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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슴벌레 여자 - 윤대녕 장편소설
윤대녕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01년 4월
평점 :
품절
......누군가 나의 등을 두드려 뒤를 돌아보는 순간, 오수의 잠결이 밀려와 눈을 감았다 뜨는 순간, 어두운 계단 모서리에 지친 다리를 끌고 잠시 앉아 있다 일어나는 순간, 우리들의 기억은 한낫 낡은 실처럼 쉽게 끊어져 버리는 것인지도 모른다. 또한 낯선 골목 모퉁이를 막 돌아 나올 때, 술에 취해 심야버스에서 혼자 잠들어 있을 때,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에게서 난데없이 이별의 말을 듣게 되는 순간에도 어쩌면 그렇지 않을까. (p.208)
필립 글래스(미국의 현대 음악 작곡가, 미니멀리즘의 대가)의 <FREEZING>
(폴 사이먼, 수잔 베가 등이 공동 작업한 음반 <Liquid Days>)
당신에게 만약
이름이 없다면
역사가 없다면
책이 없다면
가족이 없다면
당신이 만약
벌거벗긴 채 잔디 위에 누어 있다면
그럼 당신은 누구라고 해야지?
난 정말 모르겠다고 했어.
아마 좀 차가워질 거라고 했지
난 지금 얼어 가고 있어
얼어 가고 있어
p.126~127
1.어디서 많이 봤어.
모든 이미지는 익숙하다. 하다못해 이계진 아나운서까지.
반쥴도, 무과수제과도, 오하시도, 인랑도, 화양연화도....
리얼함.
요즘의 소설들. 하루끼로부터 시작된 문화적code들의 습격
2.통신
-미아리 통신
-은어낚시통신
-사슴벌레통신
-비트와 바이트를 사랑하는 사람.
-있지 않은 것이 있는 것처럼, 그 맨 얼굴을 들이대는 것처럼 부상했다가 허황되게 스러지고 그것이 무슨 인생의 비의인 양 떠받들어 지는 그간의 행보를 멈추지 않을 것인가. 혹시 이것이 그 문학성의 원천이란 말인가? 그저 부웅 떠있었던 듯한, 이도 저도 없이 분위기에 익숙하게 전신을 맡겨 버리면 그만인 소설. 혼자 불도 켜지 않고 모니터 앞에 앉아 키보드를 두드리다가 안녕~, 빠이~, 즐통~으로 오프가 되면 밀려오는 먹먹함을 소설을 읽으며 주워먹을 수 밖에 없게 만드는.
3.조직
-사슴벌레 판매 루트
언제나 조직이 배후에 있다. 안정감을 얻고자 한다면 조직의 세포가 되면 되고, 그것이 어쨌거나 불온한 음모라면 피해 다니며, 불안에 떨며, 인간 심리의 모든 영역을 파헤치며, 그것이 인간의 자유라고 은근히 수긍을 강요하며, 지난하고 지루한 반항을 그려 내는 것이다. 역시 읽는 사람도 지겹다.
4.시간
-2시간 안에 읽어 치울 수 있다.
제2의 박범신을 보는 듯한. 이러다 윤도 어느 날 <빛의 걸음걸이>에, <은어낚시통신>에 다시 돌아가기 위해 절필하고야 말까?
5.없는 것은 없는 거야
-이성호와 서하숙
-잃어버린 기억을 되찾지 못한.
-기억은 만들어 쌓아갈 수도 있는 거야.:
그렇지만 잃어 버리고 찾지 못한 그것은 무엇이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