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색의 시간 - 채색의 기초 편
김충원 지음 / 진선아트북 / 2007년 12월
평점 :
품절


두 시간이 채되지 않는 미술 시간 동안, 항상 그림을 완성할 수 없었던 이유는 채색 때문이었다. 워낙 꼼꼼하고 소심한 성격 탓에 밑그림 위에 채색을 하는데 상당한 공을 들였고, 한치의 어긋남이라도 생기면 이내 처음부터 다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살짝 붓이 빗나갔을 뿐인데, 그냥 다른 물감으로 덧칠해서 지워버릴 수도 있었는데 말이다.

 

나의 공들이기 기술은 미술 시간에만 한정되었던 것은 아니다. 어쩌다가 '색칠공부' 같은 것이 하나 생기면, 색연필로 알록달록 색을 채우는데 여념이 없었다. 잘못 칠한다고 해서 어느 누구도 꾸중할 사람이 없었는데도 말이다.

 

아마도 어릴 적부터 나는 채색이 그림의 완성도를 좌우한다고 여겼었나 보다. 그러니까 채색에 그렇게 많은 공을 들였을테지. 그렇게 중요한 역할을 하는 채색이지만, 막상 채색을 하려고 하면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막막하기만 하다. 어떤 순서로 책을 칠해야 하며, 색 배합은 어떻게 해야하는지 그것을 결정하는데도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이 책은 마치 '색칠공부'를 하던 어린 시절을 떠올리게 한다. 캔버스에는 밑그림이 그려져 있고, 그 위에 예쁘게 채색만 하면 된다. 어떤 색을 어떤 순서로 칠하고, 색 배합은 어떻게 하는지, 게다가 그림을 좀 더 도드라지게 하기 위해서는 어떤 기법을 사용해야 하는지를 자세히 설명해 주고 있다.

 

사실 캔버스에 밑그림이 그려져 있다고 하더라도 망설여지기는 마찬가지다. 이 밑그림을 망치면 어떡하나, 그런 생각이 들기도 하는데 이 책은 그런 망설임을 말끔히 사라지게 해주었다. 고민할 필요도 없이 설명 때로 따라만 한다면 얼마든지 멋진 그림을 그릴 수 있기 때문이다.

 

무조건 따라 그리는 것이 어떻게 스스로 그림과 같다고 할 수 있냐고 물을 것이다. 창조는 모방의 어머니라는 그 유명한 말이 있지 않은가. 그렇게 따라 그리다보면 분명 감각이 생길 것이다. 그리고 언젠가는 자신만의 색깔로 그림을 그릴 수 있는 날이 오리라.

 

2008/01/07 by 뒷북소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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