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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퍼 1 (보급판 문고본) - 순간 이동
스티븐 굴드 지음, 이은정 옮김 / 까멜레옹(비룡소) / 2008년 2월
평점 :
절판
뛰는 놈 위에 나는 놈 있다더니, 그럼 나는 놈 위엔?
나는 놈 위에는 순간 이동하는 자 있도다!
아침해가 늦게 뜨는 추운 겨울날 아침, 출근은 해야하지만 이불 속에서 꼼짝도 하기 싫어 미적거리고 있을 때가 자주 있다. 그럴때면 또르르~ 내 몸을 감싸고 있는 따뜻한 이불과 함께 "뿅~"하고 사무실로 이동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매일 아침마다 간절하게 상상하는 것이지만 아마 내가 출근해야 하는 아침이 없어질 때까지도 실현되기는 힘드리라.
아니 그런데 이런 사람이 다 있다니, 귀차니즘 신봉자인 내가 부러워서 덤블링을 뱅글뱅글 돌 정도다. 여행? 경비도 필요없고 지긋지긋한 멀미도 안녕. 머리 속에 그려지는 풍경만 있으면 오케이다. 소파에 누워 TV를 보다가 채널은 바꾸고 싶지만 리모컨까지 손이 닿지 않는다면? 먼거리도 가능한데 넘어지면 코 닿는데까지 순간 이동하는 것쯤이야 식은 죽 먹기다. 사랑하는 사람이 보고 싶어 끙끙 앓을 필요도 없다. 1인용만 되는 건 아니냐고? 그것도 아니다. 점퍼가 무게를 감당할 수 있는 물건이라면 운반도 가능하다. 감당할 수 있다면 2인용만 되겠는가, 그 이상도 문제 없다.
물론 단점도 있다. 일단 머리 속에 그릴 수 있는 곳만 순간 이동할 수 있다는 것. 즉, 이전에 한번쯤은 가봤던 곳이어야 하고 풍경을 잊어버리지 않기 위해 가끔씩 테스트도 해야한다. 다른 사람들이 보아서도 절대 안된다. 가장 큰 부작용은 운동 부족으로 비대해 질 수 있다는 것. 문득 떠오른 것인데, 머리 속에 그리는 것조차 귀찮을 때도 있지 않을까. 그리고 술이 너무 취해 제대로 기억해 낼 수 없을 때도 있을테고. 아무튼 부러운 능력을 가졌음에는 분명하다.
두 권으로 이루어진 『점퍼』 시리즈는 소재는 같지만 각기 다른 주인공이 등장하는 독립적인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영화 《점퍼》는 이 두 권의 시리즈와 1권의 주인공이 30대 성인이 되어 등장하는 『리플렉스』를 합쳐 만든 것이다.
『점퍼1 : 순간 이동』
5살 때 집을 나간 어머니와 없는 것보다 못한 술주정뱅이 아버지를 둔 데이비드. 그에게 특별한 능력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은 술에 취한 아버지가 자신에게 폭력을 행사하려는 순간이었다. 이제 죽었구나 싶었는데, 눈을 뜨니 도서관이었다. 자신에게 순간 이동 능력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 데이비드는 집을 나온다. 가출한 열여덟 살의 소년에게 돈이 어디 있겠는가. 그는 자신의 능력을 위해 은행 금고를 털게 되고 이 사건으로 누군가의 추적을 받게 된다.
『점퍼2 : 그리핀 이야기』
네 살 때 처음 순간 이동을 한 그리핀은 부모님과 함께 옥스퍼드에서 샌디에고로 이사를 온다. 부모님은 그리핀에게 누가 보는 앞에서는 절대 순간 이동을 하지 말라고 했고, 그리핀이 약속을 어길 때마다 그들은 이사를 가야 했다. 아홉 살이 된 그리핀, 또래 친구가 그를 괴롭히자 무심코 순간 이동을 하게 되고 그날 밤 정체 모를 사람들이 찾아와 부모님을 살해한다. 가까스로 탈출한 그리핀은 끊임없이 누군가에게 추격을 당하고 그리핀과 가까운 사람들이 그들에 의해 죽임을 당하게 된다. 그들은 '팔라딘'이라는 단체로 점퍼들을 제거한다.
책 속에서 그리핀 자신도 말했지만, 해리 포터와 닮은 구석이 많은 것 같다.
어제 책 때문에 일부러 영화를 보러 갔다. 영화 속에서는 데이비드와 그리핀이 어떻게 그려질까, 그들은 어떤 모습으로 순간 이동을 하게 될까 궁금했다. 솔직히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 원래 원작보다 나은 것은 없고, 책보다 잘 만들어진 영화도 없지 않은가. 『점퍼』 3부작 시리즈를 88분 동안 담아내기는 싶지 않았을 것이다. 주인공들이 동에 번쩍 서에 번쩍 왔다갔다하는 바람에 그나마 덜 지루했던 것 같다.
만약 영화를 본 사람이라면 책을 읽어보길 권한다.
2008/02/21 by 뒷북소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