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만의 규칙 생각하는 책이 좋아 1
신시아 로드 지음, 김영선 옮김, 최정인 그림 / 주니어RHK(주니어랜덤) / 2008년 3월
평점 :
절판


 

 주인공이 초등학생인 이책이 왜 중학생권장도서인지 무척 궁금했다. 그렇지만 다 읽고 나니 왜 수준을 그렇게 정해 놓았는지 알것 같다. 실제로 해마다 장애인의 날을 앞뒤로 하여 독서또는 글짓기같은 행사가 치러지지만 아이에게 마땅히 읽힐 책이 부족했었다. 여기 이책을 청소년에게 그리고 부모님들에게 적극 권하고 싶다. 이제 열두살인 캐서린은 여름방학을 맞이했다. 하지만 마음까지 털어놓는 친한친구는 이번여름에 아빠에게 가서 방학을 보낸단다. (미국의 평범한가정처럼 친구의 부모도 이혼을 했다) 모든아이들이 방학에 친한친구랑 아침부터 해질녘까지 붙어있고 싶을법한데 캐서린은 그것도 맘대로 안된다.그치만 옆집에 또래의 친구가 이사오게 되어서 무지 설레인다. 

 사실 캐서린은 범상치 않은 동생이 있다. 자폐증이라는 진단을 받은 데이비드. 데이비드는 다른 사람과 대화가 힘들다. 우리가 익히 듣고 보았던 자폐증이란 자신만의 세계에 갇혀서 살아가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캐서린은 동생과 대화하는 법을 알고 있다. 바로 자신이 정한 규칙을 동생에게 지키게 하고 동생이 광적으로 좋아하는 아놀드 로벨이라는 유명한 작가의 작품속 주인공들의 대화를 인용해서 서로의 감정을 나눈다. 하지만, 캐서린의 엄마는 서로의 이름을 부르며 대화하는 것을 가르쳐야 한다며 캐서린과 데이비드의 특이한 대화법(?)을 반대한다.  

 이책에 아주 중요한 매개체로 등장하는 아놀드 로벨이라는 작가의 작품은 우리에게도 친숙한 작품이다. 주인공이 개구리와 두꺼비인데 나의 딸도 이 시리즈를 아주 좋아라했다.  작가는 친구사이의 감정과 자신의 감정을  순수한 언어에 아주 잘 녹아들게 썼다. 사실 이 책에 갑자기 등장한 개구리와 두꺼비의 대화에 당황하지 않는 독자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읽으면 읽을 수록 데이비드는 자신의 감정을 개구리와 두꺼비가 했던 말로써 잘 표현하고 있다. 물론 캐서린도 동생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너무나 잘 표현되어지고 있고 말이다.   

 캐서린이 동생에게 알려준 규직중엔 마치 인생잠언처럼 들리는 것들도 있다. 예를 들면,

 "때로는 처한 상황에서 가능한 한 최선책을 찾을 수밖에 없다."라든지   "한가지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새로운 문제를 낳을 수 있다.",....등등. 이중에서 "늦는 것은 안 온다는 뜻이 아니다"라는 규칙은 늘 약속시간에 늦는 아빠를 기다리는 데이비드에게 캐서린이 수도 없이 쓰는 말이기도 하지만  데이비드는 결코 이해하지 못하는 규칙이기도 하다.  또한, "필요하면 다른 사람의 말을 빌려 써도 좋다."라는 규칙은 데이비드가  아빠를 기다를때 지나가는 차들을 세면서 내뱉는 말인 -온 세상에 단추가 널렸지만,내가 찾는 단추는 아무대도 없어(유명한 작가 아놀드 로벨의 동화책에 나오는 말)-라고 할때  데이비드가 찰떡처럼 잘 써먹는 규칙이다. 이렇듯 규칙하나하나가 부서질듯 위태로운 동생에 대한 누나의 애정과 관심이 담겨져 있다.

  자기몸을 스스로 움직일 수 없고 말을 하지 못하는 친구인 제이슨의 의사소통수단은 낱말카드이다.그 카드엔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단어가 몇개 없다. 우리가 아는 미묘한 감정의 표현들. 한가지 감정도 수많은 어휘를 선택해서 사용하는 보통사람과는 달리 제이슨은 다른사람이 제한적으로 만들어준 단어카드에서 자신의 감정을 선택해서 표현해야 한다. 그런 제이슨을 보고 캐서린이 나선다. 마음씀씀이가 보통이 아닌 아이인 캐서린은 자신의 그림솜씨로 다소 밋밋한 낱말카드를 섬세하고 다양한 그림으로 자신이 알고있는 수많은 단어들을 골라서 꾸며준다. 하지만 캐서린은 낱말카드엔 없었던 다양한 감정들을 실제 제이슨이 모를꺼라고 생각했나보다. 모든행동에 제약을 받는 평범하지 않은 제이슨에게도 수없이 복잡한 감정들이 이미 존재하고 다 이해하고 있었다. 캐서린만이 모를 뿐...

 참 사랑스럽고 믿음직한 캐서린은 엄마를 도와 통제불능인 동생을 돌볼줄 안다. 하지만 가슴한켠엔 엄마의 관심이, 아빠의 사랑이 동생데이비드에게만 편중되는것에 아픔을 느낀다. 여기서 하루하루 커가는 캐서린의 마음이 느껴진다. 이런 문제는 수많은 이런 가정들이 겪는 고통일 것이다. 그렇다고 캐서린의 엄마와 아빠가 전혀 캐서린을 배려하지 않는다는 말은 아니다. 실제로 동생데이비드가 치료를 받고 그것을 기다리는 동안에 엄마는 캐서린을 위해 책을 읽어준다. 어쩌면 그것만이 캐서린을, 캐서린만을 위한 애정의 표현이지 싶다.  

 이책의 작가인 신시아 로드는 실제로 자폐증을 가진 아이를 키우고 있다. 그녀도 자신의 아이와 이런 사랑스런 대화를 나눌까...궁금해지기도 한다.  작가는 이책에서 자폐증을 가진 아이가 있는 가족들이 일상생활에서 겪는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한다. 그리고 행복한 순간들과 가슴이 부서지는 것 같은 순간들도.... 이말에 참 가슴이 먹먹해 졌다. 책의 후반부에 캐서린이 데이비드가 치료받는 병원에서 알게된 아이인 제이슨과 함께 우정을 나누다가 자신이 사실은 얼마나 그동안 데이비드를 부끄러워 했었는가, 자신의 친구인 제이슨에게도 솔직하지 못한 감정을 갖고 있었는가를 깨달게 되는 부분이 있다. 캐서린은 자폐증인 데이비드가 다른사람의 주목을 끌거나,한바탕 소동을 벌일때, 말하지 못하며 혼자서 걷지못하고 때때로 발작을 하는 제이슨과 같이 있을때 다른 이들이 데이비드와 제이슨을 어떻게 보는지 이야기한다. 그들의 눈에서 애처로움과 동정과 그리고 무시....그런 모든것들을 보아왔을 것이다. 그저  극복이 되어지는 줄 알았다. 하지만 캐서린의 의식속에선 분노가 있었고 가슴이 저려오는 아픔을 느꼈던 것이다. 여기에서 나는 자폐증을 가진아이와 이아이의 가족이 느끼는 슬픔을 아주 절실히 느낄 수 있었다. 아픈가족을 돌보는 건강한 가족구성원, 그들에게서 늘 희망만이 존재하진 않는다는 것...끝내 캐서린은 옆집에 새로이사와서 친구가 된 크리스티에게도 솔직하지 못한것을 고백한다. 자신이 좋아하는 제이슨이란 아이는 말도 못하고 혼자 다니지도 못하는 것 때문에 같이 댄스파티에 갈수 없다는 것을 밝히지 못한것이 너무 부끄러웠던것이다. 그것을 깨달게 되는 계기가 제이슨의 질문속에서였다.  그냥 평범하고 건강한  친구와 몸이 불편해 자신의 도움이 절실했던 친구를 동시에 가지게 된 캐서린은 참 힘들었을 것이다. 어느 한쪽의 편에서도 설 수 없는 자신의 심정을 들키기 싫었을 것이다.   아마도 이 여름방학이 끝나면 자신의 감정을 하나도 숨기지 않아도 되는 진실한 친구에게는 이 모든것을 솔직하게 고백하고 한뼘 더 자란 여자로 성장해 있겠지...가슴속에 따스함이 밀려온다. 화이팅! 캐서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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