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색에 물들다
강미승 지음, 장성철 감수 / 눈과마음(스쿨타운) / 2008년 3월
평점 :
절판


최근 쏟아져 나오는 여행 에세이들의 문제점! 지나치게 자기 중심적이라는 것이다. 어차피 에세이라는 장르가 개인적인 기록이니 자기 중심적일 수 밖에 없다지만, 그래도 여행 에세이지 않은가. 사람들이 무궁무진하게 상상력을 펼칠 수 있는 문학도 아니고, 무언가를 배우기 위한 교양서도 아닌 여행 에세이를 읽는 것은 직접 가보지는 못하더라도 책을 통해 간접적으로나마 보길 원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런 기대를 안고 펼치는 여행 에세이들에서 무언가를 보여주기 보다는 자신의 개인적인 감성을 드러내기에 바쁜 경우를 자주 만나게 된다. 다행히 그가 여행했던 곳이 이미 나도 가본 적이 있는 곳이라면 공간에 대한 부연 설명이 없더라도, 지극히 개인적이더라도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을 것이고 그렇지 않더라도 공감해 보려고 노력할 것이다. 그렇지 않고 단순히 그의 감성만을 들여다 보는 것은 마치 뜬구름을 잡는 기분이다. 물론 이런 여행 에세이들에게도 장점은 있다. 어느 여행 에세이에서나 다루는 이야기처럼 획일적이지 않다는 것, 작가의 독특한 시선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책 또한 그런 장점이 있다. 그녀의 사진에는 여느 사람들이 지니지 못한 독특한 시선이 있다. 남들은 그저 스쳐지나가는 사소한 것들에 의미를 부여하는 그녀이기에, 그녀의 여행에도 색을 입힐 생각을 했을 것이다. 그녀가 찍은 사진들은 하나같이 정감있는 빛깔로 물들어 있다. 너무 세련되고 화려해서 접근하기 부담스러운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볼품없는 것들도 아닌 아주 따사로운 느낌이다.

그녀의 이런 시선이 마냥 부럽기만 하다. 무조건 예쁜 것들만 담아내는 내 사진은 처음 볼 때는 참 보기 좋다. 그러나 자꾸 보면 볼수록 정이 가질 않는다. 중요한 무언가가 빠진, 내가 아니더라도 어느 누구나 찍을 수 있는 사진. 그래서 내 사진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이번 여행길에서는 그녀의 시선을 한번 흉내내 볼까? 과연 얼마만큼 '나만의 사진'을 건질 수 있을지 궁금하다.

 

감동이란 가이드북에 나오는 유명한 장소들을 훑어야만 얻을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것. (p29)

여행하면서 얻은 가장 큰 선물은 아마도 나를 좀 더 사랑하게 되었다는 것. (p169)

지금 현재의 내 모습이 어떤지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아. 나를 계속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그걸 포기하지 않았다는 게 중요한 거야. (p219)

 

2008/04/04 by 뒷북소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