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에 가면 키스를 훔쳐라 - 에로틱 파리 스케치
존 백스터 지음, 이강룡 옮김 / 푸른숲 / 2007년 7월
평점 :
절판


 

에펠탑, 루브르 박물관, 베르사유 궁전, 센강. '파리'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들이다. 덕분에 나에게 파리라는 도시는 낭만의 도시이자 문화의 도시라는 이미지가 강하게 각인되어 있다. 물론 나뿐만이 아니라 대다수의 사람들에게도 그러할 것이다.

 

존 백스터, 그는 호주에서 태어나 일하다가 어느 날 영국으로 떠난다. 그곳에서 BBC방송국 통신원으로 일하면서 여러 분야에서 활동하다가 과거에 사랑했던 마리-도를 만나 파리로 건너간다. 비록 사랑하는 사람이 있었지만 그에게 파리는 낯선 도시였고, 의사소통도 서툰 곳이었다. 그러나 사랑하는 마리-도가 있고, 예쁜 아기까지 가지게 되어 백스터는 행복했다. 1939년에 태어난 그가 파리로 건너간 것이 1992년이었으니까, 그의 나이 쉰이 넘었을 때의 일이다. 그는 낭만적인 사람이고, 그가 사랑을 쫓아 온 파리는 낭만의 도시이기에 충분했다.

 

그는 이런 파리를 스케치하기 시작한다. 그러나 그가 스케치한 파리는 낭만적이고 문화적인 도시 파리가 아니다. 그는 파리의 깊숙한 곳까지 스며들어 우리가 쉽게 볼 수 없는 도시를 보여준다. 그가 스케치한 것은 바로 '에로틱 파리'이다.

그는 문학 작품이나 영화 속에서 에로틱하게 그려진 파리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저명한 인사들이 파리라는 도시에서 유흥을 즐기고 사랑을 나눴던 장소를 소개하고 있다. 포르노 영화의 여주인공이나 아직도 에로틱하게 파리를 즐기고 있는 사람들을 만난 이야기를 하고 있다. 그가 스케치한 것은 파리의 아주 내밀한 모습이며, 그동안 프랑스 출신의 작가들에게조차 들을 수 없던 이야기들이다. 

 

파리 사람들은 일부 사람들의 취향일 뿐이라고 말할지도 모른다. 일부 사람들이 엽기적이고 변태스러운 성적 취향을 가졌으며, 또 일부 미식가들만 원숭이 스튜나 잘게 썬 앵무새, 꼬챙이에 꿴 비비원숭이 요리를 먹는다고 할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우리도 할말이 있지 않은가. 우리가 먹는 개고기도 일부 사람들의 기호식품일 뿐이라고.

 

낭만적인 사랑을 한 작가의 이야기는 정말 흥미진진하다. 그러나 에로틱한 파리를 스케치한 부분은 공감이 되지 않는 부분이 많았다. 유명한 작가나 배우들이 머문 장소라 흥미롭기는 했지만, 대체 그곳이 어떤 곳인지 사진 같은 것들이 실려있지 않아서 제대로 상상이 되지 않았다. 문학 작품이나 영화 같은 것들도 접해보지 않은 것들이 많아서 작가가 설명하는 일부분만을 보고서는 공감이 안되는 부분이 더러 있었다.  

 

이제 파리를 떠올리면, 에펠탑이나 루브르 박물관이 아니라 영화에서 본 '프렌치 키스'가 가장 먼저 생각날 것 같다. 파리, 그곳이 낭만의 도시인지 문화의 도시인지 아니면 에로의 도시인지 직접 내 눈으로 스케치 해보고 싶다. 

 

우리 모두는 자신을 옭아맨 것을 뛰어 넘어설 수 있는데도 소심함 때문에 자신에게 한계를 지운다. - 만 레이 -

 

2007/08/17 by 뒷북소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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