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 - 제1회 문학동네신인작가상 수상작
김영하 지음 / 문학동네 / 200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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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마라가 끝까지 움켜쥔 펜이 차분하고 고요한 이 그림에 긴장을 부여한다. 다비드는 멋지다. 격정이 격정을 만드는 것은 아니다. 건조하고 냉정할 것. 이것은 예술가의 지상덕목이다.(8p.)

-건조하고 냉정할 것.
가장 필요하지만 진짜 잘 안 되는 태도.
'마라의 펜'은 어디서 긴장해야 하는가를 시사한다.

압축할 줄 모르는 자들은 뻔뻔하다. 자신의 너저분한 인생을 하릴없이 연장해 가는 자들도 그러하다. 압축의 미학을 모르는 자들은 삶의 비의를 결코 알지 못하고 죽는다.(10p.)

-젊은 자가 쓴 것이 분명하다. '극명하게 드러내기'란 젊음의 덕목. 하릴없이 너저분하게 살지 않겠다는 것도 젊음의 덕목. 그렇지 않으면 자살할 수 있다는 생각도 역시 젊음의 성장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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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내 치즈를 옮겼을까?
스펜서 존슨 지음, 이영진 옮김 / 진명출판사 / 2000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누가 내 치즈를 옮겼을까
                               - 허에게

내 치즈는 있었을까
치즈 말고 다른 것은 없었을까
가끔 내 치즈가 작아 보였던 것은 왜일까
치즈 너머 빵이 보였던 건 착시였나

이름 한번 고약하다 치즈
애써 웃음짓기 위해 치즈
거짓된 순간을 확정 짓는 치즈

도대체 무엇을 알아들었는가
손가락들 사이로 빠져 나가 버린 시간
화산같은 소화를 통해 배설된 치즈

새로운 치즈의 방을 찾기 위하여
그대들 두려움을 이기고
새 치즈를 그리며
달려가는 길에
언뜻 하이에나의 그림자를 보거든
잠깐만 서서 생각을 해 보시게나
나 혹시 치즈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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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너리그
은희경 지음 / 창비 / 200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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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멀리서 보면 모든 사물은 정형적이고 한가롭다. 그러나 가까이 가 보면 거리감이 담지하고 있는 환영에 속았음을 깨닫게 된다. 누구에게나 자기들의 눈 앞에 있는 현실이란 것은 한가하지 않은 법이다.(p.82)

-호수 위의 백조라는 거지.

-희극의 묘를 알고 있는 작가. <새의 선물>이 그랬다.

아주 가끔 세상은 엄정하고 공이로운 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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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슴벌레 여자 - 윤대녕 장편소설
윤대녕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0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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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누군가 나의 등을 두드려 뒤를 돌아보는 순간, 오수의 잠결이 밀려와 눈을 감았다 뜨는 순간, 어두운 계단 모서리에 지친 다리를 끌고 잠시 앉아 있다 일어나는 순간, 우리들의 기억은 한낫 낡은 실처럼 쉽게 끊어져 버리는 것인지도 모른다. 또한 낯선 골목 모퉁이를 막 돌아 나올 때, 술에 취해 심야버스에서 혼자 잠들어 있을 때,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에게서 난데없이 이별의 말을 듣게 되는 순간에도 어쩌면 그렇지 않을까. (p.208)

필립 글래스(미국의 현대 음악 작곡가, 미니멀리즘의 대가)의 <FREEZING>
 (폴 사이먼, 수잔 베가 등이 공동 작업한 음반 <Liquid Days>)

당신에게 만약
이름이 없다면
역사가 없다면
책이 없다면
가족이 없다면
당신이 만약
벌거벗긴 채 잔디 위에 누어 있다면
그럼 당신은 누구라고 해야지?
난 정말 모르겠다고 했어.

아마 좀 차가워질 거라고 했지

난 지금 얼어 가고 있어
얼어 가고 있어

                                    p.126~127

1.어디서 많이 봤어.

모든 이미지는 익숙하다. 하다못해 이계진 아나운서까지.
반쥴도, 무과수제과도, 오하시도, 인랑도, 화양연화도....
리얼함.
요즘의 소설들. 하루끼로부터 시작된 문화적code들의 습격

2.통신

-미아리 통신
-은어낚시통신
-사슴벌레통신
-비트와 바이트를 사랑하는 사람.
-있지 않은 것이 있는 것처럼, 그 맨 얼굴을 들이대는 것처럼 부상했다가 허황되게 스러지고 그것이 무슨 인생의 비의인 양 떠받들어 지는 그간의 행보를 멈추지 않을 것인가. 혹시 이것이 그 문학성의 원천이란 말인가? 그저 부웅 떠있었던 듯한, 이도 저도 없이 분위기에 익숙하게 전신을 맡겨 버리면 그만인 소설. 혼자 불도 켜지 않고 모니터 앞에 앉아 키보드를 두드리다가 안녕~, 빠이~, 즐통~으로 오프가 되면 밀려오는 먹먹함을 소설을 읽으며 주워먹을 수 밖에 없게 만드는.

3.조직

-사슴벌레 판매 루트
언제나 조직이 배후에 있다. 안정감을 얻고자 한다면 조직의 세포가 되면 되고, 그것이 어쨌거나 불온한 음모라면 피해 다니며, 불안에 떨며, 인간 심리의 모든 영역을 파헤치며, 그것이 인간의 자유라고 은근히 수긍을 강요하며, 지난하고 지루한 반항을 그려 내는 것이다. 역시 읽는 사람도 지겹다.

4.시간

-2시간 안에 읽어 치울 수 있다.
제2의 박범신을 보는 듯한. 이러다 윤도 어느 날 <빛의 걸음걸이>에, <은어낚시통신>에 다시 돌아가기 위해 절필하고야 말까?

5.없는 것은 없는 거야

-이성호와 서하숙
-잃어버린 기억을 되찾지 못한.
-기억은 만들어 쌓아갈 수도 있는 거야.: 

  그렇지만 잃어 버리고 찾지 못한 그것은 무엇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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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이보이 SF 걸작선 1
데이몬 나이트 외 지음, 앨리스 터너 엮음, 한기찬 옮김 / 황금가지 / 2002년 11월
평점 :
절판


총 스물네편의 SF단편이 실려 있다. 여름이면 이런 류의 책을 잊지 않고 읽는데 역시 여름나기로는 그만이다. '마니아를 위한 SF걸작선'을 읽다가 어찌나 머리가 아프든지 던져 버리고 든 책이 이 책이다. 번역이 매끄럽질 않아서 비문투성이인 책을 보다가 깔끔한 번역의 이 책을 읽다 보니 우호호~, 기분이 좋아졌다. 

플레이보이誌는 아시는 바와 같이 그림이 더 많은 잡지이나, 독자의 사회적 위신을 고려해서 글자도 넣는 덕분에 실리게 된 글들 중에 이런 보석들이 들어 있다. 실린 지면과는 상이하게 야하지 않은 점이 단점이기도 하겠으나, 읽고나서 시사하는 바가 큰 작품들인 고로 강추다! 상당히 무거운 주제를 다룬 것도 있다. 블레이드 러너 찾는 호사가들에게는 더없이 좋은 텍스트겠다, 하는 생각도 들었다. 

대개 SF는 아동용으로 생각돼서 작가들 고충이 이만저만이 아니라는데, 이런 잡지가 있어서 성인용SF도 쓸 수 있었다고 하니... 얼마 전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나무를 읽다가 집어치웠다. 이 책과 비슷한 부류. 그러나 수준은 이만 못하다. 그저 베스트셀러작가의 것이라는 이유로 그렇게 많이 팔리는 게 역시나, 하게 만든다. 

읽다보면, 이 책, 사람의 상상 공간이 이렇게 넓구나, 하게 한다.  

이 여름에 다시 한번 읽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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