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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밤중에 행진
오쿠다 히데오 지음, 양억관 옮김 / 재인 / 2007년 8월
평점 :
오쿠다 히데오, 그의 작품은 항상 유쾌하다. 그의 작품들을 읽고 있노라면 손에서 책을 놓을 겨를이 없다. 『한밤중에 행진』 또한 지극히 경쾌하다.
모두 세 장으로 구성되어 있는 이 작품은 세 명의 주인공들이 번갈아 가며 화자로 등장하고 있다.
요코야마 겐지, 열다섯 살 때부터 산전수전을 다 겪은 사업가로 현재는 짝짓기 파티 업체인 '비밥'을 운영하고 있다. 그는 파티를 통해 자신의 소속 여자 연예인들을 남자 참가자와 엮이게 만들고, 그것을 빌미로 조폭들과 함께 남자들을 공갈 협박해 돈을 뜯어낸다.
미타 소이치로, 겐지가 주최한 파티의 참가자였고 대기업 '미타 그룹'을 다니는 '미타'라는 이유로 겐지의 표적이 된다. 사실 그는 재벌 2세도 아니었고, 대기업에 다니는 여느 사람처럼 당당하지도 않았다. 단지 '미타 그룹'의 '미타'를 이용할 뿐이다.
구로가와 치에, 한때는 모델이었지만 인형처럼 시키는대로 하는 것이 싫어서 새로운 사업을 모색 중이다. 그녀의 아버지는 돈이 아주 많지만, 그녀는 아버지를 천박한 사기꾼이라 부른다. 그녀는 현재 사업 자금을 만들기 위해 계획 중이다.
이렇게 다른 그들이 돈 10억 엔 때문에 한팀이 된다. 10억 엔은 치에의 사기꾼 같은 아버지의 돈이다. 치에는 아버지의 돈을 가로채려고 계획 중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그녀를 도와줄만한 사람이 그녀 주변에는 없었고, 우연히 요코야마와 미타를 만나게 된다. 요코야마는 그쪽(사기꾼) 세계에 경험이 많았고, 발도 넓었다. 미타는 회사에서는 비록 바보 취급을 받지만, 뛰어난 암기력을 가진 천재이다. 그런 그들이 그녀에게는 필요했다.
하지만 생각만큼 쉽게 풀리지는 않는다. 마치 손만 뻗으면 닿을 것만 같았던 10억 엔은, 이젠 내 손으로 들어왔다고 생각했던 10억 엔은 잡힐듯 말듯 요리조리 빠져나간다. 요리조리 빠져나가는 10억 엔은 주인공들 뿐만이 아니라 책을 읽는 독자들의 시선을 잡는데도 충분하다. 도대체 10억 엔은 언제 그들의 품으로 올 것인가.
사실 치에의 아버지가 아무리 사기꾼처럼 돈을 모았다고 하더라도 그 돈을 훔치려는 세 주인공의 행동 또한 정당하다고 할 수 없다. 그래서였을까? 그들은 10억 엔을 품에 안기는 하지만, 각자에게 돌아간 몫은 겨우 3,333만 엔 정도다.
10억 엔의 행방을 따라 이야기는 빠르고 쉽게 읽힌다. 그러나 그 뿐이다. 경쾌하지만 깊이는 없다. 요즘 자주 만나는 전형적인 일본 소설이다. 잠시 숨 돌릴 겨를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추천한다. 적어도 책을 읽으면서 스트레스는 만나게 되지 않으리라.
2007/09/11 by 뒷북소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