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병 - 나를 달뜨게 했던 그날의, 티베트 여행 에세이
박동식 글.사진 / 북하우스 / 200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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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쉬델레(안녕하세요)!

지상 최대의 고원인 티베트 고원이 자리잡고 있어 '세계의 지붕'이라 불리는 티베트, 나름 역마살 좀 붙었다 싶은 나의 궁극의 목적지이기도 한 곳이다.

티베트는 복잡한 산악 지대 덕분에 수세기 동안 서구 열강들의 식민지 정책에서도 벗어날 수 있었다. 그렇게 꽁꽁 싸여있을 것만 같았던 티베트가 결국 중국에게 문을 열고 그 나라의 자치구로 전락하고 말았다. 몇 년 전 온나라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중국의 동북공정도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당시 내가 궁금했던 것은 티베트인들의 반응이었다. 그들만의 언어와 문화가 번연히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일개 자치구로 전락해 버린 그 나라 사람들의 반응은 너무나도 조용했다. 말을 타고 온 초원을 달리며 독립을 외쳐도 될까말까인데 말이다. 그때 난 그들의 무지함과 부족한 인식 탓이겠거니 생각해 버렸다. 그리고 이 책에서 그 답을 찾을 수가 있었다. 그들은 내가 생각했던 것처럼 무지하지 않았다. 그들에게도 독립에 대한 자각이 있었다.

긴 연휴 동안 그곳은 나를 달뜨게 만들었고, 비록 그곳이 아닐지언정 어디로든 떠나지 않고서는 버틸 수 없게 만들었다. 그러나 '열병'과 함께 '두려움'이라는 것도 안겨 주었다.

그곳은 숙박이나 교통 시설이 완비되어 있는 여느 관광지와는 다르다. 비록 호텔이라고는 하지만 마음대로 뜨거운 물로 샤워를 할 수 없는 곳이며, 밤마다 추위에 떨어야 한다. 게다가 차편도 여의치 않아서 사전에 철저하게 준비하고 계획하지 않는다면 일정에 차질을 빚을 수도 있다. 어쩌면 바람이는 뜨거운 모래길을 하루종일 걸어야 하는 불상사가 생길지도 모른다.

그렇다. 티베트는 여행자에게 로망이기도 하지만 고생을 바가지로 할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그 고생 바가지인 곳을 삶의 터전으로 삼고 있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은 티베트 여행의 달콤한 매력이라고 할 수 있다.

사진 찍고 글 쓰는 작가 박동식, 여행할 때 짐을 덜기 위해 감도가 50 밖에 되지 않는 필름 카메라를 사용한단다. 그래서일까. 그의 사진에서는 전문 사진작가에게서는 찾아볼 수 없는 친근함이 느껴진다. 이번에는 그의 사진들을 보며 이 열병과 두려움을 잠재우려 한다. 언젠가는 궁극의 목적지인 티베트에서 "타쉬델레!"하며 외칠 날을 꿈꾸며.

 

2008/02/12 by 뒷북소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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