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크엔젤 - 스탈린의 비밀노트,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4-2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4
로버트 해리스 지음, 조영학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7년 12월
평점 :
품절


나는 독일의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고 고르바초프 대통령이 한국을 방문할 때 초등학교를 다녔고, 더이상 우리의 소원은 통일을 외치지 않았다. 자본주의 사회와 이념도 이해하기 바쁜 나에게 공산당과 공산주의는 현실감이 먼 이야기였다.

 

이야기는 독재자 스탈린이 1953년 3월 5일 뇌출혈로 죽는 장면에서 시작한다. 그로부터 50년이 지난 모스크바에서 학회가 열린다. 공산당의 종말을 주장했던 미국 학자 켈소, 그는 라파바라는 노인으로부터 스탈린의 비밀노트에 대해 듣게 된다. 반신반의하던 그는 그와 반대 진영에 있는 마만토프를 찾아가 비밀노트에 대한 이야기를 듣게 된다. 기사거리 냄새 하나는 잘 맡는 영국 기자 오브라이언이 켈소의 주변을 맴돌다가 켈소와 함께 비밀노트를 추적하게 된다.

비밀노트를 추적하던 그들은 누가 보아도 스탈린의 숨겨진 아들이라 생각할 수 밖에 없는 스탈린의 닮은 꼴 사나이를 만나게 된다. 오브라이언은 특종감이라고 날뛰지만, 켈소는 뭔가 잘못되어 가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20세기에서 가장 위험한 인물은 히틀러가 아닌 바로 스탈린입니다.

제가 이렇게 단언하는 이유는... 단지 스탈린이 히틀러보다 많은 사람을 죽였기 때문이 아닙니다. 물론 사실이죠. 그리고 또 스탈린이 히틀러보다 더 미쳐서도 아닙니다. 예, 더 미친 것도 사실입니다. 내가 그렇게 단언하는 이유는, 히틀러와 달리, 스탈린은 아직 죽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또한 스탈린이 히틀러와 달리 일회용이 아니라, 언제 어디서든 튀어나올 수 있는 인물이기 때문입니다. 스탈린은 그 이전에 존재했던 공포 정치의 역사에 속하지만, 그는 이를 보다 정교하게 다름은 장본인입니다. 언제든지 재현될 수 있도록 말입니다. 우리가 두려워해야 하는 유령은 히틀러가 아니라 바로 스탈린인 것입니다." (p192~193)

 

독일인 중에서는 아직도 히틀러를 그리워하는 사람이 있지만, 러시아인 6명 중의 한명은 여전히 스탈린을 존경한다고 한다. 이미 그는 50여년 전에 죽었고 그의 제국도 사라졌지만 여전히 스탈린의 초상화를 걸어놓고 그의 생일을 축하하는 사람들. 자신에게 반대하는 사람은 무조건 죽음으로 다스렸고, 자신의 권력을 지키기 위해 법까지 고쳤던 그를 존경하는 사람들이라 언뜻 이해되지 않는다.

그러나 비단 남의 나라 이야기만이 아니다. 우리나라 국민들 중의 상당수가 최고로 꼽는 대통령이 바로 스탈린처럼 개헌을 하고 독재를 펼쳤던 대통령이다. 물론 한번도 제대로 된 대통령을 가져본 적이 없으니 선택의 여지가 없는 것도 문제다.

 

작가 로버트 해리스는 켈소의 입을 통해 이것을 이야기하고 싶었을 것이다. 분명 잘못되었다는 것이 증명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그리워하는 사람들, 그 중독성 짙은 이념에 대해 경계하라고 충고를 던지고 싶었을 것이다.

 

2008/02/01 by 뒷북소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