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책방 갈 때가 되었다. 아니, 갈 때는 이미 조금 지났는데, 영 내키지가 않는다. 바로 이 책 때문이다.

저번에 헌책방에서 산 책이다. 한 번에 여러 권을 사지 않는데, 그날은 이것 저것 거의 3만원치를 사갖고 왔다. 헌책방에서 3만원치 사면 꽤 여러 권이 되어야 하는데, 남편이 헌책방 가격표로도 만원짜리인 책을 고르는 바람에 생각보다는 권 수가 적었다. ( 생각해 보니, 이 인간 그 책 사놓고 한 장도 안 들쳐보았다 @.@)
내심 읽고 싶었던 책이긴 했지만 두툼해 보이길래 아껴두고 날잡아 읽을 참이었는데...이것이 한 장 읽을 때마다 낱장이 떨어진다. 내용이 생각보다 술술 넘어가는 편인데 진도 나가기가 어렵다, 신경쓰인다. 나름대로 떨어진 장들을 딱 맞대어 테이프로 붙였다고 생각했는데 덮으면 표지 밖으로 마구 돌출해 나오는 속장들...내가 무슨 결벽증을 갖고 있는 사람은 아니지만...이건 아니다. 영 거슬린다. 그래서 헌책방 가기가 망설여진다.
일단 헌책방에서 사온 책들은 **크리너로 책의 여섯 면을 모두 닦는다. 앞, 뒤 표지만 닦으면 안 된다. 책의 속성상 세워 꽂기에 책의 윗면을 꼼꼼히 닦아야 한다. 가끔 이 책이 어디를 굴러다니다 왔나 싶을 때는 책을 잡은 손가락 끝이 간질간질거리는 느낌도 들긴 하지만...그래도 이 가격에 느긋하게 책을 읽고 책장에 꽂아두면 책의 내용이 오래도록 남아있는 기분이라서 도서관에서 빌려 있는 책하고는 영 다르다. 늘어나는 책 때문에 나도 헌책방에 내다팔까도 생각해 봤는데..진짜로 권당 오백원 쳐준단다...그냥 끌어안고 살기로 했다.
읽을 때마다 낱장이 떨어지더니 100페이지가 넘어가면서 그 현상은 없어졌다. 그러나 깨끗하게 안 덮여지고 비죽이 고개 내밀고 있는 속살들이 볼 때마다 신경쓰인다. 여지껏 헌책방에서 책을 사와도 이런 적은 없었는데, 한 번 이랬다고 헌책방 가기도 싫어졌다.

그런데, 도서관에서 빌려 읽은, 아주 깨끗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이 새 책이 만만치 않게 떨어진다. 정확히 다섯 장이 떨어지길래 자~알 붙여주었다. 이 책이 내가 산 책이 아니어서 좋다. 테이프로 땜빵하는 책을 꽂아두고 있지 않아서 좋다, 흐흐.
그러고 보니...내게 약간의 결벽증은 있나 보다. 낱장 떨어지는 책에 과민 반응하고, 그 꼴을 계속 안 봐서 좋다고 하고 있으니 말이다.
덧붙임: 첫번째 책은 450 페이지 분량에 130페이지 읽었다. 아직 뭐라 단언하기는 그렇지만, 소장 가치는
없을지 몰라도 한 번 읽어 볼 만한 책이다. 물론 기독교인들에게 한정해서^^
두번째 책은... 구입하기는 그렇지 않은가, 그냥 이렇게 사는 사람도 있구나 하면서 읽어볼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