 아마 더이상 떠나고 싶을 때 떠날 수 없게 되면서부터 였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여행담은 나를 만족시켜주지 못했다. 잠시 그곳을 스쳐지나가는 여행자의 시선을 담은 여행담들은 나 역시 잠시 스쳐지나가게 만들었을 뿐이다.
그래서 『오기사, 행복을 찾아 바르셀로나로 떠나다』를 읽고 그의 일상에 푹 빠져 버렸다. 바르셀로나를 잠시 스쳐가는 여행자가 아닌 그곳이 일상이 되어버린 자의 시선이 담겨 있었기 때문이다. 비록 세련되지는 않았지만 그만의 특징을 살린 오기사 캐릭터도 마음에 들었고 파노라마처럼 편집한 사진들도 좋았다. 다시 바르셀로나로 떠난다고 했을 때, 그의 소소한 일상을 계속 엿볼 수 있을 것 같아 설레였다.
그런데 이번에는 거주자가 아닌 여행자 오기사의 길 위에서의 기록이란다. 내가 그토록 좋아했던 거주자로서의 그의 시선이 여느 여행자와 다름없는 시선으로 바뀌어 있었다. 드문 드문 그의 일상을 엿볼 수는 있었지만 아무래도 아쉬움이 컸다.

이제 그는 여행에서 돌아왔다. 여행은 일상으로부터 벗어나는 것보다 그 여행에서 돌아와 다시 일상에 적응하는 것이 더 어렵다고 한다. 완벽하게 일상으로 돌아와 그가 꿈꾸는 건축 혹은 다른 분야에서 활약하는 그의 모습을 볼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어쩌면 또다시 떠나는 그를 보게 될지도 모르겠지만.

   
  또 한 번 짐을 챙기고 또다시 떠나지만 흥분되지는 않았다.
숨이 차게 살지 않았던 이유였을 것이다.
온전히 내가 원하는 것에 나를 맡겨버리는 불안한 행복을 위한 무책임함. (p.104)

시간은 빗물처럼 흘러갔다. 후회가 섞이지 않은 아쉬움도 비슷하게 흘러가고 있었다.
이제는 떠나도 될 때가 온 것이었다. 돌아갈 곳이 있는 나는 행복했다.
막상 그곳에 도착하면 다시 치열한 삶에 치여야 하겠지만 그런 바쁜 일상 역시 그리움의 대상이 될 수도 있었다. (p.349)
 
   


2008/08/06 by 뒷북소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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