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풍요로웠고, 지구는 달라졌다
호프 자런 지음, 김은령 옮김 / 김영사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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덜 소비하고 더 많이 나누라!

한국에서 코로나 확진자가 처음 발생한 1월 이후, 나는 한 번도 대중교통을 이용하지 않았다. 매일 나 혼자만을 위해 자가용을 타며, 화석연료를 소비했다. 매일 한 장의 마스크를 사용하고 버렸으며, 방역을 위해 일회용 비닐장갑이나 일회용품을 사용하는 일들이 늘어났다. 잠깐이라도 외출하고 돌아오면 하루에도 몇 번씩 머리를 감고 샤워를 했으므로, 물 또한 더 많이 소비했을 것이다.

이렇게 더 소비하고 더 많이 버렸던 것들도 있는 반면, 덜 소비했던 것들도 많다. 아니 정확하게 이야기하면, 더 많이 소비했던 것들보다는 덜 소비하게 된 것들이 훨씬 더 많았다. 우선, 코로나 때문에 개인적인 약속이나 외출을 할 수 없었던 지난 계절엔 더 이상의 옷이나 신발을 살 필요가 없었다. 가방도 비싼 가죽 가방 대신 부담 없이 소독하고 세탁할 수 있는 에코백이면 충분했다. 코로나가 한창일 때는 마트에서 장을 보는 것조차 꺼려져서 냉장고에 보관되어 있는 식재료들을 활용했다. 일명 '냉장고 파먹기'만으로도 1년은 충분히 버틸 수 있을 것 같았다. 자연히 유통기한이 지나 버려지는 음식물 쓰레기도 줄일 수 있었다. 책장에 읽지 않은 책들이 차고 넘치는데도 습관적으로 샀던 책 구매를 줄이고, 책장에서 안전하게 책을 골라 읽었다. 택배가 도착할 때마다 소독을 했는데, 책은 그렇게 소독하기가 힘들었기 때문이다.

코로나 때문에 많은 것을 잃고, 많은 것을 할 수 없었지만 한 가지만은 확실하게 얻을 수 있었다. 코로나 때문에 예전처럼 일상을 살 수 있었던 건 아니지만, 내가 일상을 살아가는데 그렇게 많은 것들이 필요하지 않다는 사실 말이다. 전 지구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코로나 역시 우리 인간이 초래한 전염병이라는 생각 때문에, 내 주변을 벗어나 더 큰 테두리의 환경과 지구에 관심을 가지게 됐고, 그래서 호프 자런의 이 글을 읽고 반가웠다.

언젠가 이 사회가 코로나19 이전의 '정상적인' 상황으로 돌아가고 난 후, 예전에 그랬던 것처럼 에너지를 많이 소비하고 음식물을 많이 낭비하며 환경에 큰 해를 가하게 될지 종종 질문을 받는다. 코로나바이러스 봉쇄령을 통해 내가 배운 가장 중요한 것에 대해 나는 이렇게 대답한다. 직장과 가족, 그리고 내 삶을 위해 꼭 '필요했던' 일들, 이를테면 우리가 수년간 해왔던 운전하고 사람 만나고 물건을 사고 비행기를 타고 쇼핑하고 여행하는 일 등의 대다수가 해도 되고 안 해도 되는 '선택적인' 일이었다. 좋든 싫든, 훨씬 더 좋든 더 나쁘든, 우리는 지금 50년 동안 계속해서 익숙해져 있었던 소비의 습관 없이 몇 달을 지내왔고, 대부분은 잘 이겨냈다. 「한국어판 서문」, 9쪽

1969년에 태어난 호프 자런은, 자신이 태어난 이후 50년 동안 지구가 얼마나 풍요로워지고 달라졌는지 통계 자료를 분석해 보여준다. 지난 50년 동안 지구의 인구는 두 배로 증가하고 식량 생산은 세 배로 증가했으며 에너지 소비는 네 배가 되었다. 이런 모든 변화 때문에 되돌릴 수 없는 심각한 기후 문제가 야기됐다고 말한다.

덜 소비하고 더 많이 나누라. (…) 우리 자신으로부터 스스로를 구하도록 해주는 마법 같은 기술은 없다. 소비를 줄이는 것이 21세기의 궁극적인 실험이 될 것이다. 덜 소비하고 더 많이 나누는 것은 우리 세대에게 던져진 가장 커다란 과제다.

당황스러울 정도로 어려운 제안이라서 실현이 가능할까 싶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 스스로를 이 혼란 속에서 구하는 데 시작점이 될, 확실하고 유일한 방법이다. 127쪽

그녀는 덜 소비하고 더 많이 나누면, 즉 전 세계인들이 공평하게 소비할 수 있도록 나누면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하지만, 그녀 자신 또한 이런 방법을 통해 완벽하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확신하지는 않는다. 다만, 조금은 나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 모두가 매일 관심을 가지고, 작지만 하나씩 실천하고 노력한다면 조금은 나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줄어들지 않는 소비가 초래할 기아와 결핍과 고통의 어두운 불안으로부터 우리를 구해주는 마법 같은 해결책은 없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보다 무엇이라도 하는 것이 언제나 더 나은 것처럼, 화석연료 사용을 줄이기 위해 지금까지 등장한 모든 기술뿐 아니라 자원 보호를 위한 모든 수단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 과학자들만이 아니라 모든 사람이 내일에 관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각각의 해결책이 제시하는 가능성뿐 아니라 그 위험에 대해서도 생각해봐야 하고, 행동할 기회가 있다면 할 수 있는 한 눈을 크게 뜨고 충분한 이해를 바탕으로 행동해야 한다. 231쪽

이런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는 사람들로 내 삶이 채워져 있어서 나는 희망을 갖게 된다. 233쪽

나는 사람들에게 경고를 하기도 한다. 게으른 허무주의에 유혹당해서는 안 된다고. 한 가지 해결책이 우리를 구해주는 것이 아니기에 우리가 하는 모든 일이 중요하다. 우리가 먹는 모든 끼니, 우리가 여행하는 모든 여정, 우리가 쓰는 한 푼에 지난번보다 에너지가 더 사용되는지 덜 사용되는지를 고민하며 선택해야 한다. 우리는 힘을 갖고 있다. 235쪽

나는 그녀의 이런 태도들이 좋다. 어떤 것이 확실한 해결책이라고 말하지 않고, 그것이 가지고 있는 또 다른 문제를 제시하며 균형적인 시선을 유지하려는 태도. 그런 것들에 전기자동차가 있다. 전기 자동차는 납과 니켈, 카드뮴 혹은 리튬으로 만들어진 배터리를 사용한다. 깨끗하고 친환경적이라는 상상을 불러일으키는 전기 자동차는 다른 쪽에서 스모그를 방출시키고 있는 것이다. 배터리를 사용하는 아이폰이나 노트북 역시 화석연료를 고갈시키고 있는 것들 중 하나다.

내가 아닌 지구의 풍요를 위해 당신이 취해야 할 행동들

마지막으로 그녀는 지구의 풍요를 위해 우리가 취해야 할 행동을 제시한다. 만약 당신도 '나의 풍요'가 아닌 지구가 풍요로워지는 것에 관심이 있다면, 동참해 보라. 우리는 이미 코로나 때문에 '덜' 소비하는 경험을 한 적이 있으므로, 잘 해낼 수 있을 것이다.

Step 1 : 나의 가치관을 살펴본다

자신의 일상과 관련해 가장 공감 가는 것은 무엇인가? 가장 큰 두려움과 가장 강렬한 동경을 불러일으키는 것은 무엇인가? 이 모든 것을 고려한 후 순서를 정리한다. 그중 어떤 문제는 나에게 특별히 중요하고 다른 어떤 문제는 조금 덜 와닿을 수 있다. 집중할 주제를 하나 정한다. 기꺼이 희생을 감내하게 만들 주제를.

Step 2 : 정보를 모은다

일상이 나의 가치 체계에 얼마나 반하는지 살펴보기 위해 나의 습관들과 갖고 있는 물건들을 조사해보자.

Step 3 : 가치 체계에 합당하게 행동할 수 있을까?

실행할 수 있는 변화를 하나만 골라보자. 조금 덜 사들인다면? 편리함을 조금 더 많이 포기한다면?

Step 4 : 자신의 가치관에 합당하게 개인 투자를 할 수 있을까?

인생에서 추구하는 가치와 대치되는 활동을 재정적으로 지원하는 주식을 갖고 있다면, 돈을 빼는 방법도 고려할 수 있다.

Step 5 : 내가 속한 기관을 나의 가치 체계에 맞게 변화시킬 수 있을까?

나의 가치관과 지금까지 해온 노력과 경험을 공유하자. 상대방들이 이야기하는 제약과 우려에 귀를 기울여보자. 믿고 있는 것들을 계속 반복해서 밝히고 옹호해보자. 시간이 걸리고 인내심도 필요하겠지만 사람들은 변할 수 있다. 239~24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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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삭매냐 2020-12-07 18:0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전작 읽고 나서 왠지...

모든 걸 다 가진 닝겡의 이야기가
그냥 그래서 새 책은 패스하는 것
으로다가. 왠지 힐빌리의 스토리
가 연상되는 듯 하기도 하고...

뒷북소녀 2020-12-08 10:06   좋아요 0 | URL
저는 전작을 읽어보지 못해서요...
많은 분들이 좋아하셔서 한번 읽어봤는데...
힐빌리...도 읽어보지 못해서
어떤 느낌인지 쉽게 연상되지는 않지만,
저는 이 한권으로 충분한 것 같아요.
이제 더이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