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거짓말
정이현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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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습으로 프로그래밍되어 있는 삶의 과정에서 벗어나지 않는 삶이란 과연 안전한가?"

(p. 323)

 

제도 속 사람들의 모습은 얼마나 닮아 있는가. 태어나자마자 해야 하는 것들이 있다. 몇 살이 되면 무엇을 해야하고, 학교에 들어가면 어떤 목표를 가지고 어떻게 공부를 해야 하는지, 학교를 졸업하고 사회에 나와서도 마땅히 가져야 할 직업이 있다. 일정한 나이가 되면 자신과 같은 삶을 살아온 이성을 만나 결혼을 해야하고, 어김없이 아이를 낳아야 한다. 주말이면 온가족이 함께 웃으며 차를 타고 나들이를 가야하는 단란한 모습을 연출해야 한다.

 

사람들은 제도 밖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을 동경하지만 제도 속으로 들어오기 위해, 제도 속 사람들이 바람직하다고 여기는 모습들을 갖추기 위해 얼마나 발버둥을 치고 있는지 모른다.

다른 가족들처럼 단란한 모습을 갖고 싶었던 어머니는 불법을 일삼으며 살아간다. 과기원에 들어간 똑똑한 아들의 허물을 덮어주기 위해 아버지는 자신의 모든 연줄을 동원하고 대가를 지불한다. 번듯한 직업인이라 여겨지는 의사를 남편으로 맞이하기 위해 여자는 남자의 비정상적인 성적 취향을 알면서도 지금까지의 사회적 지위를 유지 시키기 위해 그의 알리바이를 조작한다.

 

그들은 타인의 삶에는 관심 없는 척 행동하지만 타인에게 자신이 어떻게 비춰지는지를 걱정하고 있다. 그들은 제도 속에서 살기 위해, 제도가 바람직하다고 정해 놓은 멋진 내일을 맞이하기 위해 오늘은 거짓말을 하고 있다.

 

보통 사람들은 오늘은 보지 않고 내일만 향해 살아가고 있다. 온전히 오늘에 충실하게 살아간다면 멋진 내일은 당연히 뒤따를 것이 분명한데 그렇게 살 수가 없다. 무엇이 그리도 불안한지, 나에게 주어진 오늘을 희생하고 버려야만 밝은 내일이 찾아올 것만 같다.

오늘 하루 나는 내일 때문에 어떤 거짓말을 하고 지냈을까, 생각해 보게 된다.

 

"저 사람이 어떤 세계에 살고 있건 행복하면 되는 게 아닙니까. 어떤 인간도 결국 자기가 믿는 대로 살아갈 뿐이니까." (p. 246)

 

2007/10/29 by 뒷북소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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