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 프로비당스호의 마부 매그레 시리즈 4
조르주 심농 지음, 이상해 옮김 / 열린책들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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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명예제대한 귀족 출신 영국대령과
이튼 출신이지만 한낱 시골의 무화과장수가 아버지였던 안쓰러운 사기꾼 윌리와
자기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며 주인 하나만을 섬기며 함께 죽음을 불사하는 승조원 블라디미르와
선의로 가득 차 과장스러운 호기를 부리지만 결국은 삶의 방향으로만 치닫는
그런 너무나 매력적인 여자 세린느와... 그리고 

한때 의학박사였고, 사랑하는 여자를 위해 살인을 했고, 그래서 감옥에 간 남자와
자신의 모든 것, 신분도, 사랑도, 직업도, 이름도 모두 버리고 새로 태어난 전락자와
그렇게 얻은 곳이 다시 그의 둥지가 되어
냄새나고 누추하고 지저분한 그 곳에서만 편안히 죽을 수 있게 된
한 남자의 사랑이야기. 

그리고 그런 쉰일곱살의 노인이 된 그를 자기 아이처럼 사랑해준 선량한 브뤼셀 출신의 여자.
정말 자기 애를 다루듯 하며 한 가족으로 살았던 선상 위의 삶. 

심농의 작품에는 참으로 애잔하고 끈끈한 人情이라는 게 반드시 흐르고 있다.
추리소설을 읽고 이런 여운을 느끼게 하는 작가들이 그리 많지 않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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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레 씨, 홀로 죽다 매그레 시리즈 2
조르주 심농 지음, 임호경 옮김 / 열린책들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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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한 라트비아인에서 느낀 탁월한 공간 묘사력은 인물에게로 향한다.
갈레씨도, 생틸레르도, 갈레의 부인 오로르도, 갈레씨 아들 앙리도, 그리고 그의 정부도...
거기에 군경관이나 뫼르스 같은 검사관이나 세관원 등등에 대한 묘사는
그 각각의 개성이, 개성을 넘어 정형화에까지 이르겠다 싶을 정도로 예리하다. 
매그레의 혼돈과 답답함을 읽는 내내 함께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막판 그의 결론은 역으로 어찌나 명쾌하던지... 

물질적인 단서들을 모아놓았을 때 사실들이 단순해지기는커녕 오히려 흐릿해진다면, 그것은 그 단서들이 조작되었다는 뜻이지. - 225 

신분과 관련된 강력한 아이러니로 역시 강력한 반전을 꾀한, 문학성마저 엿보이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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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폴리앵에 지다 매그레 시리즈 3
조르주 심농 지음, 최애리 옮김 / 열린책들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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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인가 하지만 실은 인물의 성격이 찾아낸 사건.
젊어서 치기어린 시절의 범죄가 그들 7인의 미래를 어떻게 이끌어 갔는지,
현재를 통해 과거를 되짚어 가는데
무엇 하나 버릴 것 없는 현재다.
과거는 현재를 지배하고 현재의 직조를 통해 미래를 또한 만들어내는.

이런 구성을 그동안 영화에서 많이 보았다.
때로는 뻔했으며 때로는 흥미로웠다.
이 구성법의 진화는 메멘토와 유주얼 서스펙트로 진화했다.
그 완벽한 시초인가 싶을 정도로 빈틈없고 박진감이 넘친다.

내용도 역시 수없이 변주되어 온 것이고
어쩌지 못하고 언제나 젊음이란 치기로 점철된,
무척 죄많은 시절일 수 있음을 경계한다고나 할까.
또한 그 시절이란 결코 지울 수 없는 인생의 한 부분임을 경고하는.  

이 작가가 이 나라에 너무 늦게 오는 바람에 이미 알아버린 이야기...

결말은 아주 자유롭다.
헐리우드가 벗어나지 못하는, 인지상정의 심연을 있는 그대로 마주한다.
그리고 그 선택은 오히려 아주 인간답다.
악인도 악인 나름이랄까..
영화 <13자메티>가 구현한,
살인자는 반드시 응분의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현대적 극의 법칙을 간단히 뛰어넘는 매그레의 용기와 결단... 이란
CSI도 크마도 벗어나지 못한 수사물의 룰을 극복하는 남다른 휴머니티가 녹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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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한 라트비아인 매그레 시리즈 1
조르주 심농 지음, 성귀수 옮김 / 열린책들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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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험한 공간이 무대여서일까.
공간의 묘사가 탁월하다.
해안, 부두, 싸구려술집, 고급호텔, 기차역, 프랑스 곳곳의 거리들.
바다 내음과 생선비린내, 코를 찌르는 심야술집의 악취, 오래 입은 옷에서 나는 냄새,
부둣가의 독특하고 사소한 소리들,
고급호텔 대리석 바닥의 질감까지 느끼게 하는 구둣소리 등등..
왜 작가들이 한사코 칭찬을 했는지 이해된다.
공간의 묘사란 어떤 것이어야 하는가를 확실히 보여준다.
 
인물의 성격 역시, 그가 자라온 내력을 어느 것도 간과하지 않는 능력 또한 탁월하다.
영화로는 표현하지 못할 소설적 디테일이 이렇게 강한 대중소설은 그야말로 오랜만이다. 

이사하면서 책을 500권도 넘게 버린 것 같다.
버리면서 다시는 책을 수집하지 않겠다 했는데 심농의 소설들은 가지고 싶다.
한동안 이 욕구와 전쟁을 치르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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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란 무엇인가
마이클 샌델 지음, 이창신 옮김 / 김영사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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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과 함께 읽고 있는 중이다.
가족이 둘러 앉아 저녁을 먹으며
하루는 기부금 입학제에 대한 자유주의과 공리주의의 입장이 어떻게 다른지에 대해, 
또 어느 하루는 다섯사람을 살리기 위해 한 사람을 죽여도 되는가에 대해...
자신의 현재 좌표가 어디인지를 확인해 가며
우리 부부와 대학생, 고등학생으로 이루어진 저녁식탁에서 설전이 벌어지고 있는 중이다.
상당히 흥미진진한 나날이다.
작년에 우리 가족은 R.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와<만들어진 신>으로 그런 시간을 가졌다.

이 <정의란 무엇인가>가 요즘 베스트셀러라는 기사를 읽었다.
뭔가 아주 훈훈해지는 느낌이었다.
그래, 우리 사회가 점점 시민사회로 가고 있는 거야.
많은 사람들이 이런 책을 선택했다는 사실 자체가 얼마나 믿음직한가 말이지...
냄비처럼 트렌드에 들끓지 않고, 깊은 사유와 통찰이 깃든, '입장'을 지닌 시민들이 되어가는 거란 말이지.  
좀더 괜찮은 사회가 되어가는 거야, 이건. 뭐 그런 생각. 
옛날, 바캉스 중인 프랑스의 해변에
당시 막 출간된 따끈따끈한 <말과 사물>을 읽고 있는 사람들이 가득했다는 이야기를 접하고
<말과 사물>의 난해함에 결국 끝까지 읽어내지 못한 내 경험에 비추어
프랑스사람들에게 내 나름의 경이를 품을 수밖에 없었는데
올 여름에는 우리나라 해변에 그 비슷한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좀 민망하지만 즐거운 상상을 해버리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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