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도 바빴다. (난 왜 늘 이렇게 바쁘다고 말하는지...)

   토요일에도 보충 수업은 5시간이나 있었다. 계속 이어지는 5시간 연속 수업! 거의 죽음이다. 그래도 실제로 수업할 때는 별로 힘들지는 않다. 내 집중력을 최대한 뽑아야 하는 시간이니 수업이 끝나면 기운이 빠져나간다. 잠시 도서실에 앉아 쉬기도 하고, 찾아오는 아이들에게 책도 빌려 주느라 도서실에서 보냈다.

   점심시간도 훌쩍 지난 시간. 어쩔까 하다가 모처럼 자장면이 먹고 싶었다. 근처 중국집에서 자장면을 먹고 서둘러 나섰다. 이제는 공부방에 가야할 시간. 회의 시간까지는 여유가 있었지만, 빨리 올라가서 쉬고 싶었다. 공부방에 도착하니 30분의 여유가 있었다. 잠이 쏟아졌으나 선생님들과 수녀님들과 잠깐 이야기를 하고 나니, 회의 시간이었다.

   회의의 주요  안건은 여름캠프 계획을 최종 점검. 그래도 다들 제 일처럼 꼼꼼하게 챙겼으니 큰 문제점은 없을 것 같다. 게다가 이번 캠프는 선생님들이 운영하는 것이 아니라, 위탁 캠프이나 별다른 문제도 없을 것이다. 다음 주 시작이면 나는 부안에 있을 것이다.

   저녁 7시에 학급운영모임 1학기 뒷풀이가 있었다. 원래는 오후부터 모여서 마무리를 하기로 했으나 다들 시간이 부족한 탓으로 저녁 7시에 모이기로 했다. 우선 간단한 저녁을 먹고, 부산의 '금강공원'을 산책했다. 학급운영모임 선생님들이 모이면 왜 그렇게 웃을 일이 많은지. 함께 있는 내내 깔깔거리면서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

   시간이 많이 지났지만 분위기가 달아오른 우리들은 금련산에서 시내 야경을 보기로 했다. 거리가 제법 멀었지만, 무슨 대수랴? 금련산에 오르니 계절이 앞서가고 있었다. 서늘한 바람이 불어오고, 사람들도 제법 많았고, 특히 어제는 보름이라 달도 훤했다. 더위를 시원하게 날린 모처럼만의 모임이었다.

   이제는 집에 돌아가야 할 시간. 집에 돌아올 때는 기운이 다 빠져서 마음이 가라앉았다. 그 덕분에 오늘은 아무 생각도 없이 푹 쉴 수 있었다. 오전에는 집에서 뒹굴다가 오후부터는 집안 대청소를 하고 났더니 땀이 삐질삐질... 그러다 창문을 열어놓고 보는 지금, 하늘은 파랗다. 기분 좋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kimji 2004-08-01 18: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학교 선생님과 비교할 수는 없지만, 저도 강행군,이라는 걸 해본적이 있었습니다. 일요일 보강을 새벽 6시부터 밤 9시까지 했던 적이 있었죠. 나중에는 제가 무슨 말을 하는지조차 모르게되더군요. 거의 초인적이었다고 할까요. 수업의 질적은 부분은 차치하고, 이런 사교육 시스템에 대해 많은 회의를 느끼곤 했었죠. 음, 그리고 그 다음 날은 정말 날계란을 먹고 출근을 했다죠. 님의 서재를 통해 학교와 학교선생님의 일상을 읽으면서 가끔은 부러움도 느끼고, 가끔은 안타깝기도 하고 그랬습니다. 저야 사교육에 잠시 일을 했던 사람이어서 잘은 모르지만, 변하지 않는 생각 중에 하나는, 우리나라 공교육 선생님들이 모두 느티나무님같기만 하다면야, 아니, 느티나무님 반만큼이나 한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저는 사립을 다닌 적은 없습니다만, 제가 부대꼈던 아이들은 사립고등학교 학생들이었고, 그네들이 여직도 개선되지 못하는 학교시스템 속에서 힘겨워하는 걸 목도할 때마다 그런 생각이 들었더랬습니다. 느티나무님 같은 선생님이 많다면- 하는 생각 말이죠.
보충수업을 하시고 계시죠. 선생님도 아이들도 참 힘겨운 계절이에요. (그래도 요즘은 학교에 에어컨이 있다면서요! 하하, 저와 비교할 수는 없지만 제가 고등학교 시절에는 교실에 선풍기가 좌우 두 대가 다였거든요. ^>^ ) 그러니 더더욱 힘 내시길요.
부안,에 가시는군요. 내소사와 갯벌, 새만금공사 반대하는 설치미술이 그 부안에서 보았던 기억이 어렴풋이 납니다. 건강하게 잘 다녀오시길요. 그리고, 언제나 단아하고 정갈한 님의 사진도 기다릴게요.
아, 주말도 잘 보내시고요!

느티나무 2004-08-01 19: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 부안은 한 주 더 남았는데, 제가 표현을 잘 못 했군요.
학교는 참 변하지 않는 것 같아요. 교무실의 책상과 교실의 에어컨만 달라졌다면 너무 심한 걸까요? 교장-교사, 교사-교사, 교사-학생의 관계에 대한 방식은(혹은 개념은) 정말 원시적이라고 할 수 있지요. 이렇게 바뀌지 않는 걸 보면 사람의 문제도 있지만, 시스템의 문제가 크지요. 고등학교에 에어컨이 먼저 설치되는 건 오로지 보충수업 때문이겠지요. 그런 점에서 보면 씁쓸하구요. 아무튼 과찬하셔서 제가 몸 둘 곳을 모르겠지만, 더 아이들과 함께 성장할 수 있도록 고민하라는 격려의 말씀으로 듣고 마음에 담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종례

- 도종환


얘들아 곧장 집으로 가지 말고
코스모스 갸웃갸웃 얼굴 내밀며
손 흔들거든 너희도 코스모스에게
손 흔들어 주며 가거라
쉴 곳 만들어 주는 나무들
한 번씩 안아 주고 가라
머리털 하얗게 셀 때까지
아무도 벗 해주지 않던
강아지풀 말동무 해 주다 가거라


얘들아 곧장 집으로 가
만질 수도 없고 향기도 나지 않는
공간에 빠져 있지 말고
구름이 하늘에다 그린 크고 넓은 화폭 옆에
너희가 좋아하는 짐승도 그려 넣고
바람이 해바라기에게 그러듯
과꽃 분꽃에 입맞추다 가거라


얘들아 곧장 집으로 가
방안에 갇혀 있지 말고
잘 자란 볏잎 머리칼도 쓰다듬다 가고
송사리 피라미 너희 발 간질이거든
너희도 개울물 허리에
간지럼 먹이다 가거라
잠자리처럼 양팔 날개 하여
고추밭에서 노을지는 하늘 쪽으로
날아가다 가거라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이유미, 지오북, 2004

   세월을 살면서 허송하지 않고 잘 쌓아온 이들을 두고 연륜이 있다고 합니다. 나이테를 말하는 것이지요. 나무의 삶이나 우리의 삶이나 좋고 편안한 시간들과 어둡고 힘든 시간의 반복으로 이루어지는 것인가 봅니다. 오늘, 이 겨울나무들의 나이테를 보면서 대견한 것은 모진 겨울에도 나무는 더디지만 자라고, 그 세월 속에서 더욱 견고해진다는 사실입니다.

   한 해가 서서히 끝을 향해 합니다. 혹 지난 시간들이 너무 힘겹다고 느껴지는 분이 계시다면 추운 겨울 끝에 다시 찾아오는 좋은 시간들이 있다는 사실을, 그리고 세월을 겪어낸 나무들만이 큰 그늘을 드리우는 아름다운 나무로 커간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생각하시고 남은 시간을 잘 마무리하시기 바랍니다.

121-122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가을 우체국 앞에서

김현성 작사/ 작곡, 윤도현밴드 노래

 

가을 우체국 앞에서 그대를 기다리다 노오란 은행잎들이 바람에 날려가고

지나는 사람들같이 저 멀리 가는걸 보네 세상에 아름다운 것들이 얼마나 오래 남을까

한여름 소나기 쏟아져도 굳세게 버틴 꽃들과 지난 겨울 눈보라에도 우뚝 서 있는 나무들 같이
 
하늘 아래 모든 것이 저 홀로 설 수 있을까

가을 우체국 앞에서 그대를 기다리다 우연한 생각에 빠져 날 저물도록 몰랐네

세상에 아름다운 것들이 얼마나 오래 남을까 한 여름 소나기 쏟아져도 굳세게 버틴 꽃들과

지난 겨울 눈보라에도 우뚝 서있는 나무들 같이 하늘아래 모든 것이 저 홀로 설 수 있을까

가을 우체국 앞에서 그대를 기다리다 우연한 생각에 빠져 날 저물도록 몰랐네

날 저물도록 몰랐네...

 

 * 아무리 더워도 곧 가을은 온다. 가을 냄새, 미리 맡아 보시라.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알라딘 서재 달력을 보니 이번달은 모든 숫자 밑에 밑줄이 그어져 있다. ㅋㅋ 7월은 알라딘에 개근했구나!! 한편으로는 뿌듯하기도 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무엇을 한다고 저랬나? 싶기도 하다. 그 시간에 책 한 자 더 보는 게 낫지 않았을까? 그래도 과연 책을 보았을까? (참! 마지막날까지 써야 개근이다.)

 - 나 같은 사람이야 주간 서재달인에 들 가능성이 없으니 개근상이라도 받고 싶은데... 알라딘에서 출혈이 너무 심할까? ㅋㅋ


댓글(4)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2004-07-30 01: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아영엄마 2004-07-30 02: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내일이면 개근이시네요..저는 하루 빠져 먹었는데..^^;; 사실 서재 마실 다니다 보면 책을 덜 보게 되긴 하더군요.. 제가 바로 그짝입니다. 요즘 책을 안봐요!! 큰 일이다.. 자제를 해야 할가 봐요..힝

2004-07-30 10: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nrim 2004-07-31 11: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정말 개근이네요~~ 추캬추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