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들레 공책 도코노 이야기 2
온다 리쿠 지음, 권영주 옮김 / 국일미디어(국일출판사) / 2007년 7월
평점 :
절판


도코노 이야기_두 번째

 

첫번째 도코노 이야기인 『빛의 제국』에는 다양한 능력을 가진 도코노 일족들이 등장한다. 방대한 양의 서적을 암기하는 힘, 멀리서 생긴 일을 아는 힘, 가까운 미래를 예견하는 힘 등 해리포터나 회색의 마법사 간달프처럼 엄청난 힘을 발휘하는 것은 아니지만 가지고 있으면 유용하게 쓰이는 그런 힘들이다.

 

두번째 도코노 이야기인 『민들레 공책』에는 '미네코'라는 주인공이 등장한다. 미네코는 자신이 소녀 시절에 겪었던 이야기를 회상하며 우리에게 들려주는데, 그녀의 소녀 시절을 기록한 것이 바로 '민들레 공책'이다.

 

『민들레 공책』은 이런 이야기

 

어린 시절 미네코는 '마키무라'라는 촌락에서 살았으며, 그곳은 대지주 마키무라 가문이 대대로 살아오던 곳이었다. 단순히 대대로 살았기 때문에 '마키무라'라는 가문의 이름이 지명이 된 것은 아니다. 마키무라 가문은 오랫동안 살아오면서 촌락에 학교나 공회당을 세우고 용수로 건설이나 도로 정비를 진행하는 등 많은 공헌을 했기 때문이다.

 

마키무라 가문에는 병약한 막내딸 사토코가 있었다. 아버지가 의사였던 미네코는 집안에만 있어서 친구가 없었던 사토코의 친구로 마키무라 가문을 드나들게 된다. 마키무라 가문에는 미네코 외에도 드나드는 아니 상주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서양화를 공부하는 시나씨, 청일 전쟁 때 아들을 잃고 발명에 몰두하는 이케히타 선생님, 마키무라 나리님의 도움으로 공부를 하고 있는 신타로씨, 불사였지만 지금은 부처님의 모습을 볼 수 없는 에이케이씨 등 그들은 저마다의 사연을 간직하고 있는 사람들이다.

 

사토코는 점점 건강해져서 미네코와 함께 머리에 리본을 달고 여학교에 다니자는 약속까지 하게 된다. 그 무렵 미네코는 사토코에게서 '다른' 점을 발견한다. 사토코는 어린 소녀의 생각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의 깊은 이야기를 하기도 하고, 가까운 미래의 일을 암시하기도 한다. 사토코가 곧 누군가가 찾아올 것이라고 말한 후에 하루타 일가가 마키무라 가문을 찾아온다. 그리고 '마키무라' 촌락, '마키무라' 가문과 도코노 일족에 얽힌 이야기들을 듣게 된다.

 

백년 전 마키무라 가에서는 큰며느리를 맞아들였는데, 부지런하고 예쁜 며느리에게서 이상한 점을 발견하게 되었다. 며느리 몰래 며느리를 조사한 당주는 며느리가 신비한 힘을 가진 도코노 일족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어느 평화로운 가을날 오후에 비가 내리기 시작했는데 며느리는 안절부절 못하며 산이 무너질 것이라고 했다. 며느리의 말을 믿지 않는 마을 사람들을 위해 그녀는 산이 무너지기 직전 마을에 있던 경종을 울려 마을 사람들을 대피시켰다. 그러나 정작 며느리 자신은 피하지 못했다. 나중에 그 며느리가 '먼 눈'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고,  그 이후로 마키무라 가는 일족을 찾아 여행을 다니는 도코노 일족들에게 도움을 주게 된 것이다.

 

"일족의 역사를 기록하는 것이 우리 일이라네. 단순히 말이나 사건을 기억하는 것이 아니라 일족 한 사람, 한 사람의 생애와 정신을 자기 안에 통째로 보존하는 것이야. 그것을 우리는 '넣는다'고 하거든." (p. 172)

 

 

'인물' 중심의 이야기

 

『굽이치는 강가에서』, 『여섯번째 사요코』, 『네버랜드』, 『호텔 정원에서 생긴 일』, 『라이온하트』 등 그동안 온다 리쿠의 작품들은 '사건'이 중심이었다. 인물과 배경이 설정되면 사건이 발생하고, 그 사건이 어떻게 해결될 것인가에 대한 궁금증으로 독자들로 하여금 책에서 눈을 뗄 수 없도록 만들었다. 물론 추리 소설이라면 당연히 그럴 것이다.

반면에 『민들레 공책』은 이야기에 등장하는 '인물'이 중심이다. 이야기가 다 끝나갈 무렵에서야 사토코가 자신의 힘을 발휘하여 마을에 헌신하는 '사건'이 일어난다. 그 '사건'이 일어나기 전까지는 '마키무라' 가문에 머물고 있는 다양한 인물들에 대한 이야기가 중심이다. 그들은 저마다의 사연을 가지고 '마키무라' 가문에 머물고 있으며, 독자들은 그들의 사연에 귀기울이게 된다.

 

『민들레 공책』을 읽다보면 사토코에게 어떤 '사건'이 일어나게 될 것이라는 것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문제는 그 사건이 언제쯤이면 실체를 드러낼 것인가였다. 그러나 사실은 아무런 사건도 없이 '마키무라' 가문에 머물고 있는 인물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으로 끝났으면 하는 생각도 들었다.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부터 들었던 궁금증이지만, 책을 덮을 때까지 알 수 없었던 것이 하나 있다. 이 책에는 '리본', '뉴 센츄리', '스케치', '빵', '찬스', '포즈', '모델', '발코니', '홀' 등과 같은 단어들이 굵게 표시되어 있다. 외래어들을 굵게 표시한 것 같은데, 작가의 의도인지 역자의 의도인지 어디에도 이에 대한 설명이 나와있지 않다. 분명이 설명이 있었는데, 내가 놓쳐버린건지. (혹시 아시는 분 계시면 살짝 알려주세요^^)

 

자기가 행복했던 시기는 그 당시에는 모르는 법입니다. 이렇게 과거를 돌아보고 처음으로 아아, 그때가 그랬구나, 하고 깨닫게 됩니다. 인생은 수많은 돌멩이를 주워 짊어지고 가는 것과 같습니다. 이루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은 계절이 지나간 뒤에, 지친 손으로 바구니를 내려놓고 지금까지 주운 돌멩이를 살펴보면 그중에서 몇 개인가 작은 보석처럼 빛나는 것을 발견하게 됩니다. (p. 10)

 

사람은 자기가 갖고 있지 않은 것은 걱정하지 않는 법이야. 자기가 손에 넣었다가 잃을지도 모르는 것, 다른 사람이 자기보다 먼저 손에 넣지 않을까 생각하는 것에 대해서 걱정하지. 지금 세계가 돌아가는 모습을 보면 명확하지 않나. (p. 87)

 

저희는 자기 자신을 볼 수 없습니다. 거울을 보거나 냇가에서 몸이라도 굽히지 않는 한, 자기 자신은 '보이지 않는' 존재입니다. 자기 자신을 눈으로 볼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저는 그것이 아주 재미있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타인은 볼 수 있지만, 자기 자신만은 절대로 볼 수 없다. 이것은 중대한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어린아이는 타인만을 보고 생활합니다. 자기라는 존재를 깨닫지 못하고, 자기가 어떤 얼굴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고, 타인도 자기와 마찬가지로 감정이나 사고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이해하지 못합니다. 저희는 성장함에 따라 문자 그대로 자기를 발견하는 셈입니다. 오랜 시간을 들여 자기 모습을 찾아내어갑니다. 저는 이것이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부분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p. 181)

 

2007/08/02 by 뒷북소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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