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세이션展 - 세상을 뒤흔든 천재들
이명옥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07년 9월
평점 :
절판


낯섬 속에서 발견하는 설레임

얼마전 우연히 한 동영상을 보게 되었다. 졸린 듯한 눈과 삐뚤어진 입, 펑퍼짐한 몸매, 절대 사람들에게서 호감을 받을 수 없는 외모를 가진 그가 오페라 가수가 되기 위해 무대에 섰다. 그의 직업은 휴대전화 판매원이었고, 휴대전화를 팔면서 오페라를 부른다고 했다. 그를 바라보는 세 명의 심사위원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 그를 지켜보는 사람들은 모두 웃음을 터뜨렸다. 그조차도 자신이 없었던지 우울한 표정으로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의 목소리로 나오는 오페라 <투란도트>의 "Nessun Dorma"를 들은 사람들은 금새 표정이 바뀌었다. 사람들은 감동의 눈물을 흘렸고, 심사위원들은 말을 잇지 못해 웃음만 지었다. 동영상을 보고 있던 나도 가슴이 찡해지면서 눈물이 나오려고 했다. 만약 그의 외모가 이미 성공한 오페라 가수들처럼 훌륭했더라면 그런 감동은 느껴지지 않았을 것이다.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상황 속에서 맞닥뜨린 감동, 그래서 그 감동은 배가 되었을 것이다. 그후 그의 동영상이 전세계로 퍼지면서 센세이션을 불러 일으켰고, 드디어 그가 그렇게 갈망하던 오페라 가수로서의 첫발을 내딛게 되었다.  

미술관 아르바이트생에서 수석 큐레이터로, 대학 교수로 성공한 그녀. 단숨에 광주비엔날레 예술총감독이라는 타이틀을 달며 유명해졌지만, 그 유명세 덕분에 그녀는 추락의 날개를 달고 만다. 그리고 그녀는 엄청난 센세이션을 일으키며 그녀가 잘 나갈 때보다 더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기 시작했다.

유명해지고 성공해지기 위해선 어떤 형태로든 "센세이션"이 뒤따른다. 비록 지금은 잠잠하게 지나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사람이 죽고나서도 회자가 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센세이션: 세상을 뒤흔든 천재들』에 등장하는 그들이 바로 그런 사람들이다. 시대의 요부로 불리어졌던 오노 요코, 어릴적 당한 성폭력의 체험을 그림에 반영해 격찬을 받은 젠틸레스키, 스승과의 로맨스 덕분에 항상 그의 그늘에 가려져 빛을 제대로 발휘할 수 없었던 카미유 클로델, 그 누구도 감히 실행할 수 없었던 디너파티를 연 주디 시카고, 대학 강당에 어울리지 않는 에로티시즘의 그림을 그려넣은 구스타프 클림트... 그들은 각자의 방식대로 센세이션을 일으키며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기 시작했다. 당시 사람들에게 인정을 받은 위대한 예술가들도 있지만, 대부분의 예술가들은 오히려 비난을 받고 외면을 당했다. 다행히 지금이라도 그들의 천재성을 인정받고 있는 경우도 있지만, 아직까지도 그들의 행동을 이해받지 못하고 있는 사람들도 있다.

저자는 이 책에 소개된 예술가들이 '낯설기 기법'을 사용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지금까지 우리가 보아왔던 것들과 다르다고 해서 외면하고 비난하기 보다는 한번 더 보아주면서 그들의 이면을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어쩌면 그렇게 우리는 또다른 천재를 만날 수 있는 기쁨을 얻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 낯섬 속에서 설레임을 발견할 수도 있을 것이다.

 

2007/10/28 by 뒷북소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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