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버웨어 판타 빌리지
닐 게이먼 지음, 나중길 옮김 / 노블마인 / 2007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어릴적부터 나는 모험담을 좋아했다. 토끼를 따라 이상한 나라로 들어가는 앨리스, 회오리 바람을 타고 오즈의 나라로 떠난 도로시, 마법 가루를 뿌리고 네버랜드로 떠난 웬디, 노틸러스호를 타고 바다를 누비는 네모 선장 등. 어른이 된 지금도 그런 모험을 동경하기는 마찬가지다.

 

직장인으로 평범하게 살아가던 리처드는 어느날 길가에서 피를 흘리고 쓰러져 있는 아가씨를 만나게 된다. 평범한 남자라면, 이런 상황에서는 으레 기사도 정신을 발휘하곤 한다. 그가 아가씨를 도와준 이후, 그는 투명인간 취급을 당하게 된다. 모든 것이 엉망진창으로 변해버린 상황에서 그는 지상의 틈으로 굴러떨어져 지하세계로 들어가게 된다. 그는 그런 세계가 있을거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그는 제일 먼저 그가 도와주었던 아가씨를 찾아간다. 그녀의 이름은 도어, 그녀가 찾고 있는 것을 찾고나면 그가 다시 원래의 세계로 돌아갈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겠다는 말에 그는 그녀의 모험에 나선다.

지하세계, 말그대로 온갖 사람들이 아니 온갖 것들이 존재했다. 확실하게 없다고 생각했던 천사가 등장하는가 하면, 오래 전에 흑사병을 일으키고 많은 사람들을 죽였던 살인자, 괴수, 죽은 사람을 다시 살려내는 능력이 있는 자 등 리처드는 여행을 하면서 많은 존재들을 만나게 된다.

여행이 끝나고 도어가 찾고자 하는 것을 얻게되자 리처드 또한 지상으로 돌아갈 수 있는 열쇠를 얻게 된다. 이름 그대로 '도어' 그녀가 지상과 지하를 오고갈 수 있는 문이었던 것이다. (그녀에게는 문을 열 수 있는 능력이 있었다.)

 

"젊은 친구, 이 사실을 알아두는 게 좋을 것 같은데 사실 두 개의 런던이 있네. 자네가 살던 런던 지상과 세상의 틈으로 굴러 떨어진 사람들이 사는 런던 지하가 있지. 이제 자네는 그들 가운데 한 사람이 된 걸 걸세. 잘 있길 바라네." (p.187~188)

런던의 지하세계에는 수백 명이 살아가고 있다. 어쩌면 수천 명이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본래 이곳에서 살던 사람이거나 지상에 살다가 틈으로 떨어진 사람들이다. (p. 201)

아마 우리는 각자 다른 천사를 머리에 그리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천사는 모두 날개가 있고 머리 위에 후광이 있으며 나팔을 불며 땅에는 평화를 가져다주고 인간에게 유익한 일을 하죠." (p. 204)

 

여러 권의 무협지를 읽다보면 일정한 패턴을 발견하게 된다. 판타지 문학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네버웨어』를 읽으면서 『해리포터』시리즈와 비슷한 설정을 몇 가지 발견할 수 있었다.

가장 먼저 배경이 런던이라는 것, 물론 BBC에 방영될 TV 시리즈였기 때문에 피할 수 없는 설정이었을 것이다. 우리의 경우를 보더라도 상당수의 이야기들이 서울을 배경으로 설정되어 있지 않은가. 그리고 이 도시에는 두 가지의 세계가 공존하고 있다. '인간'과 '머글'의 세계처럼 '지상 세계'와 '지하 세계'가 존재한다.

두번째, 주인공의 가족은 특별한 능력을 가지고 있고 그 가족들은 어떤 어둠의 세력에 의해서 모두 죽임을 당한다는 사실. 이 책의 주인공은 리처드라고 할 수 있지만, 모험의 주체는 '도어'이다. 그녀의 가족은 문을 열 수 있는 능력이 있었고, 그래서 그녀만은 해치지 않았다. 문을 열어야 하기 때문에.

세번째, 어떤 이야기든지 마찬가지지만 반전이 버티고 있다. 대개 그 반전이라는 것은 같은 편인 줄 알았던 사람이 그들을 배신하고 이용한다는 점.

마지막으로, 다양한 이야기에서 차용된 것으로 보이는 이야기나 인물들이 많다.

"자, 그럼. 그냥 걸어가세요. 뒤돌아보지 마시고요." (p. 511)

지상으로 가는 리처드에게 도어가 던지는 당부인데, 이것은 오르페우스와 에우리디케의 신화를 연상시킨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영화 속 주인공들이 모두 한자리에 모여 판타지 모험을 펼쳤던 영화『젠틀맨 리그』가 자꾸 떠올랐다. 이 영화와 비슷한 스토리는 없었지만, 이것 저것이 다양하게 합쳐져 있었다는 점에서 떠올랐던 것이 아닐까. 

 

"당신이 만약 런던 지하에 사는 사람이라면 당신이 먼저 걸음을 멈추고 사람들에게 말을 걸기 전까지는 어느 누구도 당신의 존재를 알아차리지 못해요. 그리고 설사 당신의 존재를 알아채더라도 지상 사람들은 금방 잊어버리죠." (p. 274)

"천사들은 일단 삐뚤어지면 어는 누구보다도 사악해지지. 루시퍼도 한때 천사였다는 사실을 떠올려보게." (p. 443)

 

2007/12/24 by 뒷북소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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