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적 유전자 - 40주년 기념판
리처드 도킨스 지음, 홍영남.이상임 옮김 / 을유문화사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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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누구이며, 왜 존재하는가?

누구나 한 번쯤 생각해 보았을 질문일 것이다. "나는 누구이며, 왜 존재하는가?" 이 질문에 대해 가장 먼저 가치 있는 답변을 들려준 사람은 찰스 다윈이다. 그는 '진화론'으로 우리의 존재를 설명하고 있다. 리처드 도킨스는 "다윈주의를 지지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특정 논점에 대하여 진화론이 초래하는 결과를 두루 살펴보기 위해"(46쪽) 『이기적 유전자』를 썼다. 그의 궁극적인 목적은 "이기주의와 이타주의의 생물학을 탐구하는 것"(46쪽)이다.

나는 선택의 기본 단위, 즉 이기성의 기본 단위가 종도 집단도 개체도 아닌, 유전의 단위인 유전자라는 것을 주장할 것이다. 52쪽

리처드 도킨스는 일반적인 다윈주의자들과는 달리 종(또는 집단)이 아닌 유전자의 관점에서 진화를 설명하고 있다. 그는 진화가 종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고 한 다윈주의자들의 가정이 잘못됐다고 지적한다. 그에 따르면 진화는, 유전자를 전달하기 위해 진행되며 사람을 비롯한 모든 동물은 그저 유전자가 만들어 낸 기계일 뿐이다. 우리는 유전자를 다음 세대로 전달하기 위한 운반자, 생존 기계라는 것이다.

40억 년 전 스스로 복제 사본을 만드는 힘을 가진 분자가 처음으로 원시 대양에 나타났다. 이 고대 자기 복제자의 운명은 어떻게 됐을까? 그것들은 절멸하지 않고 생존 기술의 명수가 됐다. 그러나 그것들은 아주 오래 전에 자유로이 뽐내고 다니는 것을 포기했다. 이제 그것들은 거대한 군체 속에 떼 지어 마치 뒤뚱거리며 걷는 로봇 안에 안전하게 들어있다. 그것들은 절멸하지 않고 생존 기술의 명수가 됐다. 그러나 그것들은 아주 오래 전에 자유로이 뽐내고 다니는 것을 포기했다. 이제 그것들은 거대한 군체 속에 떼 지어 마치 뒤뚱거리며 걷는 로봇 안에 안전하게 들어있다. 그것들은 원격 조종으로 외계를 교묘하게 다루고 있으며 또한 우리 모두에게도 있다. 그것들은 우리의 몸과 마음을 창조했다. 그것들을 보존하는 것이 우리의 존재를 알게 해주는 유일한 이유이다. 그것들은 유전자라는 이름을 갖고 있으며, 우리는 그것들의 생존 기계이다. 인간은 이기적 유전자를 보전하기 위해 맹목적으로 프로그램을 짜 넣은 로봇 기계이다. 이 유전자의 세계는 비정한 경쟁, 끊임없는 이기적 이용 그리고 속임수로 가득 차 있다. 이것은 경쟁자 사이의 공격에서 뿐만 아니라 세대 간 그리고 암수 간의 미묘한 싸움에서도 볼 수 있다. 유전자는 유전자 자체를 유지하려는 목적 때문에 원래 이기적이며, 생물의 몸을 빌려 현재에 이르고 있다. 동물의 이기적 행동은 이와 같은 이유에서 비롯된 것이며, 이타적 행동을 보이는 것도 자신과 공통된 유전자를 남기기 위한 행동일 뿐이다. 「옮긴이의 말」, 5~6쪽

그는 자신의 이론을 설명하기 위해 혈연 선택, 가족 계획, 세대 및 암수 간의 전쟁 등을 예로 든다. 특히, '근연도'라는 개념을 통해 가족 내 이타주의를 설명하는 부분이 흥미롭다. '근연도'란 두 사람의 혈연자가 1개의 유전자를 공유할 확률을 나타내는 지표인데, 부모와 자식 간의 근연도는 언제나 반드시 1/2이다. 형제자매 역시 부모와 똑같은 1/2이다. 따라서 "부모 자식 간의 관계가 형제자매 간의 관계에 비해 '유전적'으로 더 특별할 것은 없다"(174쪽)는 것이다. "유전적으로 말해, 부모의 자식 돌보기와 형제자매의 이타주의가 진화할 수 있는 이유는 똑같다."(175쪽)

이런 식으로 유전자는 다른 개체(자식, 형제자매와 같은 혈연관계) 내에 동시에 존재할 수 있으며, 자신의 복사본을 돕기 위해 이타적으로 행동할 수도 있다. 그러나 유전자의 궁극적인 목적은 자신의 복사본을 늘리고,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것이다. 겉보기에는 이타적으로 보이는 행동일지라도 결국은 유전자 자신을 위한 이기적인 선택인 것이다.

유전자 결정론을 주장하는 책이 아니다! 우리는 이타적 인간이 될 수 있다!

인간이 단순히 이기적 유전자의 생존 기계이자 운반자라는 이론은 우리를 허무하게 만든다. 결국 인간의 운명은 태어날 때부터 정해져 있단 말인가? 겨우 인간의 존재 이유가 그것뿐이란 말인가? 그러나 리처드 도킨스는 '밈(meme)'이라는 새로운 자기 복제자를 통한 진화를 함께 제시하고 있다. 유전자에 의한 진화는 여러 종류의 진화 중 하나일 뿐이며, 다른 동물들과 달리 우리 인간에게는 문화적 진화도 함께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다.

또 다른 복제자인 '밈(meme)'은 문화 전달의 단위 또는 모방의 단위로, 리처드 도킨스가 유전자(gene)에 대응하기 위해 만든 단어다. 그에 따르면, 느리게 진행되는 유전적 전달과 달리 문화적 전달은 훨씬 더 빠르게 진행되며, 유전자 전달이 '모 아니면 도'의 성질을 가졌다면 밈의 전달은 연속적인 돌연변이를 거치며 다른 것과 혼합되는 것처럼 보인다. 밈과 유전자는 종종 서로를 보강하지만 때로는 대립하기도 한다.

밈의 대표적인 예로 '신'을 들 수 있다. "이는 마치 의사가 처방하는 위약과 같이 상상을 통해 그 효력을 갖는다. 이것이 신의 관념이 세대를 거쳐 사람의 뇌에 그렇게 쉽게 복사되는 이유 중 하나다. 인간의 문화가 만들어 내는 환경 속에서, 신은 높은 생존 가치 또는 감염력을 가진 밈의 형태로만 실재한다."(324쪽)

밈을 통해 그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바로 이것이다. 진화는 유전자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문화적 진화로도 바꿀 수 있으며, 이것을 통해 관대함과 이타주의를 가르칠 수 있다는 것. 이것은 이 책의 결론이기도 하다. "우리는 이기적으로 태어났다."(41쪽)는 그의 말을 오해하고 있었던 것이다.

끝으로, 리처드 도킨스는 자신의 또 다른 저서인 『확장된 표현형』의 개념을 설명하고 있다. 이 부분은 옥스퍼드대학교 출판부에서 제2판을 인쇄하면서 추가된 부분으로, 작가가 쓴 책 가운데 가장 훌륭한 책이라고 말한다. 작가는 과학자이면서 탁월한 마케터일지도 모른다. 이 책의 제목을 '불멸의 유전자'나 '이타적인 운반자', '협력적 유전자'가 아닌 『이기적 유전자』로 정한 것도 같은 이유에서 일 것이다. (「30주년 기념판 서문」에서 그는 내용은 수정할 부분이 없지만, 오해를 살 수 있는 제목은 수정했어야 할지도 모른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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