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곁에서 - 주말엔 숲으로, 두번째 이야기 마스다 미리 만화 시리즈
마스다 미리 지음, 박정임 옮김 / 이봄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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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다 미리의 작품은 무엇보다 담백하면서도 따사롭다. 그이의 만화를 보고 있자니 바쁜 일상 속에 뭔가 빠트린 게 없나 싶어 돌아보게 만든다. 그리고 잊고 있었던 소중한 것들에 살가운 시선을 보내게 된다.

 

이 작품은 『주말엔 숲으로』의 두 번째 이야기다. 당연히 주인공 하야카와와 그녀의 절친 마유미, 세스코도 등장한다. 이번에 달라진 것이 있다면 하야카와는 치과의사 마모루와 결혼해서 아들 타로를 두고 있다. 남편은 원래 도쿄에 있는 치과에서 근무하고 있었다. 어느 주말 바람을 쐴 겸 하야카와가 사는 숲에 하이킹을 왔다가 그녀를 만났던 것. 아들은 올해 일곱 살로 초등학교에 다닌다.

 

한편 새로운 인물도 등장한다. 타로의 학교 선생님 다카키 히노. 비록 출산 휴가 중인 담임을 대신해서 임시로 온 선생님이지만 아이들에게 의미 있는 것을 가르쳐 주기 위해 노력한다. 그녀에게는 다 큰 딸을 미주알고주알 챙겨주어야 직성이 풀리는 어머니가 있다. 효심에 어쩔 수 없어 하다가도 어머니의 그늘에서 벗어나고자 한다.

 

이야기는 하야카와의 가족, 타로의 학교 생활, 히노의 가족 그리고 하야카와와 친구들 사이의 에피소드가 하모니를 이룬다. 다양한 생명들이 숲을 이루어 조화를 이루며 공존하듯이.

 

▲푸조나무(왼쪽), 머귀나무

 

작가는 생태 학습장의 도슨트가 된 마냥 독자에게 숲의 지혜를 기꺼이 들려준다. 우선 흥미로운 나무가 눈에 띈다.  잎으로 손톱을 문지르면 반짝거리는 푸조나무,  잎에 글씨를 쓸 수 있는 다라엽 나무, 가지가 덩굴처럼 퍼져 있는 딱총나무, 오돌토돌한 게 공룡 등 모양 껍질을 갖고 있는 머귀나무, 아래쪽이 코끼리 다리 모양을 하고 있는 팽나무. 어라 이런 게 다 있었나 싶다.

 

나무만 있지 않다. 성충이 되면 아무것도 먹지 않고 교미만 하는 긴꼬리산누에나방, 1년에 10만 마리나 되는 벌레를 잡아먹는 박새, 먹는 것도 자는 것도 날아가면서 하는 칼새.

 


▲사쓰마아게(왼쪽), 요루노우메


섬세한 미감도 빼놓을 수 없다. 마루세이 버터샌드, 누아 드 뵈르의 피낭시에, 아케타테야의 어묵 사쓰마아게, 도라야의 양갱 요루노우메, 비론의 샌드위치 등 맛깔스런 풍미가 그윽하다. 어디, 일본에 가면 꼭 맛을 봐야지.

 

하야카와에게는 말하기 힘든 마음을 털어놓는 ‘친절한 나무’가 있다. 밤나무에 붙여준 별명이다. 어느 날 체코 여행을 홀로 다녀온 하야카와는 친절한 나무에게 고백한다. 어느 체코 음악회에서 들었던 모차르트 곡. 정말로 아름다워서 눈물을 흘리며 이렇게 아름다운 세상과 작별하는 것이 슬펐단다. 작가가 독자에게 건네는 감성 한 스푼, 위로가 되고 힐링이 된다. 그래, 이번 주말, 내 곁에서 함께 할 새 한 마리, 나무 한 그루 찾아나서볼까.

 

“열매를 맺지 않는 나무는 있어도 꽃이 피지 않는 나무는 없다. 상처가 있어도 살아가고, 제대로 싹을 틔우는 법을 배운다.”

 

▲한국의 독자들을 위한 마스다 미리의 엽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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