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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그든 씨의 사탕가게 - '이해의 선물' 완전판 수록
폴 빌리어드 지음, 류해욱 옮김 / 문예출판사 / 2007년 10월
평점 :
나는 아이들을 정말 싫어한다. 아이를 떠올리면 꺄르르 웃으면 재롱을 부리는 깜찍한 모습보다는 소리를 빽빽 지르며 장난을 치는 모습이 먼저 떠오른다. 딱히 집에 아이가 있어 좋지 않았던 기억이 있었던 것도 아닌데도 그렇다.
책을 펴면 가장 먼저 등장하는 이야기가 바로 「이해의 선물」이다. 어린 폴이 어머니의 말을 잘 들은 상으로 받은 사탕, 어머니는 폴의 손을 잡고 위그든 씨의 사탕가게로 가 사탕을 사 주셨다. 폴은 어머니가 항상 돈과 사탕을 교환하는 것을 지켜 보았다. 사탕을 사기 위해선 무언가와의 "교환"이 이루어진다는 것을 안 폴은 열심히 사탕 살 돈을 모아 혼자서 사탕을 사러 간다. 맛있는 사탕을 골라 담은 후 폴이 내민 것은 6알의 체리 씨였다. 그가 내민 '돈'을 본 위그든 씨의 표정이 바뀌자 폴은 자신의 '돈'이 부족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위그든 씨는 조금 남는다며 돈을 거슬러 주었다.
분명 예전에 어디선가 읽은 이야기였다. 어디서였을까. 알고보니 중학교 1학년 국어 교과서에 실려 있는 이야기였다.
제목 덕분에 이렇게 가슴 따뜻한 위그든 씨와의 일화가 책 가득 담겨져 있는 줄 알았다. 『Growing Pains (성장통)』라는 원제를 꼭 짚고 넘어갔어야 하는건데 항상 책을 덮고 나서야 표지를 유심히 보게 된다. 이 책에는 저자 폴 빌리어드가 어린 시절에 겪었던 21편의 일화들로 가득하다.
위그든 씨 외에도 많은 사람들이 어린 폴에게 추억을 만들어 주었다. 양배추의 맛을 알게 된 폴은 베커 아저씨의 농장을 상대로 '서리'를 즐겼다. 항상 베커 아저씨가 쫓아 왔지만, 폴은 가볍게 아저씨를 따돌릴 수 있었다. 그러나 사실 베커 아저씨는 폴을 쫓을 생각이 없었다. 농장을 지키기 위해 개를 키우라는 주변도 권유도 뿌리쳤다. 폴이 서리를 하다가 개에게 물릴까봐 걱정이 되었던 것이다. 위그든 씨나 베커 아저씨처럼 어린 폴을 이해해주고 감싸주었던 어른도 있었지만, 반대로 장난꾸러기 폴이 무슨 짓을 하지 않을까 항상 걱정하며 시비를 거는 이웃집 할아버지 메츠거씨도 있었다. 사실 폴은 장난꾸러기가 아니었다. 폴 나름대로는 한다고 했는데, 엉뚱한 방향으로 일이 흘러가 폴이 장난꾸러기에 말썽쟁이가 된 경우도 더러 있었다.
어쩌면 나는 이웃집 할아버지와 비슷한 사람인지도 모른다. 분명 아이들에게도 나름의 이유가 있고 생각이 있어서 그런 행동을 했을텐데, 나는 그저 말썽만 피운다고만 생각하고 한번도 이해하려고 했던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소리를 지르고 장난을 치는 아이를 보더라도 그저 곱지 않은 시선으로만 바라보게 될 것 같지는 않다. 위그든 씨와 베커 아저씨가 그랬듯이 그들의 시선에서 바라보는, "이해"에 한번 도전해 보아야겠다.
2007/11/21 by 뒷북소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