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을 먹는다는 것에 대하여
조너선 사프란 포어 지음, 송은주 옮김 / 민음사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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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식단 선택이 지구온난화에 미치는 영향


『동물을 먹는다는 것에 대하여』는 자칭 '고기애호가'인 내가 몇 년 전에 사서 읽다가 그만 둔 책이다. 조너선 사프란 포어가 소설에서 보여준 독특한 글쓰기가 인상적이었는데, 그런 독특함으로 '육식주의자의 변명' 같은 것을 담아낸 책인줄 알았다. 나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과도 전혀 다른 방향으로 짐작하고 있었던 것이다.

거의 항상, 내가 '동물을 먹는다는 것'에 관한 책을 쓰고 있다고 말하면 누구나, 심지어 나의 관점에 대해 전혀 모르는 사람들까지도 이 책이 채식주의를 옹호하는 사례가 될 것이라고 가정했다. 그것은, 축산업에 대해 철저히 조사를 해 보면 결국은 누구나 고기를 멀리해야 한다는 결론을 낼 뿐만 아니라 대부분은 이미 그런 결론이 나올 줄 안다는 강력한 가정이었다. (당신은 이 책의 제목을 보고 어떤 내용을 예상했는가?) 24쪽

『동물을 먹는다는 것에 대하여』는 우리가 매일 먹고 있는 고기(작가는 '동물'이라고 했지만 실제로 우리가 소비하는 것은 '고기'이므로 '고기'가 더 맞는 표현인 것 같다.)에 대해 알고, 우리가 먹는 것을 바꿔보자는 이야기다. 이 책에서 가장 비중있게 다뤄지고 있는 것은 '공장식 축산'이다. 작가는 방대한 자료 조사와 인터뷰 등을 통해 우리가 먹고 있는 고기들이 어떻게 사육돼서 생산되고 있는지, 그리고 얼마나 소비하고 있는지 보여준다. 핵심은 '비윤리적인 방식'이 아니다. 그러한 방식들이 우리가 살고 있는 이 곳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가 핵심이다. 우리가 먹고 있는 고기가 얼마나 비윤리적이고 위험한 방법으로 생산되는지 알고 있는 사람들은 많지만, 그것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은 쉽게 연관짓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시카고 대학에서 이루어진 최근 연구는 우리의 식단 선택이 지구 온난화에 적어도 운송 수단 선택과 맞먹는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UN과 퓨 위원회에서 좀 더 최근에 발표한 권위 있는 연구 결과는 전 세계적으로 축산 동물들이 운송 수단보다 기후 변화에 더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확실학 보여 준다. UN에 따르면, 가축 부문은 전체 온실 가스 배출량의 18퍼센트를 차지하며, 이는 차, 트럭, 비행기, 열차, 배를 비롯한 전체 운송 수단 부문보다 약 40퍼센트나 더 많은 것이다. (…) 잡식주의자들은 채식주의자들보다 7배나 많은 온실 가스를 방출한다.

UN은 육류 산업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다음과 같이 요약했다. (공장식이든 전통적인 농장식이든) 식량으로 동물을 기르는 것은 "한 지역에서 전 세계 규모에 이르기까지, 가장 심각한 환경 문제에 영향을 미치는 가장 중요한 요소들 중 하나이다. (중략) [축산업은] 오염, 기후 변화, 대기 오염, 물 부족과 수질 오염, 생물학적 다양성 상실 등의 문제를 다룰 때 주요 정책의 주안점이 되어야 한다. 환경문제에 가축이 미치는 영향은 막대하다. " (…) 공장식 축산 동물 제품을 규칙적으로 먹는 사람이라면, 그 단어를 본래 의미와 분리하지 않고서는 환경보호주의자라고 자처할 수가 없다는 얘기다. 80쪽

그러니까 비윤리적인 공장식 축산 동물이든, 전통적인 방식으로 방목해서 키우는 동물이든, 동물을 먹는 것 자체가 기후 변화에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이 책이 발표된 것이 2011년이고, 작가가 인용한 자료가 2007~2008년에 발표된 것이니, 지금은 그 수치가 달라졌을 수도 있겠지만 크게 달라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매년 늘고 있는 자동차 수만큼, 우리가 매일 먹는 고기의 양도 늘었을테니까.


우리가 식단을 바꾼다면, 전 세계가 바뀐다. 329쪽


한편, 작가는 "단백질을 충분히 얻지 못할까 봐 염려스러워서 고기를 먹으려는 생각은 전혀 근거 없다"(188쪽)고 말하며, 우리에게 "동물을 먹는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진실을 알았을 때 어떻게 하셨나요"(319쪽)라고 질문을 던진다. "동물을 먹는다는 것에 대하여 진실"을 알았지만 닭고기 대신 콩단백으로 만든 음식을 선택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다. 나 혼자 식단을 바꾼다고 무엇이 달라질 수 있을까? 그런 생각도 들 것이다. 그러나 "매일의 선택이 세상을 만들어" 나갈 수 있으며, 우리가 매끼마다 신중하게 선택해서 먹겠다는 결정은 그 자체로도 엄청난 잠재력을 지니는 힘이 될 것이라고 한다.

채식이냐 육식이냐, 공장식 축산이냐 가족농이냐를 선택하는 것만으로 세상을 바꿀 수는 없지만, 우리들, 우리 아이들, 우리의 지역 공동체, 그리고 우리나라에 편의보다 양심을 선택하도록 가르쳐 줌으로써 세상을 바꿀 수 있다. 우리가 가치에 따라 살거나 혹은 가치를 저버릴 가장 큰 기회들 중 하나는 우리가 접시에 어떤 음식을 놓을 것인가에 달려 있다. 32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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