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토록 아름다운 단편소설이라니.
소설집을 다 읽은 건 아니고 <백야> 한 편만 읽었는데,

도입부터 첫문장까지 줄줄이 너무 아름다워서 소개해주고 싶은 마음에.
밑줄 그은 문장이 너무 많아서 책이 표지와 같은 노란색이 될 지경.

 

 

아름다운 밤이었다. 우리가 젊을 때에만 만날 수 있는 그런 밤이었다, 친애하는 독자여! 그토록 별빛이 영롱하고 찬란한 밤하늘을 쳐다보면 저도 모르게 이렇게 자문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런 하늘 아래 정녕 각양각색의 변덕쟁이와 심술꾸러기가 존재할 수 있는 것일까? 225쪽

도스또예프스끼의 장편소설들을 몇 권 읽었지만, 이토록 감성 충만한 소설은 처음이다.

 

 

한순간의 아름다움이 그렇게나 빨리 그렇게나 돌이킬 수 없이 시들어 버림에, 그녀가 당신 앞에서 그렇게나 기만적으로, 덧없이 명멸함에 당신은 서러워한다. 그녀를 사랑할 시간조차 없었던 것에 당신은 애달파한다...... 232쪽

여기서 '그녀'는 '봄'이다. 나도 미처 마주하지 못하고 보내버려 애달파하고 있는 봄.



하루 중에는 내가 너무나 좋아하는 시간이 있습니다. 모든 사업과 업무와 의무가 끝나고 모두들 먹고 쉬려고 집으로 총총 돌아가는 시간입니다. 가는 길에 사람들은 저녁과 밤과 남아 있는 모든 자유로운 시간에 관한 색다르고 즐거운 화제를 생각해 냅니다. 251쪽

바로 지금 이 시간.

 

 

 

 

당신이 아직도 그 사람을 사랑한다면, 내가 알지도 못하는 그 사람을 계속해서 사랑한다면, 그래도 나는 당신을 사랑할 겁니다. 내 사랑이 당신에게 짐이 되지 않도록, 당신이 느끼지 못하도록 그렇게 사랑할 겁니다. 당신은 다만 매순간 듣게 될 겁니다, 느끼게 될 겁니다, 당신 곁에서 감사에 넘치는, 감사에 넘치는 심장이 고동치고 있음을, 당신을 위해 뜨거운 심장이...... 29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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