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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할 권리
김연수 지음 / 창비 / 2008년 5월
평점 :
품절
권리라는 것은 누구에게나 무조건적으로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 어떤 행위, 즉 어떤 의무의 대가로 주어지는 것이 바로 권리이다. 그는 어떤 이유로 "여행할 권리"를 얻은 것일까?
12편의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는 김연수의 산문집 『여행할 권리』는 "일 없습니다"를 연발하는 훈츈 사람 이춘대씨의 유머러스한 이야기로 시작한다. 그러나 공간과 사람이 등장하는 여느 여행에세이처럼 생각하고 이 작품에 접근해서는 안된다. 비록 유머러스한 이야기로 풀어나가고 있지만 이 작품에는 그의 문학에 대한 고민과 삶의 정체성에 대한 사유가 고스란히 담겨있기 때문이다. 그랬다. 그는 러시아, 일본, 중국, 독일, 미국 등지를 유유자적하며 돌아다녔던 것이 아니다. 그의 "여행할 권리"는 문학과 자신에 대한 끊임없는 성찰로 얻게 된 것이다.
그런 고민을 품고 떠난 여행이었기 때문일까? 그는 같은 고민을 안고 살아간 작가들의 이야기를 자주 한다. 그와 같은 해 태어났지만 스웨덴으로 입양되어 영문으로 『피는 물보다 진하다』라는 소설을 쓴 아스트리드 트롯찌, 일본어로 소설을 써서 아꾸따까와 상 후보가 됐던 김사량, 미국에서 영문으로 쓴 소설을 발표해 동아일보에 실리며 주목을 받았던 강용흘, 부푼 꿈을 안고 떠난 도쿄에서 죽음을 맞이한 천재 작가 이상까지. 김연수는 그들이 머문 곳에서, 그들이 가졌던 고민들에 빠진다.
그는 왜 그토록 그런 고민들에 빠졌을까? 사실 그의 아버지는 일본 나고야하고도 타지미하고도 카사하라가 고향이다. 비록 그의 고향은 김천이라고 하더라도 그런 아버지를 보며 자란 그에게 정체성에 대한 고민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것일 수도 있다. 그는 아스트리드가 그랬던 것처럼 그런 소설을 써야하지 않을까 고민하기도 한다.
그러나 여행을 통해 깨닫게 된다. 여행에는 국경선이 있지만 문학에는 국경선이 없다고. 모든 문학은 번역될 수 있고, 모든 사람들에게 읽힐 수 있다. 어느 특정한 민족을 대상으로 쓰는 것이 아니라 이 세상 사람들이 모두 읽을 수 있는 글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누구든 어디든 떠나야 한다면, 자신이 왜 "여행할 권리"를 가져야만 하는지 한번 고민해보라!
2008/06/28 by 뒷북소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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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자신이 원하는 삶만 알아내면 된다. 그다음에는 그냥 살면 된다. 그러면 나는 어떤 삶을 원하는가? 선뜻 대답할 수 없었다. (p.101)
도저히 넘어갈 수 없을 것만 같은 경계를 넘어가면 새로운 세계가 열리게 된다고 생각한다. 이 말을 돌려서 이야기하면, 한번도 경계를 넘어서지 못한 사람은 자신이 속한 세계와 다른 세계가 존재할 수 있다는 사실을 결코 납득할 수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p.167)
망각, 망실, 혹은 망명을 향한 무의식적인 매혹. 하지만 그런 매혹에 사로잡힌 인간이 가장 먼저 지녀야만 하는 것이 바로 여권이라니... 머나먼 익명의 공간을 꿈꾸는 자들에게는 어색한 문서다. 내가 아닌 다른 존재가 되기 위해서는 먼저 나 자신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것. (p.2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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