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재해 - 위기평가와 재난저감
키스 스미스 지음, 이승호 외 옮김 / 푸른길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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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털링대학 키스 스미스 명예교수는 수십 년 동안 자연 재해 관심을 갖고 연구와 강의를 맡아왔다. 이 책은 그가 쓴 《Environmental Hazards》 제6판을 우리말로 옮긴 것이다. 번역은 한국연구재단 SSK사업의 후원으로 짜인 ‘기후변화와 위기관리팀’에 속한 연구자들이 맡았다.

환경재해는 무엇일까? 저자에 따르면 자연과 인위적 환경에서 발생하여 인간 사망과 경제 손실, 기타 사전에 정의된 임계치를 넘어서는 손실 등을 초래하는 사건이다.

저자는 지진, 화산과 같은 지각판의 이동, 산사태 등 지형변화와 관련된 재해, 극한기상에 의해 발생하는 홍수, 가뭄, 산불 등의 기상재해, 인간이 발전시킨 기술 이용 중 실수로 발생하는 기술재해 등 폭넓은 분야를 다루었다.

책은 총 14장으로 되어있다. 구성을 보면 먼저 5장까지 재난의 개념과 관리, 위기 평가와 관리 그리고 재난 저감 대책을 다룬다. 이어 6장에서 13장까지 지진과 쓰나미, 화산, 매스무브먼트(눈사태와 산사태), 폭풍, 극한기상(전염병과 산불), 홍수, 가뭄, 기술재해 등 8가지 사례를 설명한다. 마지막으로 14장에서 대기오염, 기후변화와 관련된 환경재해의 심각성을 언급한다.

 

환경재해에는 다음과 같이 크게 자연재해와 기술재해로 나뉜다.

자연재해
- 지질: 지진, 화산폭발, 산사태, 눈사태
- 대기: 열대성 저기압, 토네이도, 우박, 빙설
- 수문: 하천범람, 해안범람, 가뭄
- 생물; 전염성 재해, 자연화재

기술재해
- 교통 사고: 항공 사고, 열차추돌, 선박난파
- 산업 실패: 폭발과 화재, 독성 혹은 방사능 물질 유출
- 위험한 공공건물과 시설: 구조적 붕괴, 화재
- 위험 물질: 물질 보관, 운송, 오용

 

저자는 20세기 발생한 재해에서 최근 발생한 재해까지 거의 빠짐없이 망라했다. 주요 재해의 상세한 배경 설명과 함께 200여 개의 도표와 현장 사진, 참고 문헌 등을 소개하고 있어 생생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특히 2009년 오스트레일리아 대화재, 2010년 아이슬란드 화산폭발, 2011년 일본 도호쿠 대지진, 2011년 세계 최대 규모의 다답 난민센터 등 사례는 환경재해의 심각성을 일깨워준다(사진 맨왼쪽부터 시계방향순).

저자에 따르면 대형 재난은 현대 기술에 의한 통신과 공급 사슬에 대한 ‘에코 붕괴’와 상호 연결성을 통해 원거리 경제까지 파괴할 것이다. 또한 지구온난화 등 미래 환경 변화는 재해와 재난에 관련된 불확실성을 더 키울 것으로 예상된다.

이 책에서 소개한 환경 재해와 대처 요령은 우리가 능히 배우고 숙지해야 할 타산지석의 교훈이다. 재해 발생으로 인한 인명과 재산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글로벌 차원의 대응과 국지 차원의 대비가 필요하다. 특히 지난 6월 울산 해역에서 발생한 규모 5.0의 지진은 한반도도 더 이상 지진 안전 지대가 아님을 잘 보여주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보다 유비무환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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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처드 도킨스의 진화론 강의 - 생명의 역사, 그 모든 의문에 답하다
리처드 도킨스 지음, 김정은 옮김 / 옥당(북커스베르겐)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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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처드 도킨스는 대표적인 진화론자다. 그는 한때 《이기적 유전자》에서 인간은 이성적인 존재이기 이전에 DNA의 발현을 위한 생체 기계에 불과하다는 지론을 폈다. 시간이 좀 지나 어느 인터뷰에서 당시의 논지는 좀 과했다는 취지의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이 책은 그가 영국왕립연구소에서 진행하는 대중 과학 프로그램인 ‘크리스마스 강연’에서 강의한 내용을 담았다. 원제는 ‘불가능의 산을 오르다(Climbing Mount Improbable)’이다.

도킨스가 ‘불가능의 산’을 통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세 가지다. 첫째 단번에 뛰어올라 정상에 도달할 수는 없다. 둘째 내리막길은 없다. 종은 더 나아가는 길을 찾기 위해서 더 나빠질 수 없다. 셋째 산봉우리는 하나가 아니라 둘 이상일 수 있다. 세상에는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이 하나뿐 아니라 훨씬 다양하다.

진화론을 둘러싸고 그간 지적 설계와 자연 선택간의 지난한 논쟁이 있어왔다. 특히 눈과 귀와 심장, 독수리의 날개, 거미의 그물, 이런 것들이 보여주는 ‘불가능한 완벽성’에 대한 입장 차이는 뚜렷하다.

지적 설계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마치 ‘불가능 산’의 깎아지른 절벽을 단번에 뛰어오르려는 것 같은 행동을 보인다. 특히 날개(반쪽짜리 날개가 무슨 쓸모가 있을까?)와 눈(눈은 모든 부분이 제자리에 있지 않으면 결코 작동하지 않으므로, 점진적으로 진화될 수 없다)의 완벽성에 대해서 그러하다.

이에 반해 저자는 진화론은 산 반대편에 있는 완만한 오르막을 한 걸음씩 오르는 것이라고 비유한다. 자연 선택은 이렇듯 천천히 한 번에 하나씩 축적되는 과정이다. 그는 지적 설계자들의 주요 공격 대상인 날개와 눈의 진화 과정을 상세히 언급한다.

도킨스는 부모뿐 아니라 그 종의 다른 일원들과도 다른 괴물 같은 자손이 나오는 ‘대돌연변이(macro-mutation)’가 일어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는 스티븐 제이 굴드가 주창한 ‘단속평형설(punctuated equilibrium)’과 엄격히 구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단속평형설에 따르면 생물의 계통은 오랫동안 아무런 진화적 변화가 없다가 간간이 폭발적으로 일어나는 급속한 진화를 겪으면서 새로운 종이 탄생한다.

도킨스에 의하면 대돌연변이는 단속평형설과 달리 한 세대 만에 즉각적인 변화가 일어난다. 어떻게 보면 단속평형설 역시 특정 시점에서는 대돌연변이 형태로 발현될 수 있음을 부정할 수 없다. 두 이론은 급격한 진화론을 설명하는 틀에서 보자면 그 차이는 사소할 수 있다. 대학자 사이에 물러설 수 없는 학문적 자존심 때문일까?

특히 이 책이 지닌 강점은 지적 설계와 자연 선택간의 논쟁 핵심 주제였던 ‘날개’와 ‘눈’에 대한 논지에 있다. 도킨스의 책을 익히 봐왔던 독자라면 4강(날개는 어떻게 진화했을까?)과 5강(눈은 어떻게 진화했을까?)을 먼저 읽어도 좋겠다. 이 부분에 대한 고찰만으로도 일독할 가치는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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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곁에서 - 주말엔 숲으로, 두번째 이야기 마스다 미리 만화 시리즈
마스다 미리 지음, 박정임 옮김 / 이봄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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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다 미리의 작품은 무엇보다 담백하면서도 따사롭다. 그이의 만화를 보고 있자니 바쁜 일상 속에 뭔가 빠트린 게 없나 싶어 돌아보게 만든다. 그리고 잊고 있었던 소중한 것들에 살가운 시선을 보내게 된다.

 

이 작품은 『주말엔 숲으로』의 두 번째 이야기다. 당연히 주인공 하야카와와 그녀의 절친 마유미, 세스코도 등장한다. 이번에 달라진 것이 있다면 하야카와는 치과의사 마모루와 결혼해서 아들 타로를 두고 있다. 남편은 원래 도쿄에 있는 치과에서 근무하고 있었다. 어느 주말 바람을 쐴 겸 하야카와가 사는 숲에 하이킹을 왔다가 그녀를 만났던 것. 아들은 올해 일곱 살로 초등학교에 다닌다.

 

한편 새로운 인물도 등장한다. 타로의 학교 선생님 다카키 히노. 비록 출산 휴가 중인 담임을 대신해서 임시로 온 선생님이지만 아이들에게 의미 있는 것을 가르쳐 주기 위해 노력한다. 그녀에게는 다 큰 딸을 미주알고주알 챙겨주어야 직성이 풀리는 어머니가 있다. 효심에 어쩔 수 없어 하다가도 어머니의 그늘에서 벗어나고자 한다.

 

이야기는 하야카와의 가족, 타로의 학교 생활, 히노의 가족 그리고 하야카와와 친구들 사이의 에피소드가 하모니를 이룬다. 다양한 생명들이 숲을 이루어 조화를 이루며 공존하듯이.

 

▲푸조나무(왼쪽), 머귀나무

 

작가는 생태 학습장의 도슨트가 된 마냥 독자에게 숲의 지혜를 기꺼이 들려준다. 우선 흥미로운 나무가 눈에 띈다.  잎으로 손톱을 문지르면 반짝거리는 푸조나무,  잎에 글씨를 쓸 수 있는 다라엽 나무, 가지가 덩굴처럼 퍼져 있는 딱총나무, 오돌토돌한 게 공룡 등 모양 껍질을 갖고 있는 머귀나무, 아래쪽이 코끼리 다리 모양을 하고 있는 팽나무. 어라 이런 게 다 있었나 싶다.

 

나무만 있지 않다. 성충이 되면 아무것도 먹지 않고 교미만 하는 긴꼬리산누에나방, 1년에 10만 마리나 되는 벌레를 잡아먹는 박새, 먹는 것도 자는 것도 날아가면서 하는 칼새.

 


▲사쓰마아게(왼쪽), 요루노우메


섬세한 미감도 빼놓을 수 없다. 마루세이 버터샌드, 누아 드 뵈르의 피낭시에, 아케타테야의 어묵 사쓰마아게, 도라야의 양갱 요루노우메, 비론의 샌드위치 등 맛깔스런 풍미가 그윽하다. 어디, 일본에 가면 꼭 맛을 봐야지.

 

하야카와에게는 말하기 힘든 마음을 털어놓는 ‘친절한 나무’가 있다. 밤나무에 붙여준 별명이다. 어느 날 체코 여행을 홀로 다녀온 하야카와는 친절한 나무에게 고백한다. 어느 체코 음악회에서 들었던 모차르트 곡. 정말로 아름다워서 눈물을 흘리며 이렇게 아름다운 세상과 작별하는 것이 슬펐단다. 작가가 독자에게 건네는 감성 한 스푼, 위로가 되고 힐링이 된다. 그래, 이번 주말, 내 곁에서 함께 할 새 한 마리, 나무 한 그루 찾아나서볼까.

 

“열매를 맺지 않는 나무는 있어도 꽃이 피지 않는 나무는 없다. 상처가 있어도 살아가고, 제대로 싹을 틔우는 법을 배운다.”

 

▲한국의 독자들을 위한 마스다 미리의 엽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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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명화에는 비밀이 있다 - 화려한 빅토리아 시대, 더욱 숨어드는 여자 이야기
이주은 지음 / 이봄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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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영화감독 장 마크 발레는 2009년 영국 빅토리아 여왕의 성장기와 왕위 초기 과정을 닮은 《영 빅토리아》를 만들었다. 영화에서 빅토리아 여왕은 왕위에 오른 후 섭정을 염두에 두었던 어머니를 배제시키면서, 적극적으로 빈민 구제 정책 등 자신의 소신을 펴나갔다. 한편 외삼촌 벨기에 레오폴드 왕은 여왕을 견제하기 위해 앨버트 공을 소개한다.

 

여왕은 앨버트 공과 결혼한 후 외삼촌의 의도를 눈치 채고 권력을 나눠주지 않았다. 어느 날 여왕 외부 행차 때 앨버트 공은 몸을 던져 테러범의 총알을 몸으로 막았다. 드디어 공을 신임하게 된 여왕은 권력을 그에게 나누어주게 되었으니.

 

이후 여왕이 앨버트 공을 얼마나 극진히 사랑했는가는 널리 알려져 있다. 여왕은 왕으로서의 권위보다는 한 남자의 사랑받는 아내로서 일상적인 모습으로 그려지는 것을 선호했다. 에드윈 랜시어 경이 그린 〈모던한 시대의 윈저 성〉을 보자. 여왕은 남편을 반기면서 수줍은 듯 자그마한 들꽃 다발을 내밀고 있다. 입가에 미소를 머금고 눈길에 사랑을 가득 담아서. 

 

▲〈모던한 시대의 윈저 성〉(Windsor Castle in Modern Times, 1840~5, 왕실 컬렉션)

 

이주은 교수의 새 책이 나왔다. 이번 책은 2005년에 펴낸 『빅토리아의 비밀』을 토대로 다시 작업하여 ‘빅토리아 시대 여성’이라는 주제를 전면에 내세웠다.

 

책은 빅토리아 시대의 여자, 결혼, 매춘·스캔들 같은 정상과 비정상, 노동 그리고 레이디와 젠틀맨의 탄생 등 5개의 장으로 나누었다.

 

빅토리아 시대는 빅토리아 여왕이 통치하던 19세기 무렵(1837~1901)을 말한다. 이 시기 영국 사회는 결혼과 가족이라는 것이 인간을 바라보는 틀로 굳어졌다. 가족을 위해 성실하게 일하지 않는 남자는 낙오자 취급을 받는가 하면, 가정 외의 것에 관심을 두는 여자는 단번에 타락한 영혼으로 낙인 찍혔다.

 

당시 화가들은 풍습이나 종교적 색채가 짙은 상징을 널리 애용했다. 가령 정숙을 의미하는 사과도 자주 등장했다. 오거스터스 레오폴드 에그가 그린 〈과거와 현재 1〉은 아내가 남편 몰래 다른 남자와 정분을 통하다가 들통 난 모습이다. 두 쪽으로 쪼개진 사과가 테이블과 바닥에 흩어져 있다. 카드로 집을 짓고 있는 두 딸의 모습은 이 집안이 그 만큼 위태롭다는 것을 상징한다. 사실 그림 〈과거와 현재〉는 세 편의 연작이다.

 

그 다음은 장성한 두 딸이 어머니를 그리워하는 모습이고, 마지막은 집에서 쫓겨난 어머니가 집을 그리워하는 장면이다. 어머니는 혼외 정사로 낳았을 아이를 품고 있다. 두 딸과 어머니는 같은 달을 보고 있다.

 

▲〈과거와 현재 1〉(Past and Present, No.1, 1858, 테이트 갤러리)

 

▲〈과거와 현재 2〉(Past and Present, No.2, 1858, 테이트 갤러리)

 

▲〈과거와 현재 3〉(Past and Present, No.3, 1858, 테이트 갤러리)

 

존 에버렛 밀레이의 〈사과꽃〉(1856~1859 레이디 레버 아트갤러리)을 보자. 아직 꽃이 사과를 맺지 못했다. 소녀들은 한껏 풋풋한 젊음을 누리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런데 오른쪽 한 켠에 죽음의 사신이 들고 다니는 낫이 아닌가. 밀레이는 거칠 것 없는 젊음이라도 언제 죽음이 닥칠지 모르니 너무 방심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일러준다.

 

▲〈사과꽃〉(Apple Blossoms, 1856~1859, 레이디 레버 아트갤러리)

 

한편 빅토리아 시대에 유명했던 모델이 둘 있었다. 바로 엘리자베스 시달과 제인 모리스다. 엘리자베스는 화가들 사이에서 ‘리지’라는 애칭으로 불렸다. 엘리자베스는 화가 단테 가브리엘 로세티의 아내였고, 제인은 미술공예운동으로 유명한 월리엄 모리스의 아내였다. 로세티는 제인과는 평생 연인같은 친구로 지냈다. 로세티의 그림을 보면 신비한 얼굴을 한 제인을 모델로 한 작품들이 많았다. 엘리자베스는 존 에버렛 밀레이가 그린 〈오필리아〉의 모델이 되면서 널리 알려졌다.

 

▲〈오필리아〉(Ophelia, 1850, 테이트 갤러리)


빅토리아 시대는 엘리자베스 여왕이 이룩한 대영 제국의 후광과 19세기 산업혁명의 여파로 영국이 태평성대를 누리던 시기였다. 사람들은 달콤한 시절이 영원히 계속될 것처럼 열광했다. 1914년 제1차 세계 대전이 발발하면서 사람들의 꿈은 샬럿의 거울 처럼 무참히 깨져버렸다.

 

저자는 그래도 희망의 끈을 놓지 말자고 채근한다. 조지 프레드릭 와츠의 〈희망〉을 보면 두 눈을 천으로 가린 여자가 오직 한 가닥의 줄만 남은 리라를 안고 지구 위에 앉아있다. 리라는 속계에서 천상으로 연결되는 통로요, 영혼의 세계와의 소통을 돕는 악기다. 리라의 줄이 끊어졌다는 것은 육체가 영혼의 세계와 단절되었다는 의미다. 하지만 아직 한 가닥 줄이 남아 있으니 이 얼마나 희망적인가.

 

▲〈희망〉(Hope, 1885~6, 개인 소장)

 

세상이 온갖 마몬의 탐욕과 한편으로 굶주림이 판치고, 불화와 갈등으로 전쟁이 그칠 날이 없을지라도 빅토리아 시대의 노블리스 오블리제를 잊지 말자. 이것이 바로 아름다운 명화에 깃든 비밀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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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는 경제의 미래를 알고 있다
박종연 지음 / 원앤원북스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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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4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국내 은행이 벌어들인 이자수익은 지난해 2분기 대비 2000억 원 가량 증가한 8조 5000억 원을 기록했다. 현재 기준금리(1.25%)보다 작년 금리가 0.5%포인트 높았던 것을 감안하면 오히려 이자로 벌어들인 이익이 늘어나는 기현상이 벌어졌다.

왜 이런 현상이 생긴 것일까? 기사에 따르면 우선 고려해 볼 수 있는 것은 시중금리와 연동성이 적은 집단대출이나 장기간 이자수익을 얻을 수 있는 주택담보대출 규모를 키웠기 때문인 것으로 추정된다. 또한 한국은행에서 시중은행에 공급하는 중소기업대출 저리 자금(연이자 0.75%)을 3%대 고리로 대출한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 기준금리는 5년 전만 해도 3.0%대였다. 올해 6월 9일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연 1.5%에서 1.25%로 전격 인하했었다. 그렇다면 한국은행에서 말하는 ‘기준금리’는 무엇일까? 국내에서는 ‘환매조건부매매(RP, Repurchase Agreements) 7일물 금리’를 기준금리로 삼고 있다. ‘환매조건부매매(RP)’란 중앙은행이나 금융기관이 일정 기간 후 확정 금리를 보태 되사거나 파는 조건으로 거래되는 채권을 말한다. ‘기준금리’는 일종의 채권 금리인 셈이다.

 

 

저자에 따르면 금리는 경기 흐름에 동행하거나 후행하는 것이 아니다. 금리에는 미래의 경제 상황이 투영되어 있다. 금리 종류만 해도 수십 가지가 있다. 각 금리 간의 스프레드를 살펴보면 미래의 경제 상황을 예상해볼 수 있다. 현재 가장 많이 활용되는 것이 ‘국고채 3년 – 기준금리 스프레드’ 또는 ‘국고채 10년 – 국고채 3년 스프레드’다. 이런 장단기 스프레드가 확대된다면 미래에 금리가 상승하리라는 예상이 반영되는 것이며, 경제 상황이 금리가 상승한 만큼 성장률이 높아지고 물가가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이 반영된 것이다.

미국 연준(연방준비제도이사회)은 2015년 12월 16일 9년 6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0~0.25%에서 0.25~0.50%로 인상했다. 이후 추가 금리 인상 시기는 계속 늦춰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올해 말께 인상을 전망하고 있다. 문제는 금리를 인상하기 위해서는 고려해야 할 요소가 많다는 것이다. 미국경제는 신속한 구조 조정과 적극적인 경기 부양, 새로운 성장 동력 발굴 등으로 빠른 회복세를 보이고 있으나, 글로벌 경제 상황은 여전히 좋지 않다. 가령 미국 제조업과 수출 증가율이 둔화되면서 세계 통화정책의 추이를 함께 고려해야 하는 것이다.

우리 경제에 대한 저자의 전망은 어떨까? 그는 국내외적으로 장단기 스프레드가 축소 흐름을 보이고 있어 세계 경제의 저성장 기조가 계속될 것으로 본다. 국내적으로는 0%대 금리가 시간 문제로 보이며, 곧 성장률도 1%대로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

우리의 자세는 무엇일까? 저성장, 저물가, 저금리 기조를 받아들이고 이에 대비한 삶의 패턴을 변화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이 책은 금리와 통화정책에 대한 다양한 지식은 물론이거니와 국내외 경제에 대한 폭넓은 식견을 아우른다. 다가올 경제의 미래를 금리로 예측해 보는 통찰력은 빼놓을 수 없는 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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