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분석 강의 - 개정판 프로이트 전집 (개정판) 1
지크문트 프로이트 지음, 임홍빈.홍혜경 옮김 / 열린책들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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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이트 전집 15권 전면 개정판 출시 기념 '함께 읽기'

열린책들에서 1997년에 출판한 《프로이트 전집(전 15권)》의 전면 개정판이 나왔다. 프로이트의 책들은 늘 버킷리스트에 있었지만, 혼자 읽다가 완독하지 못하거나 여럿이 함께 읽으려다가 불발되어 버리곤 했었다. 이번에 개정판 출시를 기념으로 <책중독자> 멤버들과 '함께 읽기'를 시작했다.

시리즈는 1권부터 읽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있어서, 우리는 첫 책으로 『정신분석 강의』를 선택했다.

『정신분석 강의』는 흔히 '프로이트 입문서'로 꼽히는 책으로, 그가 주창한 '정신분석 이론'의 핵심들이 총망라되어 있다. 이 책은 1915~1916년과 1916~1917년의 두 번에 걸친 겨울 학기에 의사들과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했던 강의를 그대로 옮겨 놓은 것(5쪽)으로 모두 28강으로 구성되어 있다. 프로이트는 일상생활에서 우리가 범하는 실수와 꿈을 분석하며 '무의식'이라는 개념을 소개하고 있고, 신경증과 관련해서는 리비도와 성적 충동, 불안 등의 개념을 소개한다.

여러분이 이제까지 받아 온 교육의 모든 경향이나 여러분의 모든 사고방식은

불가피하게 여러분을 정신분석학에 대한 반대자로 만들어 갈 것이며,

이러한 본능적인 적대감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여러분 마음속에서 얼마나 많은 것을 이겨 내야만 하는지

여러분에게 주지시켜 드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정신분석 강의』, 16쪽

당시 정신분석이라는 것은 신경증이 있는 환자들을 의학적으로 다루는 하나의 치료법(15쪽)으로 알려져 있었다. 그는 본격적으로 강의를 시작하기에 앞서 '정신분석의 어려움들'에 대해 토로한다. 일반적인 치료는 의사의 치료행위가 눈에 띄게 드러나지만, 정신분석은 피분석자와 의사가 서로 대화를 나누는 것 이외에는 다른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기 때문에 사람들은 "말하는 것만을 가지고 어떻게 병을 치료할 수 있다는 것입니까?"(18쪽)라고 의혹을 제기하곤 한다. 이것은 정신분석학을 가르칠 때도 마찬가지로 제기된다. "정신분석학에 대한 객관적인 확인이라는 것도 없고 그것을 증명해 보일 수 있는 가능성도 없는 것이라면, 정신분석학을 도대체 어떻게 배울 수 있으며 그 주장의 진실성을 어떻게 납득할 수 있습니까?"(21~22쪽) 이에 그는 정신분석학은 남의 말을 들음으로써만 배울 수 있다고 한다.

그는 본격적인 강의에 앞서 사람들이 정신분석학에 반감을 가지게 된 두 가지 원칙을 언급한다.

1. 우리의 정신적 활동은 그 자체가 무의식적이며 의식적인 것은 정신 활동 전체 중에서 단지 일부분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

2. 성적 충동이 신경증이나 정신 질환을 불러일으키는 데 상상할 수 없을 만큼 커다란 역할을 하고 있다는 주장.

이러한 편결들은 정서적인 힘들(예를들면, 교육 같은 것들)에 의해서 고착된 것이기 때문에 이들과 싸우는 것은 아주 힘겨울 수밖에 없다며, 우리(특히, 정신분석에 대해 반감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에게 선입견 없이 들어줄 것을 당부한다. 만약 이런 당부가 없었다면 나 역시 귀를 뾰족하게 세우고 덤빌 준비를 했을 것이다.

우리가 일상 생활에서 범하는 실수도 마음 속 의도가 반영된 것이다!

프로이트는 우리가 일상 생활에서 종종 범하는 실수들, 이를테면 어떤 말을 하려는데 다른 말이 튀어나오거나(잘못 말하기) 문서에 씌어 있는 것을 다르게 읽을 때(잘못 읽기), 물건 둔 곳을 잊어버려서 찾지 못할 때(잘못 놓기), 약속을 자주 잊어버리고 약속 시간에 늦게 도착하는 행위들도 그저 단순한 실수들이 아니라 우리의 무의식이 범하는 의도된 실수라고 말한다. 그는 이렇게 사소한 실수들도 정신분석의 관찰 재료가 될 수 있으니, 아주 작은 징조라고 하더라도 무시하지 말고 관심있게 지켜보라고 한다.

실수 행위는 심리적인 행위이며, 두 개의 다른 의도들 사이의 간섭을 통해서 발생한다. 사람들에게는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자신에게 작용되는 어떤 경향이 있다.(101쪽) 만약 문서 작업을 할 때 지속적으로 오탈자를 만든다면 그 글쓰기를 싫어하거나 빨리 끝내고 싶은 마음이 크기 때문이며, 약속 시간에 계속 늦는 사람이 있다면 당신을 만나기 싫어하는 마음이 작용하기 때문이다.

충격적이다. 나는 그저 습관처럼 범하는 실수라고 생각했던 일들이, 어떤 의도가 반영된 것이라니. 하지만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이런 실수를 나 자신도 저지르고 있으며, 그 실수를 관찰하고 분석함으로써 자신에 대해 좀 더 잘 알 수 있게 되리라는 것이 아닐까.

성취되지 못한 낮의 잔재가 꿈으로 나타난다!

프로이트는 신경증 연구의 일환으로 꿈을 연구했다. 그는 꿈 그 자체가 신경증적 징후(113쪽)라고 말한다. 꿈은 실수 행위처럼 아주 평범하고 사소한 현상이지만, 실수처럼 관찰할 수 없고 꿈을 꾼 사람의 진술에만 의존해야 하기 때문에 연구에 어려움이 있다. 심지어 대부분의 꿈들은 잠에서 깨어나면 쉽게 잊혀지기도 하지 않는가. 프로이트는 꿈을 해석할 때, 꿈꾼 이가 말하는 대로 그 꿈을 인정해줘야 한다고 말한다. 실제로 그 사람이 꾼 꿈과 다를지라도, 다르게 말한 꿈 자체도 꿈꾼 이의 무언가가 반영된 것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꿈은 수면 도중의 정신생활(120쪽)로 수면 상태에서 영혼에 작용되는 자극에 대해서 영혼이 반응하는 현상(123쪽)이다. 꿈은 자극을 단순히 재생시키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가공하고 넌지시 암시해 주며, 어떤 관련성 속에 배치시키고 또 그것을 다른 것으로 대치시키기도 한다.(133쪽)

꿈을 해석하기에 앞서 우리는 두 가지를 전제해야 한다.

1. 꿈은 신체적인 현상이 아니라 심리 현상이라는 것을 인정할 것.

2. 인간들의 마음속에는 자신이 그것을 알고 있다는 것을 모르면서도 실제로는 알고 있는 정신적인 것이 있다.

우리가 기억하지 못한다고 생각했던 지난 밤의 꿈도 우리는 기억하고 있고, 연상 기법을 통해 감추어진 꿈을 이끌어 낼 수 있다고 한다.

꿈은 본래의 모습으로 표출되지 않고, 상징적으로 나타난다. 그래서 우리는 꿈의 상징적 의미를 읽는 것이 중요한데, 어차피 우리는 신화나 종교, 예술, 언어 등을 통해 상징을 자주 접해 왔기 때문에 다른 곳에서 사용하고 있는 상징의 의미들을 차용할 수도 있다.

정신분석학에서는 모든 꿈들이 성적인 의미를 가진 것으로 간주되고 있다.(273쪽) 이런 꿈은 사춘기를 거치면서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유아기 때부터 가지고 있던 것이라고 한다. 그 예로,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를 들고 있다. 또, 꿈은 밤마다 우리를 유아적 단계로 되돌려 보내는 것이며, 우리가 망각했다고 생각한 어린 시절의 체험들이 꿈속에서는 도달 가능하다고 한다. 성적인 상징들로 가득한 꿈을 꾸었다고 해서 전혀 부끄러워할 필요가 없다는 것(자기 검열), 그것은 단지 유아기 때 가지고 있던 것이 표출된 것일 뿐이니까. 그러니까 그 꿈이 아무리 허황되고 부끄럽더라도 자신의 꿈으로 인정하라는 프로이트, 만약 프로이트의 의자 앞에 앉게 된다면 가감없이 떠오르는 그대로 내 꿈을 이야기할 수 있을까?

한편, 프로이트에 따르면 성취하지 못했던 낮의 잔재가 꿈으로 나타난다고 한다. 꿈-작업을 통해서 그 (무의시적인)소원이 성취될 수 있도록 해야하며, 그것을 통해서 우리는 쾌락을 느낄 수 있지만 반대로 불안을 느끼는 경우도 생길 수 있다.

꿈과 관련된 것들은 그의 또다른 저서 『꿈의 해석』을 통해 보다 자세하게 확인할 수 있다.

리비도가 좌절되면 신경증이 생긴다!

신경증에 대해 본격적으로 이야기 하기에 앞서 이번에도 그는 당부의 말을 남긴다.

"신경증이 나타나는 영역은 여러분에게 낯선 것입니다. 여러분 자신이 의사가 아닌 한, 그리고 제가 이 영역에 대해서 알려 드리지 않는 한, 이 영역에 접근할 수 있는 어떤 다른 길이 없습니다. 여러분이 아무리 훌륭한 판단을 내릴 수 잇다고 하더라도, 판단의 대상이 되는 소재 자체가 낯선 것일 때에는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그러나 내가 이렇게 말했다고 해서 마치 내가 독단적으로 강의하거나 혹은 여러분이 내 말을 절대적으로 믿도록 요구할지도 모른다고 여기면 안 됩니다." 348쪽

"여러분은 단 한순간이라도 나의 정신분석학 강의가 일종의 사변적 체계와 같은 것이라고 생각해서는 안됩니다. 제 강의는 오히려 환자를 직접 관찰한 내용을 표현한 것 아니면 관찰한 내용에서 추론해 낸 결과로서, 모두 경험에 바탕을 두고 있습니다." 349쪽

"나는 소위 학문적 논쟁이라는 것이 대체로 생산적이지 못하다고 여기고 있습니다. 게다가 논쟁은 대개의 경우 항상 인격적 차원으로까지 치달리기도 합니다." 350쪽

프로이트는 (많은 사람들이 거부감을 표시하는) 어린이의 성생활을 설명하기 위해 '리비도'라는 개념을 소개한다. 리비도는 '배고픔'과 마찬가지로 본능이 드러내는 힘(444쪽)을 드러낸다. 즉 배고픔이 영양을 섭취하려는 충동을 불러일으키는 힘인 것처럼, 리비도는 성적 충동을 불러일으키는 힘(444쪽)으로, 이것은 인간이 태어날 때부터 가지고 있는 본능적인 에너지이다.

프로이트는 사람들이 자신들의 리비도를 만족시킬 수 있는 가능성을 박탈당하는 경우(좌절), 좌절된 만족감을 대체하기 위해 심리적 갈등의 결과가 '신경증'이라고 소개한다. 하지만 모든 리비도 충동의 좌절이 신경증을 발생시키지는 않는다. 신경증 환자가 되지 않는다면, 성도착자나 페티시즘이 될 수도 있다.

우리는 무의식을 의식의 차원으로 끌어올림으로써 억압들과 함께 증상을 형성하도록 만드는 조건들을 제거할 수 있으며, 나아가서 병인으로 작용하는 갈등 역시 어떤 형태로든 해결책이 강구될 수 있는 정상적인 갈등으로 전환시킬 수 있습니다. 614쪽

우리의 노력이 지향하는 목표는 다양한 공식으로 표현할 수 있습니다. 무의식을 의식화하는 작업이나 억압들의 제거, 그리고 상실된 기억의 복원 등과 같은 요인들은 모두 동일한 경과를 지향합니다. 614쪽

이 치료 요법은 질병의 현상들을 공략의 대상으로 설정하지 않고, 질병의 원인들을 제거하고자 합니다. 그렇다면 우리의 정신분석은 일종의 인과적 요법입니까? (…) 우리의 심리적인 요법으로 접근할 수 있는 인과관계의 다른 부분들이 있습니다. 그곳은 바로 우리가 감지할 수 있는 현상들의 근원들은 아니지만, 증상들에서는 꽤 멀리 떨어져 있는 부분입니다. (…) 결국 우리는 환자의 무의식을 의식으로 대체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만 합니까? (…) 무의식은 기억 속에서 억압에 의해 그것이 발생했던 곳에서 발견되어야 합니다 이 억압이 제거될 경우, 무의식이 의식으로 대체되는 과정은 순탄하게 진행될 수 있습니다. 이제 그런 억압을 어떻게 제거할 수 있겠습니까? (…) 먼저 억압을 찾아내고, 이 억업을 유지하는 저항을 제거하는 일이 그것입니다. (615~616쪽)

프로이트는 정신분석학이란 어떤 질병을 직접적으로 치료하기 위한 학문이 아니라고 말한다. 다만, 그 질병의 (심리적인) 병인이 될 수 있는 것을 제거해서 치료에 도움을 주고자 하는 것이라고 한다.

신경증 강의 부분에서 가장 어려웠던 것은, 실수 행위나 꿈에 비하면 다소 낯선 신경증이라는 질환 자체를 이해하는 것이었다. 흔히 '화병'이라고 하는 것도 우리나라에 특징적으로 존재하는 신경증의 증상이라고 한다. 지금은 '신경증'이라는 진단명 자체가 사라져서 더 낯설게 다가왔는지도 모르겠다.

끊임없이 프로이트를 읽는다는 것은 무언가를 이해하려는 시도!

프로이트는 매 강의마다 제기될 수 있는 의문들과 반론들을 예상해서 꼼꼼하게 답변해준다. 역자는 이러한 서술 방식이 강의를 듣는 사람이 스스로 그 내용을 깨우치도록 배려한 '반권위주의적'인 것이라고 했지만, 오히려 나는 '자기방어적'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평소에 부정 당한 경험이 많아서 선택한 방식이 아니었을까.

프로이트는 이 책을 통해 사람들이 정신분석은 어떻게 행해지고, 정신분석으로 사람들을 어떻게 치료할 수 있는지에 대해 말하려고 하는 것이 아니다. 그는 사람들이 선입견을 가지고 대했던 정신분석학을 어떤 편견도 없이 받아주기를 원한다. 사람들이 정신분석학과 좀 더 가까워져서 정신분석학이 도움이 될 수 있기를 원한다.

그의 당부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남아있는 거부감들이 있고, 의문들도 있다. 각각의 강의에는 그 이론들을 좀 더 디테일하게 확인할 수 있는 프로이트의 저작들을 꼼꼼하게 각주로 표시해주고 있다. 그가 연구한 정신분석학은 '경험적 과학'이다. '경험적 과학'은 시행착오를 통해서 이론 자체를 수정하는 것이 가능한데, 프로이트는 평생 자신의 이론을 수정하고 재정립했다. 그가 『정신분석 강의』를 쓴 이후에도 수정된 부분들이 더러 있고, 그 수정된 부분들은 《프로이트 전집》에 포함된 다른 저서들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이런 것들 때문에 한 출판사에서 출간한 《프로이트 전집》이 필요하다. 만약 낱권으로 출판된 단행본을 읽었다면, 전체를 일관되게 파악하기 힘들지 않았을까?

《정신분석 강의》를 읽기 시작한 이후로, 일상생활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에 대해 그의 개념들을 적용시켜 이해하려고 노력 중이다. 아직 의문과 거부감이 남아있지만, 그것을 이해하고 해소하고 싶은 마음으로 끊임없이 프로이트를 읽는다. '고전'이란 이런 것이 아닐까? 무언가를 이해하기 위해 끊임없이 찾아서 읽게 되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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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시무스 2021-01-10 22:0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한번 도전해 보고 싶은데 표지가 주는 압박이 장난이 아니네요! ˝따라올테면 따라와봐!˝ 이러는것 같아요!

뒷북소녀 2021-01-11 00:04   좋아요 1 | URL
아, 책 읽다가 제 영혼까지 탈탈 털리는 느낌이었습니다. 저 눈빛을 보고 있으면 도저히 안 읽을 수가 없겠더라구요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