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 이른 무더위가 곧 시작되나 봅니다. 오늘부터 날이 많이 더워진다고 합니다. 날이 점점 더워지면 학부모님께서도 일하시는 게 더 힘들어지지 않으실까 하는 걱정과 함께 우리 반 녀석들이 그런 부모님의 고생을 조금만 더 알아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학부모님, 안녕하십니까? 이제 한 달 만에 두 번째 편지로 인사드립니다. 오늘은 우리 반 녀석들이 사는 얘기도 좀 해 드리고, 학부모님들께 고맙다는 말씀을 하려고 합니다.

  우리 반에서 4월에 있었던 가장 중요한 일은 지난 주(4월 30일-5월 3일)에 있었던 중간고사였겠지요? 3학년 첫시험이라 긴장한 표정이 역력했고 그 전에 대체로 열심히 공부도 했는데, 공부라는 게 금방 성과를 드러내는 게 아니라서 당장 이번엔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모르겠습니다만, 열심히 노력한 건 분명하니까 그 점은 인정해 주셔야 할 듯합니다. 담임인 저도 마음이 조마조마해서 시험내내 청소도 안 시키고 공부하라고 일찍 집으로 보냈습니다.

  또, 4월 18일에는 학력평가(모의고사)가 있었고, 그 결과도 얼마 전(4월 26일)에 학생 편으로 전해드렸습니다. 성적에서 가장 중요한 건 학생의 등급입니다. 모의고사 성적표를 모아두시고, 성적 변화를 꼼꼼히 살피시는 것이 필요하리라고 생각합니다. 부모님께서는 아무래도 학생의 등급으로 갈 수 있는 대학을 알고 싶을 듯한데, 예년과 달리 등급으로 지원하게 되는 이번 입시의 특성상 조금 더 기다리셔야 안내 자료가 나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제가 4월에 끝내려고 마음먹었던 개별 상담은 여러 가지 학교 일정으로 시간을 잡지 못해서 아직도 대여섯 명 정도가 남았습니다. 개별 상담을 통해 학생들의 생활 태도와 학교생활의 만족 정도, 진로와 흥미, 진학지도에 대한 기본 자료 등을 파악할 수 있어서 저에게는 아주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1차 상담이 끝난 후 6월부터 2차 상담도 계획을 하고 있습니다.

   지난 주 금요일인 5월 4일에 김해 연지공원으로 소풍을 갔었습니다. 겸해서 졸업앨범에 들어갈 개별 사진을 찍었습니다. 어색한 표정으로 서 있는 녀석들의 모습에서 우리 아이들이 참 순박하다는 생각을 다시금 했습니다.

  평소 우리 반의 자율학습은 교실에 25명 정도와 정독실에 7명이 꾸준히 공부하고 있습니다.(자율학습 없이 귀가하는 학생은 10명 정도입니다.) 휴무토요일이나 휴일(5월 5일)에도 한두 명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등교해서 오후 5시까지 자리를 지키며 공부해 왔습니다.

  앞으로 5월에는 여러 가지로 학교행사가 많습니다. 11일에는 체육대회가 있고, 15일은 스승의 날과 관련해서 언론을 비롯한 학교 안팎의 오해와 잡음을 해소하기 위해 휴무합니다. 24일은 ‘부처님오신날’이라 수업이 없고(학생들은 등교해서 자습합니다.) 6월 7일은 11월 15일에 실시하는 수능 예비시험인 모의수능시험이 있습니다.

  5,6월은 입시생이라는 부담감으로 잔뜩 긴장했던 3,4월 이후에 학생들이 슬슬 마음이 풀어지는 때입니다. 아울러 3학년 들어와서 단단히 마음먹고 지금껏 공부해 했는데, 막상 성적에는 별로 변화가 없어 낙심하거나 실망할 수 있는 시기입니다. 이래서 공부가 쉬운 게 아닙니다. 공부는 흐름이고 리듬입니다. 평소에 생활해 온 습관대로 꾸준히 공부하는 게 결국 좋은 성과를 내는 지름길입니다. 그러니, 이럴수록 더욱 단단하게 마음을 먹어야 합니다. 학부모님께서 학생과 충분히 이야기를 나눠주시고 격려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우리 반 학부모님께서 정기적으로 간식을 넣어주시는 것은 다른 반의 시샘을 약간 받고 있기는 하지만, 우리 반 학생들은 무척 좋아합니다. 아이들은 햄버거나 이런 것들도 잘 먹어서 좋은데, 저는 몸에 안 좋은 것 같아서 조금 걱정스럽습니다. 혹시 마음 상하는 아이들이 있을까봐 저는 일일이 어느 부모님께서 간식을 사주셨다는 이야기를 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래도 아이들에게는 부모님의 따뜻한 마음이 전해지리라 믿습니다. 앞으로도 사 주시는 간식은 맛나게 잘 챙겨먹겠습니다.

  담임 전화번호가 010-2564-OOOO인거 아시지요? 학생에게 아무 일이 없어도 가끔 전화해 주셔서 아이가 학교생활은 잘 하고 있는지 물으셔도 됩니다.

  다음 편지는 장마가 시작할 때쯤에 드리겠습니다. 그 때까지 학부모님께서는 건강하시고, 가정에도 평화가 행복이 가득하시기를 빌겠습니다. 늘 우리 반 일에 관심과 사랑을 보내주셔서 고맙습니다. 3학년 4반 담임인 느티나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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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글밭 나래, 우주인


 

관미헌-고사리를 바라보는 집


 

은방울꽃




애기나리

 

덜꿩나무


옥녀꽃대

 

맹종죽 숲길


 

맹종죽 숲길2

 

열심히 설명 듣는,  우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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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의 바깥은 없다

 

- 도 종 환

 

희망의 바깥은 없다

새로운 것은 언제나 낡은 것들 속에서

싹튼다 얼고 시들어서 흙빛이 된 겨울 이파리

속에서 씀바귀 새 잎은 자란다

희망도 그렇게 쓰디쓴 향으로

제 속에서 자라는 것이다 지금

인간의 얼굴은 한 희망은 온다

가장 많이 고뇌하고 가장 많이 싸운

곪은 상처 그 밑에서 새살이 돋는 것처럼

희망은 스스로 균열하는 절망의

그 안에서 고통스럽게 자라난다

안에서 절망을 끌어안고 뒹굴어라

희망의 바깥은 없다

 

[슬픔의 뿌리, 실천문학사,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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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성동맹과 함께 살기 - 고종석 시평집
고종석 지음 / 개마고원 / 2006년 9월
평점 :
절판


     조금은 슬펐다, ‘신성동맹과 함께 살기’(고종석, 개마고원)를 읽는 내내. 지금은 희미한 기억이 되고 말았지만, 나도 한 때는 참 좋은 사람을 알게 되었다고 생각했던 때가 있었다. 왜 좋은 사람을 알게 되면, 마음이 들뜨고 기분이 좋아져서 막 자랑하고 싶어지지 않는가? 나는 꼭 그 때가 그랬다. 그를 만났을 때. 헌신적이라고까지는 할 수 없었지만, 딴 사람이 내가 좋아하는 그 사람의 참모습을 몰라볼 때는 속상했고, 근거 없이 험담을 늘어놓을 때는 나라도 나서서 공박해 주고 싶은 욕망을 지그시 눌러야했다. 

   세월이 꽤 흘러, 이제는 희미한 옛사랑의 그림자가 되고 말아, 그와는 꽤 오래 전에 마음을 정리했지만, 그래도 누군가가 이미 그 사람에 대한 기대를 접었다고 말하는 것(심각한 표현으로는 ‘환멸을 느낀다’고 말하는 것)을 들어야할 때 내 머리와는 별개로 내 마음이 아리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나는 싫어졌지만, 다른 사람이 욕하는 것도 듣기 싫은 이 애증. 이런 애증을 불러일으키는 그가 바로, 노무현이다. 

   고종석의 ‘신성동맹과 함께 살기’에 실린 글의 배열은 원래 기고했던 매체에 발표된 시기의 역순이라고 했다. 이 칼럼들의 대부분은 현재 ‘노무현’에 대한 실망과 환멸의 원인을 찾아가는 과정이기도 하다. 지위에 어울리지 않는 언행의 가벼움, 지지자들을 배반하는 일관된 정책이 가장 큰 원인으로 지적했다. 대통령 노무현에 대한 실망감을 표현한 말이나 글은 시중에 이미 차고 넘침으로 내가 달리 덧보탤 말은 없겠다. 나 역시도 그러니까. 

   무척 놀랐다, ‘신성동맹과 함께 살기’(고종석, 개마고원)를 읽는 내내. 전부는 아니더라도,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읽으면서 자기 생각과 비슷하다고 느낄 것이다. 건강한 시민 의식이 갖춘 사람이라면-그러니까 이 정도 책을 읽겠지!-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상식’을 말하고 있으니까. 당연하면서도 읽을 때 놀랐던 사실! ‘타고나기를 우파’인 그의 생각이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자칭 ‘우파’라는 사람들과는 매우 다르다는 것이다. ‘보수’할 것이 아무 것도 없는 사람들이 ‘보수’한다고 떠드는 게 말도 되지 않는 소린 줄 잘 알고 있으면서도 이제는 너무 많이 들어서 그냥 ‘보수’라고 불러줘도 되지 않을까, 생각해 보다가도 진짜 이런 ‘우파’를 만나고 나니 더더욱 그들이 ‘보수 우파’가 아님이 드러나고 만다. 아무래도 이념상 ‘중도 좌파’인(좌파적인 정책을 추구하는) 민주노동당은 가만히 놓아두고, ‘열린우리당’을 좌파라는 딱지를 붙여 부르는(그냥 싫고 짜증나서 부른다고 한다.) ‘극우주의자’들의 말은 자기 자신의 정체성보다 제법 왼쪽으로 치우쳤다.(행동이나 이념은 극우파, 말은 자칭 ‘우파’니까 그들의 말은 그들의 생각보다 더 ‘좌편향’이다.) 

   책을 다 읽고 나서는 그의 글에 열광하는 독자들이 꽤 많다는 사실을 새롭게 알고 놀랐다. 언젠가 한겨레신문에 한국의 글쟁이,에 나온 거 같아서 검색했더니, 역시나 만만찮은 독자를 거느린(?)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칼럼니스트이자 작가이자, 언어학자라는 소개가 나왔다. 그는 스스로의 정체성을 문화전달자,라고 했다던가? 나도 앞으로는 고종석의 책을 구해서 읽게 될 것 같다. 늦게 만났지만, 차분하게 그의 지적 영역에 발을 들여놓고 싶다. 퍽 유쾌하지는 않아도 내 생각을 다잡고 자신을 돌아보는데 적지 않은 도움이 되리라 믿는다.   

   잘 모르겠다, ‘신성동맹과 함께 살기’(고종석, 개마고원)를 읽는 내내. 그의 글에는 대체로 ‘한국어를 가장 정확하게 구사한 글’이라는 찬사가 붙는다. 나는 우리말 지킴이 축에는 전혀 들지도 않지만, 그래도 가르치는 과목이 과목인지라 특히 주의해서 읽게 된다. 그런데, 내 감각이 많이 부족한 탓이겠지만 사실 정확한 한국어로 쓴 글이 어떤 글이지 아는 것도 쉽지가 않다. 다만 내 나름대로 소박하게 그의 글을 읽는 느낌을 말해 본다면, 문장을 다 읽은 후에 그 문장이 무슨 뜻인지 몰라서 다시 읽는 경우가 거의 없는 게 좋았다. 또 마음속으로  책을 읽을 때 특별히 눈에 거슬리는 표현이 없다는 점도 편안했다.

 한국어를 정확하게 쓴다는 글에 대한 찬사로는 어쩌면 이 정도로 충분한 것일까? 턱없이 소박한 것일까? 나는 잘 모르겠다. 아무튼 제대로 된 독자를 만나지 못한 그의 책이 정당한 평가를 얻지 못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 그러나 아둔한 독자를 만난 그의 책을 탓하랴? 원래 타고나기를 이렇게 생겨먹은 나 자신을 탓하랴?

* 뱀발 - 글샘님의 감식안을 늘 존중하지만, 고종석에 대해서 만큼은 선생님의 안이 틀렸기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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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4-27 16: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느티나무 2007-04-27 16: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런데, 책은 좋은 책입니다.^^ 세상에 대한 혜안을 갖게 해 주지요.

waits 2007-04-28 13: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노무현'이라는 대상에 대한 열광과 환멸에는 공감하지 않지만, 그 자리에 누가 들어가건 크게 다르지 않을 것 같아요. 고종석씨의 책은 어쩐지 골치(?) 아플 것 같아서 묵혀뒀었는데, 느티나무님 글을 보니 읽어봐야겠다 싶어지네요. 잘 읽었어요. ^^

느티나무 2007-04-28 23: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어릴때님, '노무현'이라는 대상에 대한 열광과 환멸에는 공감하지 않는다는 말을 존중하지만, 그런거라도 없으면 세상 사는데 '재미'가 없지 않나요?(너무 가볍게 읽히지요?) 네, 신성 동맹과 함께 살기, 저는 재미있게, 단숨에 읽었어요.

waits 2007-04-29 15: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핫. 그렇게 되는군요, 대선후보 혹은 노무현이라는 포지션과 인물에 대해 말씀드린 거였는데... '누군가'에 대한 열광의 '재미'에 대해서는 왕공감하지요, 거의 제 숨줄인걸요...^^;;
부천은 날씨가 무지 좋아요. 부산은 어떤지... 주말 잘 보내세요!

느티나무 2007-04-29 21: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런데, 돌이켜 생각해 봐도^^ 그 땐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고 할까요? 글쎄, 문제가 무엇인지...어디서 무엇이 잘못 된 것인지 솔직히 잘 모르겠군요! 부산도 오늘 날씨가 아주 좋았습니다. 애기 데리고 산책 나갔었어요.(우리는 자가용이 없기 때문에 나가도 집앞의 놀이터(?) 정도랍니다.) 바람도 살랑 불고 그러니까 녀석이 자울자울 조는거 있지요. 옛날에 가르쳤던 녀석들과 옛날 얘기하면서 놀았어요. 저의 행복했던 휴일이 나어릴때님 덕인거 같네요. 고맙습니다.
 

   안녕, 설레고 떨리는 첫모임! 열심히 해 보겠다는 의욕이 앞설 거야. 자, 자,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히고 조용히 시작해보자. 사실 모임의 예년에 비해 꽤 늦어서 나도 조바심이 난다. 그래도 이제부터라도 꾸준히 간다면 못할 것도 없지! 자, 잔소리는 여기까지!!

   처음으로 읽을 책은, 유진과 유진, 여러 번의 고심 끝에 고른 책이야. 우리가 어떤 이야기로 모임을 시작해야 할까 오래 생각했거든. 중학교 여학생들 이야기. 너희들이 지나온 시절이지. 그 시절을 거쳐 왔기 때문에 약간은 유치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어른이 돼서 읽는 이 책은 또 다른 의미가 있거든.

   나는 너희들이 어떻게 여기, 이 자기에 서 있는지가 궁금하단다. 사는 건 상처받는다는 것이거든. 살다보면 누구나 자잘한 상처를 안고 살지. 그래서 너희들이 지금까지 겪었던 상처에 대해서 이야기해 보고 싶어! 물론 이 책에서 나온 얘기처럼 큰 사건을 기대하는 것은 아니야. 그냥 남들이 보기엔 사소한 것일지라도 자기 마음속에 남아있는 무엇! 그 마음속 얘기를 꺼내보는 거지. 공책이나 컴퓨터로 정리해서 와야 한다. 그리고는 파일을 만들어 보관하면 좋겠다. 아직 낯선 얼굴들을 보며 말하기는 조금 어려울 수도 있겠다. 근데, 반대로 더 친해지면 말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거든. 그러니까, 네 마음에 담고 살아가는 얘기, 가 있으면 해 줘!

   다른 하나, 나의 ‘중학교 시절’의 명장면을 뽑아 오는 건 어떨까? 내 마음에 남아있는 최고와 최악의 순간들! 각각 3개씩만 적어오면 좋겠다.

   책 재미있게 읽으렴^^ 가끔 내 자리로 놀러와 주면 더욱 좋고!! 다음 모임은 4월 17일에 해야 할 것 같구나! 책도 늦었고, 수련회도 있다니까, 다른 날 잡기도 어렵네. 그리고 임시로 잠깐 모이는 건 다음 주 화요일, 저녁 9교시로 할게<1시간만 내주면 좋지~!!수련회 가는 사람은 할 수 없고!!> 회원가입 빨리 해 주고, 전화번호 목록도 만들자!! 궁금한 점은 언제든지 찾아와서 물어줘. 안녕. 오늘 하루도 행복하게!!         

           <느티나무로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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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4-25 21:13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