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사히야마 동물원에서 배우는 창조적 디자인 경영
이병욱 지음 / 국일미디어(국일출판사)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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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십여년 전 내가 아직 중고등학생이었을 때, 워크맨이나 CD플레이어를 살 때 가장 고려한 것은 디자인이 아니라 기능이었고 어쩔 수 없이 국산보다는 일본 브랜드를 선호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런데 지금은? 실용성을 더 따지는 어른이 된 지금은 오히려 예쁜 디자인의 제품을 구입하게 된다. 십여년 전까지만 해도 제조사마다 기술 차이가 많이 났지만, 현재는 그리 많은 기술 차이가 나지 않기 때문이다.

아이디어만 있으면 기술은 충분히 따라갈 수 있다는 말이 있듯이 디자인이 기술을 따라가야 한다는 말은 있을 수 없다. 삼성전자가 보르도TV를 내놓을 수 있었던 것은 LCD를 만드는 기술이 아니라 그 LCD를 담을 수 있는 그릇을 성형하는 기술을 개발했기 때문이다. 당연히 기술이 디자인을 따라가야 한다. 이제서야 디자인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혁신을 부르짖는 것은 그야말로 뒷북이고, 두말하면 잔소리다. 그 정도로 디자인이 중요하다는 이야기이다.

 

일본 북해도의 아사히야마 동물원. 일본의 중심가에 있는 덕분에 끊임없이 방문객들이 찾아왔던 동경의 우에노 동물원과는 달리 아사히야마 동물원은 완전 동네 장사였다. 그것도 동물원이라는 것은 어릴 적 한두번 소풍을 가면 그만인 곳으로 동네 장사도 되지 않아 폐원을 할 지경에 이르렀다.

하지만 평생 아사히야마 동물원에서 근무했던 고스케 마사오가 동물원장이 되면서 아사히야마 동물원은 변화하기 시작했다. 동물원 본연의 기능을 져버리고 놀이 시설을 들여 유원지로 만들었던 기존의 동물원 경영과는 달리 그는 동물원 본연의 기능을 강조하자고 했다. 동물과 인간이 공존하며 생명의 소중함과 감동을 느낄 수 있는 동물원, 단순히 인간이 동물을 구경하는 곳이 아니라 동물들이 자유롭게 지낼 수 있는 동물원으로 만들고자 했다. 그는 디자인의 D자도 모르는 사람이었지만 오랫동안 애정을 갖고 동물을 관찰하면서, 그와 같은 생각을 가진 사육사들의 헌신적인 노력으로 '일본 제1의 동물원'으로 만들었다.

 

아사히야마 동물원의 구체적인 디자인 사례를 볼 수 있을거라 기대했는데, 디자인보다는 디자인 경영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책이다. 게다가 아사히야마 동물원을 큰 사례로 들었을 뿐, 그 외에도 다양한 기업들의 사례를 엿볼 수 있다. 아쉬운 것은 사례 연구가 기대와는 달리 그리 깊지 않았다는 것. 그리고 앞서 했던 이야기를 자주 반복한다는 점과 디자인의 중요성을 다른 책 혹은 인물의 이야기를 빌려 인용한 부분은 마치 잔소리를 듣는 것 같았다.

 

2008/01/30 by 뒷북소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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