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한 라트비아인에서 느낀 탁월한 공간 묘사력은 인물에게로 향한다. 갈레씨도, 생틸레르도, 갈레의 부인 오로르도, 갈레씨 아들 앙리도, 그리고 그의 정부도... 거기에 군경관이나 뫼르스 같은 검사관이나 세관원 등등에 대한 묘사는 그 각각의 개성이, 개성을 넘어 정형화에까지 이르겠다 싶을 정도로 예리하다. 매그레의 혼돈과 답답함을 읽는 내내 함께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막판 그의 결론은 역으로 어찌나 명쾌하던지... 물질적인 단서들을 모아놓았을 때 사실들이 단순해지기는커녕 오히려 흐릿해진다면, 그것은 그 단서들이 조작되었다는 뜻이지. - 225 신분과 관련된 강력한 아이러니로 역시 강력한 반전을 꾀한, 문학성마저 엿보이는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