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발적으로 '꼰대'가 되려고 하는 사람들에게!
최근에 대학생 때 교수님이 하신 말씀이 떠오른 적이 있었다. 대충 나이가 40대 초반으로 추측되는 교수님이셨다. 늘 한결같은 모습으로 강의를 하셨다. 깔끔한 턱, 흐트러지지 않는 헤어스타일에 언제나 넥타이를 맨 모습이셨다. 그런 교수님께서 어느 날 강의 전의 이야기를 꺼내셨다. 본인은 자신의 강의를 들으러 오는 학생들에게 언제나 깔끔한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아침 일찍 일어나 몸단장을 하고 강의 자료를 준비를 한다고, 그게 예의라고 생각한다고. 그런데 학생들은 세수도 제대로 하지 않은 얼굴에 모자를 눌러 쓰고 대충 트레이닝복을 걸치고 슬리퍼를 신고 온다고, 적어도 강의를 들을 준비는 하고 오는 게 예의라고 말씀하셨다. 보통 다른 분들은 수업 시간에 모자 벗어라고만 말씀하시는데, 그런 화법으로 말씀하시니 다르게 느껴졌다.
여름에 레깅스에 크롭 티셔츠를 걸치고 출근하는 직원들을 몇 번 본 적 있다. 대학생 때 교수님처럼 어른스럽게 타이를 수 있다면 좋을 텐데, 그렇게 하지는 못했고 그저 속으로 '저렇게 입고 출근하면 부모님은 아무 말씀 안 하시나' 그렇게만 생각했었다. 이런 이야기를 하면 요즘 세대들은 다르다, 꼰대 같다, 이렇게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세상에! 요즘 세대들은 '예의'라는 걸 모르나? 나이 차이가 나면 또 얼마나 난다고. 그들보다 더 어려도 예의를 아는 어린 친구들도 많다고. 나는 그런 사람들에게는 '꼰대'가 되어도 좋다고 생각한다.
운동복 차림으로 돌아다니는 자는 제 삶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는 자다. 칼 라거펠트, 361쪽
이 시대의 근본적인 문제는 우리가 편안함만을 추구하고 우리 자신을 더 이상 관리하지 못하는데다, 이를 더는 결함으로 여기지 않고 일종의 진보로 포장한다는 것이다. 우리가 먹고 마시고 연애하고, 옷 입는 방식들이 그 점을 뚜렷이 증명해주고 있다. 363쪽
그래서 이 책에 끌렸다. "권위가 아니라 품위를 가진 진짜 어른에 대한 이야기"라고 소개되어 있는 이 책을 읽고 나면 꼰대 소리 안 듣고 어른스럽게 이야기를 건넬 수 있는 팁을 얻지 않을까 해서. 꼰대 소리를 들어도 좋으나 이왕이면 안 듣는 게 더 효과적일 테니.
저자는 '격식에 얽매이지 않고 품위를 지키는 27가지 방법'에 대해 이야기한다. 굳이 27가지로 정리한 이유는, 수학적인 측면에서다. 숫자 '28'은 '1+2+4+7+14'처럼 약수들의 합으로 이뤄진 완벽한 숫자다. 완벽함은 비현실적이기 때문에, 완벽에 조금 못 미치는 '27'을 선택한 것이다. 또 "나아갈 방향은 직시하되 목표에 도달했다고 우기지는 않는다는 점에서 완벽하다고 할 수 있다."(47쪽)
그가 말하는 덕목에는 현명함, 유머, 열린 마음, 권위, 데코룸, 친절, 부지런함, 관용, 감사함 등이 있는데, 그는 이 덕목들을 철학, 인문, 심리학, 문학 등 다양한 저술들을 언급하며 이야기한다. 이 책이 에세이가 아니라 '인문교양' 카테고리에 있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저자가 언급하는 덕목들을 개인적인 경험에 대입해 반추하면서 읽다 보니 빠르게 읽을 수 없었다. 그리고 깨달았다. 아직 어른이 되려면 멀었구나. 저자 덕분에 읽고 싶은 책들의 목록이 너무 많아졌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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