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의 바다 - 제12회 문학동네작가상 수상작
정한아 지음 / 문학동네 / 2007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내 나이 스물 여덟. 아직도 나는 '소녀'를 자처하고 있고, 여전히 무언가를 꿈꾸고 있는 철없는 어른이다. 어른이라고, 이 나이에 꿈꾸지 말라는 법은 없다. 그러나 문제는 아직도 내가 꿈꾸고 있는 것은 초등학생이나 꿈꿀법한 것들이기 때문이다. 제대로 방향이 정해지지 않은, 이곳 저곳을 방황하기만 하는 꿈. 다행인지 불행인지 아직 철이 덜든 탓에 그 꿈이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해서 크게 좌절하거나 실망하지는 않는다. 아무튼 문제는 문제다.

 

『달의 바다』에는 나와 같은 '소녀'가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나보다 한살 어린 그녀는 한가지 꿈만 꾸고 있지만 불행히도 5년째 실패의 고배만 마시고 있다. 또다시 실패의 소식을 접한 날, 그녀는 온동네를 뒤져 감기약 200알을 산다. 그러나 할머니의 뜻밖의 부탁으로 '자살 기도'를 잠시 유예하기로 한다. 그날밤 그녀는 꿈을 꾸게 된다. 200알의 감기약을 먹으려고 물을 마시다가 배가 불러 도중에 포기하는 꿈, 한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는 장면에 웃음이 나왔다. 약을 먹고 죽는 것은 다른 방법과 비교해 우아한 방법이라 생각했는데, 그 많은 물을 마시고 볼록하게 튀어 나온 배를 상상하니 꼭 그런 것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의 고모는 할머니의 희망이었다. 할머니의 희망대로 고모는 공부도 잘했고 좋은 학교도 들어갔다. 결국 고모는 우주비행사가 되어 할머니가 꿈꿔왔던 것을 대신 밟고 있었다. 할머니는 그녀에게 미국으로 가서 고모를 만나고 오라고 했다. 그녀가 만난 고모는 할머니가 믿고 있는 것처럼 살고 있지 않았다. 그러나 고모는 자신의 삶을 부끄러워하거나 불행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어릴적 소녀에게 꿈을 심어 주었던 고모, 어른이 된 그녀를 고모는 다시 살아갈 수 있게 해 주었다.

 

"즐거움을 위해서. 만약에 우리가 원치 않는 인생을 살아갈 수 밖에 없는 거라면, 그런 작은 위안도 누리지 못할 이유는 없잖니." (p. 127)

 

작가 정한아의 나이를 보고 깜짝 놀랐다. 물론 그녀보다 더 어린 나이에 문단에 발을 디딘 작가들도 많지만 말이다. 어린 작가의 발랄함이 문체에서 느껴졌고, 그녀가 꿈꾸었던 것들도 보였다. 그래서 쉽게 읽혀졌고, 읽는 내내 즐거웠다.

 

2007/10/29 by 뒷북소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