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에 송승훈선생님의 강의록(페이퍼, 배우며 가르치며를 참고하면 된다.)의을 읽고, 나도 그냥 이렇게 지낼 수만은 없겠다 싶어서 아이들과 함께 책을 읽어보기로 결심했다. 보통 때는 마음만 먹고 마는 일이 부지기수지만, 어쩐 일인지 이번에는 당장 실천에 옮기려고 노력했다.

   우선 아이들에게 독서교환일기의 취지를 설명하고, 희망하는 학생은 나에게 개인적으로 와서 신청하라고 했다. 그러면서 은근히 너무 많이 몰려오면 어쩌나 싶어서 걱정이 되기도 했다. 그날 바로 오라고 하면, 즉흥적으로 결정해서 뒷감당을 못할 것 같아서 잘 생각해 보고, 오늘(목요일)까지 신청하라고 했다.

   많이 몰려올 것 같다는 나의 불길한 첫 예감은 점점 아무도 안 오는 거 아냐? 하는 불안감으로 바뀌었다. 오늘까지 마감하기로 했는데, 지금껏 신청한 학생은 딱 2명! 내가 수업을 들어가는 여덟 개 반 중에서 한 명이 왔고, 보충수업만 들어가는 반에서 얘기했는데, 한 녀석이 더 찾아왔다. 처음 독서교환일기장을 쓰려고 했을 때 한 스무 명 정도만 오면 딱 좋겠다고 생각했건만, 그 1/10의 학생만 온 셈이다. (적어도 좋지만, 혜택이 소수에게만 돌아가는 것 같아서 안타깝다.)

   무엇이 문제였을까? 내가 처음부터 너무 까다로운 조건을 제시해서 그렇나? 매달 내가 추천해 주는 세 권 이상의 책을 읽어야 한다. 어쩌면 책값이 좀 들지도 모른다. 독서교환일기장을 쓴다고 해서 주어지는 혜택은 아무 것도 없다. 단, 길게 본다면 이런 것이야 말로 제대로 공부하는 길이라고 믿는다. 중간에 그만둘 사람은 아예 하지 마라. 내년 2월까지 쓸 수 있는 사람만 와야 한다고 말했던 게 학교 공부를 병행해야 하는 아이들에게 너무 부담스러웠을까?

   나는 아이들의 자발적인 모습을 볼 때 가장 기분이 좋다. 모두가 망설이고 있을 때, 스스로 나서는 아이들이 예쁘다.(노래도 조례시작,도 꾸준히 하고 있는데, 다음에 할 사람? 하고 물으면, 손을 번쩍 드는 녀석이 참 멋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내심 이런 까다로운 조건을 내걸었어도, '그래도 제 발로 찾아오는 녀석들이 있겠지'하는 생각을 했었다. 이 계획은 처음부터 강제로 쓸 생각도 없었고, 그럴 수도 없는 성격의 '프로젝트'다. 어쩔 수 없지만 이 두 명의 학생들에게 내가 가진 공력을 들여야 할까 보다. 이 두 녀석이라도 끝까지 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힘내자, 아자!

  • 독서교환일기장이란

   내가 책을 추천할 때, 그 책을 읽으면서 생각할 거리들을 그 학생의 공책에 적어준다. 그러면, 그 학생은 책을 읽으면서 생각거리를 정리하고 자신의 느낌이나 의견을 덧붙여서 자유롭게 써서 공책을 나에게 주는 것이다. 그러면 나는 그 공책을 읽으면서 내 생각을 보태고, 평가를 써 준다. 그래서, 한 권의 책을 정리해 두는 것이다.

    그 다음은 다시 읽을 책을 추천하고 생각거리를 붙여서, 그 공책을 주인에게 건네는 것이다. 이 과정이 열 흘 간격으로 반복되어야 한 달에 세 권의 책을 읽게 된다. 그러면 내년 2월까지는 두 녀석은 서른 권의 책을 읽고 자신의 생각을 정리한 공책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

   이 독서교환일기장을 쓰려는 이유는, '제대로 된 책을 제대로 읽어야 한다'는 송승훈선생님의 글 때문이다. 제대로 된 책을 아이들에게 읽히고, 그 책을 가지고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 이 일기장을 통해 아이들의 생각을, 삶을 들여다 볼 수 있고, 공감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예를 들면, 공지영의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을 읽으라고 하면서 사형 제도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만약에 그 남자 주인공이 사람을 죽였다면 네 생각은 어떻게 달라졌을지?를 물어볼 수 있을 것 같다. 물론, 이 책을 읽은 느낌을 물어보는 건 기본이고... 아직 생각이 명쾌하게 정리되지 않았으나, 아이들과 같이 시작하면서 차츰 나아지리라고 본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BRINY 2006-05-11 22: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 아이디어를 실천에 옮기고 계시네요. 저도 2~3명 대상으로 해보고 싶어지네요.

느티나무 2006-05-14 00: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쩌다 아주 가끔씩 실천에 옮기지요. 그러면 이런 곳에다 냉큼 '자랑질'을 하구요.ㅎ BRINY님과 같이 하면서 서로 응원하면 더 좋을 것 같은데... 나중에 좀 쓰고 나면 다시 상황을 알려드릴게요. ㅋ
 

   중간 고사가 끝난 학교는 어딘가 어수선한데다가 갑작스러운 체육대회 예선 때문에 시끌벅적하다. 게다가 오늘은 X -RAY 촬영도 한다고 했더니 우리반 한 녀석이 "와~ 오늘은 공부 안 하는 날이네요!" 이랬다. 오늘 어버이날인데도 조례시간에 그 얘긴 한 마디도 못 했다.

   오늘은 좀 예민한 날인가 보다. 수업하러 계단을 올라가는데 나를 빤히 보고도 지나치는 녀석을 보고 있자니 속이 팍 상한 일도 있었고, 수업 시간에 엎드려 있는 녀석을 깨우다가 약간 반항적인 모습을 보인 녀석과도 한 판 했다. 사실, 이런 일이 있으면 마음도 무척 힘든데, 다행스럽게도 마무리가 잘 된 것 같아서(나만 그렇게 생각하나?) 다행스럽기는 하다.

   우리반 녀석들은 체육대회 하는 날 입을 반 티셔츠를 산다며 나갔다고 오겠다고 한다. 뭘 입을 거냐고 물었더니 꽃무니 티셔츠에 통치마를 입기로 했단다. 나야 뭘 입어도 괜찮다만 솔직히 돈이 좀 아깝다는 생각과 가정 형편이 어려운 아이들에게 부담이 가지 않을까 내심 걱정도 된다. 이런 내 걱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녀석들은 오늘 반티셔츠를 기어코 사러나갈 작정을 했나 보다. (얼굴에 모두들 화색이 돌고 있다.)

   소풍 장소도 정해야 하는데, 아이들이 선택한 강서체육공원과 해운대-동백섬이 영 마음에 들지 않는다. 어떻게든 일찍 마치고 피시방으로, 시내로 나가려는 녀석들과 그런 녀석들을 붙들고 어떻게든 놀아 보려는 내 마음의 대치 상태가 약간의 긴장감을 조성하고 있다. (작년에 소풍 가서 4시까지 놀때는 그렇게 싫다더니만, 이번에 다른 반이 된 녀석들이 그 반에서 끝까지 놀아야 한다고 우긴다나 어쨌다나! 하여튼 남들은 우스울지 몰라도 나는 좀 씁쓸하다.)

   그러나 저러나 오늘은 야자감독이다. 처음에 봤을 때는 내가 아니어서 당연히 오늘은 아닌 줄 알고 있었는데 혹시나 싶어서 확인해 보니 오늘 자율학습 감독이다. 어제 장모님을 뵙고, 오늘은 우리 집에 가기로 했는데... 어쩔 수 없지~! 야자를 마치고 잠시 들러야겠다. 그런데 오늘 녀석들이 무지하게 떠들텐데... 에휴! 힘들겠다. 내가 권해준 책이나 열심히 읽는다면 얼마나 이쁠까? 하는 부질 없는 생각을 해 본다.

   자율학습 감독이라는 말이 희한하다는 생각도 이젠 들지 않을 정도로, 모든 일에 둔감한 '그저 그런' 선생이 되어 가나 보다.

 


댓글(3)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해콩 2006-05-08 16: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 제 마음을 표현한 것 같아요. --; 씁쓸.. 소풍지 결정이든 다른 일로든..

BRINY 2006-05-08 17: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 마음도...오늘은 수업도 보충수업도 하기 힘들었는데, 6교시엔 지나가시던 교감 선생님한테 찍혀서 쪽지도 날아오고...교실문 앞뒤 다 열고 마이크로 수업하시는 선생님보단 옆반에 피해 덜 입혔다고 생각했는데...어헝...중간고사 기간 이후 첫 야자 감독이기도 하구요.

느티나무 2006-05-08 23: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감독 끝나고 집에 왔어요. 이놈의 마른 기침이 끊이질 않네요. 아, 좀 전에 본 신문기사가 사람의 마음을 답답하게 하더니만^^ 제가 오늘 그랬다니까요, 중간고사 후 첫 야자 감독말이지요! 같이 기운 냅시다. 아자~!
 
허삼관 매혈기
위화 지음, 최용만 옮김 / 푸른숲 / 2007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얼마 전에 허삼관 매혈기를 읽었다. 이번이 두 번째였다. 같은 작가의 다른 작품인 ‘살아간다는 것’이 먼저였는지 아니면 이 책이 먼저였는지 지금은 잘 기억이 나지 않으나 아무튼 누군가로부터 ‘허삼관’은 아주 우습고 진지하고, 재미있고 눈물이 ‘핑’ 도는 이야기라는 말은 듣고 읽었던 것 같다.

   그러나 ‘살아간다는 것’의 감동에 묻혀서 ‘허삼관’은 상대적으로 내 기억 속에서 금방 묻혀버렸고, ‘허삼관 매혈기’를 읽고 있는 다른 사람들에게는 ‘나도 그 책 읽어봤는데, 괜찮던데…’라고 말하고는 했지만 줄거리조차 가물가물한, 과시용 책이었다.

   좀처럼 읽은 책을 다시 펼치지 않지만, 아이들과 독서토론을 하기 위한 책으로 이 책을 골랐기 때문에 또 한 번 읽었다. 새롭게 읽으면서 내가 ‘허삼관 매혈기’의 내용을 거의 기억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러면서도 남들에게는 책을 읽었다고 폼을 잡았으니 이제야 부끄러움을 알게 되었다.

   남들은 이 책을 읽으면서 자주 웃기도 했다는데, 나는 전혀 웃음이 나오지 않았다. 재미있다고 말하는 사람도 많던데, 그 재미의 의미를 구체적으로 들었으면 좋겠다. 재미야 눈물이 나서일 수 있고, 웃음을 주기도 해서 있고, 교훈을 주기 때문일 수도 있지 않겠는가?


   먼저 평등에 대한 이야기라는 점에서 이 책을 읽고 든 내 생각을 말해 보고 싶다. ‘허삼관’의 판단대로 본다면 지금 우리 나라는 무척 살기 힘든 곳일 거다. 우리 모두가 가난했던 그 때(?)를 동경하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그 때는 ‘허삼관’식으로 본다면 나름대로 평등했던 시대였을 테니 말이다. 그러나 우리 모두가 조금은 풍요롭게 된 지금, 우리의 현실은 오직 죽음 앞의 평등 밖에 남은 게 없을 않을까 싶다. 오늘 이 땅을 살.아.가.야.만. 하는 ‘허삼관’은 분노했을까? 아니, 희죽 웃었을까?

  '허삼관'에게 ‘매혈’은 어떤 의미일까? 나는 이 책을 덮고 되돌아보면 희미하게 떠오르는 단어가 바로 ‘인생’이다. (이 단어는 이 소설을 쓴 작가의 4년 전 소설-살아간다는 것-을 장이모 감독이 영화화한 ‘인생’이라는 작품의 제목이기도 하다. 어딘지 그 작품의 주제와 비슷하기도 하다.) 피를 팔아서 아내를 얻고, 집안의 경제적 위기를 극복해 하고, 한 집안의 생계를 유지하고, 아들의 병을 고치고(그것도 자기 자식이 아닌-그런 점에서 보면 일락이가 병에 걸렸다는 사실은 ‘허삼관’이 얼마나 인간적인 면모를 지닌 사람인가를 보여준다.) 이것은 결국 자기희생을 통해 한 집안을 이끌어 가야 했던 우리 아버지의 인생과 닮았다.

   그러다 결국 맨 마지막에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자기 자신을 위해 매혈을 하려고 할 때는 더 이상 피를 팔 수 없게 된 것이다. 이것으로서 ‘허삼관’의 인생의 의미는 막을 내린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허삼관’의 인생은 어떤 의미가 있는가? 그것은 우리가 ‘인생’을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서 달라질 수 있다. 만약 우리가 인생이라는 것을 도달해야 할 어떤 목표가 있고, 그것을 이루어 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허삼관’의 인생은 아무것도 내세울 것이 없는 그저 그런, 보잘 것 없는 삶에 불과할 것이다.

   그러나 이 위화라는 작가의 전작(前作)에서 꾸준히 천착해 온 주제인 살아간다는 것은 눈물의 강을 건너는 것이고, 우리가 고통을 견디고 인생이라는 고통의 강을 건너고 나면, 그 뒤에는 찬란하게 빛나는 영광의 흔적이 우리를 기다릴 것이라고 착각하며 살아가지만, 결국엔 인생이라는 것은 눈물로 고통의 강을 건너는 그 자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강조하고 있다고 본다. 그렇다면, 아니 그런데도 우리는 왜 살아가야 하는 것인가?

   글쎄, 그건 우리 스스로가 해답을 찾아야 할 몫이다. 그래도 분명한 것 한 가지는, 살아간다는 것 자체는 위대하다는 것이다. 만약 ‘‘허삼관’이 피를 팔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그랬을 때 ‘허삼관’의 가족은 어떻게 되었을까?’를 생각해 본다면 ‘허삼관’의 인생에서 아무 것도 이룬 것이 없다고 말할 수 있을까 싶다.


   ‘허삼관 매혈기’를 읽으면서 나는 우리 아버지, 생각이 많이 났다. 내가 ‘허삼관’이라는 사람을 마냥 우습게 바라보지 못한 이유는 그 때문이다. 어느 집마다 나름대로 사연 한 보따리 정도는 없는 집이 있을까? 돌이켜 보면 우리 집도 그런 듯하다.

   아버지는 중학교만 졸업하고 농사를 지었다. 온 가족들이 달라붙어 맨주먹으로 개펄을 개간해서 겨우 농사지을 수 있는 땅으로 바꾸고 나니, 공항 부지를 확장한다며 나가라고 했다. 그 때는 서슬 퍼렇던 박정희 시절. 온 가족이 입도 뻥긋하지 못하고 그대로 다시 쫓겨났다. 당장 먹고 살 거리도 힘든 시절을 견디며, 새로운 땅을 빌려 농사를 지었다.(아버지는 요즘도 시골로 이사를 가자고 하시는데, 어머니는 지금도 그 때의 일이 끔찍해서 ‘농사’이야기는 꺼내지도 말라고 하신다.)

   아버지 밑으로 다섯 남매가 태어났고, 농사만으로는 살림은 더 어려워 할아버지와 할머니를 비롯한 가족들은 여전히 농사를 지었지만, 아버지와 고모들은 일터를 찾아 가까운 도시로 나왔다. 못 배우고 가난한 사람을 받아주는 일터는 역시나 험한 육체노동의 현장! 아버지는 그렇게 첫 직장인 주물공장을 십 오년 정도 다녔는데, 어릴 때 나도 몇 번 가 본 적이 있다. 험한 일이라 회사내에 목욕탕이 있어서 어떤 날은 어머니를 통해서 나를 꼭 오라고 하셨는데, 나는 경비실에서 아버지의 일이 끝나기를 기다리고 있다가 같이 목욕을 해야했다. 그 음습하고 지저분한 목욕탕과 아저씨들의 격의 없는 농담이 지금도 기억에 선명하다.(근데 목욕하러 가는 날은 정말 싫었다. 갖은 핑계를 다 대지만 어쩔 수 없는 일!)

   예순을 넘기지 못하고 할아버지가 돌아가셨고, 이제 아버지가 집안의 가정이 되었다. 할머니와 고모, 삼촌들도 한 집에서 다 같이 살아서 우리 집은 식구가 많았고 적은 수입으로 생계를 유지하다 보니 어머니도 일하러 다녔다. 내 기억에 아버지는 언제나 늦지도 않고, 이르지도 않게 8시 30분에 귀가하셨고, 주말이면 늘 큰고모네 댁에 농사를 도우러 가는 분이셨다. 어릴 때 아버지와의 가장 좋은 기억으로는 가끔 나를 비롯한 동네 아이들과 초등학교 운동장에서 축구를 했던 것이다.

   그러다가 내가 고등학교 2학년 때, 시내에 있던 회사가 진해로 옮겨가게 되었는데, 아버지는 이참에 퇴직을 할 지, 회사를 따라 집을 옮길지를 고민하다가, 나이도 있고, 육체적으로 힘에 부치던 때라 퇴직을 택했다. 갑작스러운 퇴직에다가 세상 물정에 어두운 탓에 한 동안 방황하다가 사업이라는 걸 시작했는데, 말 그대로 ‘사기꾼’한테 당해서 지금껏 벌어둔 돈에다 빚까지 얻게 되어 집안이 쫄딱 망했다.

   우리가 거리로 나앉게 되었을 때, 아버지는 평생을 성실하게 산 증거물이자 우리 가족의 보금자리인 ‘집’을 지키기 위해서 백방으로 노력하신 건 기억에 분명하다. 결국 부모님은 무서운 빚 독촉을 받을까 봐(지금 생각하면 순박하셔서 그런 것 같다.) 다른 곳에서 거의 숨어 지내셨고 우리 세 남매는 작은 아버지네 가족과 같이 살게 되었다. 그 때 어머니는 한두 달에 한 번 다녀가셨지만, 아버지는 한 번도 오시지 않았다. 그래도 부모님에 대한 제사만은 잊지 않으시고, 우리를 사시는 곳까지 오라고 하셨는데, 그 때 다른 사람의 눈을 피해 밤길을 달릴 때의 서글픔은 내 기억 속에 오래도록 아프게 남아있다.

   이후로 한참 시간은 한참 흘러 우리 가족은 다시 합쳐서 살게 되었고, 언제부턴가 아버지와는 약간 어렵고, 껄끄럽게 지내게 되었다. 지금 생각해 보니 내가 기억이 있을 때부터 지금까지 ‘허삼관’이 매혈로 가족을 먹여 살린 것처럼 아버지는 한 번도 일하는 걸 멈춘 적이 없다. 끊임없는 육체노동! 오직 그것만이 당신이 가족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인 것처럼 생각하고 일해 오신 듯하다. 그런데 지금껏 한 번도 그게 고마운 줄 몰랐다. 그건 너무나 당연한 일이었으니까 말이다.

  이제 세월은 흘러 당신이 낳아 기른 세 자식 중에 둘은 이미 결혼을 해 분가해서 그런대로 살고 있고, 막내도 자신의 일터 가까이에 따로 살고 있어 그토록 지키고 싶어 하시던 그 집에 두 분만 덩그러니 계신다.(표현이 그래서 그렇지 집은 아주 작다.) 이제야 말로, 아버지는 ‘허삼관’처럼 자신을 위해 ‘매혈’을 하려고 하실지 모르겠다. 그 때 나도 ‘일락/이락/삼락’이처럼 ‘허삼관’의 마음을 모르는 아들이 될까봐 두렵다.


  자, 우리 아버지 이렇게 살아오신 분이다. 누가 이 인생에 대해 ‘의미’를 따질 수 있을까? 그것은 ‘의미’ 이전에 이미 위대한 무엇이 아닐까 싶다. 작가는 이것을 말하고 싶었던 게 아닐까? 

   내일이 어버이 날이다. 카네이션과 선물을 사기 위해 종종거리는 우리 모두는 기억해 두어야 한다. 모든 자식은 아버지의 인생에 대해 빚을 지고 있다는 사실을!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신문 읽기의 혁명 - 개정판
손석춘 지음 / 개마고원 / 2003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매일 아침 4시 30분, 우리 집에 신문이 배달된다. 출근하기 위해 문을 열고 나가면 현관문 앞에 지역신문 한 부와 중앙일간지 한 부가 덩그렇게 놓여 있다. 두 신문을 가방에 챙겨들고 직장으로 간다. 직장에도 물론 신문이 있고, 책상 위의 모니터만 켜도 세상의 온갖 정보를 다 알 수 있지만, 직장의 신문은 보기 싫고, 모니터로 읽는 정보는 머리에 잘 들어오지 않는다. 그래서 집으로 배달되는 신문을 들고 직장에 가는 것이다. 직장에서의 일과는 늘 바빠서 정신이 없지만, 간혹 점심시간에 신문을 펴들고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에 대해 관심을 쏟을 수 있는 시간이라도 생길 때면 이 때야 말로 제법 행복하다는 느낌도 든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살고 있는 우리는 돈을 내고 자신이 보고 싶은 신문을 선택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서 내가 선택한 신문이  곧 나의 ‘주인’ 행세를 하게 된다. 주인이 된 신문은 ‘당연히’ 우리의 생각을 지배하고, 우리가 ‘세상을 이해해야 하는 방식’을 가르친다. 세상의 모든 일에 대해서 우리가 화를 내야할 때와 박수쳐야 할 때, 구체적인 행동을 해야 할 때와 멈추어야 할 때를 정해 주는 것이다.

  그러나 신문이라는 ‘괴물’의 지배를 받고 있는 우리는 아직도 자신이 주인인 줄 알고 있다. 그러니까 분노와 박수, 행동과 멈춤이 자신의 주관적 판단의 결과인 줄 알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신문이 정해준 방식에 따라 사고하고 판단하는 결정하고 행동하는데도 말이다.

  신문이 세상에서 일어난 모든 일을 다 전해 줄 수 없기에 중요한(사실은 ‘중요하다’고 판단한) 사건이 신문이 등장한다. 여기서 결정적인 문제가 생긴다. 바로 ‘누구에게 중요한가?’와 ‘누가 중요하다고 판단하는가?’의 문제다. 보통 사람의 상식이라면 ‘다수의 사람들이 중요하다고 여기는 것’이 모범 답안이 될 테지만, 누구도 부정하지 못할 너무나 모범 답안이기에 신문사의 어느 벽에 아무도 쳐다보지 않은 ‘액자’로 고이 모셔진 글자로 남아 있을 뿐이다. (정파적 입장에 따라 정보를 왜곡하고 시대와 상황에 따라 입장이 수시로 바뀌는 신문사들도 ‘정론직필’이니 ‘불편부당’이라는 액자를 걸어놓고 있다고 들었다.)

  그럼 정답은 무엇일까? 바로 ‘우리’다. 즉, 우리가 중요하다고 판단하는 일은 독자들에게도 중요한 일로 받아들이도록 전달한다. 여기서 ‘우리’는 물론, 신문사의 인칭대명사일 것이다. (아니, 조금 더 노골적-본질적-으로 이야기한다면 우리는 신문사의 사주가 아닐까 싶다.)그 대표적인 사례를 들어본다면, 2000년대 초반에 언론사 세무조사에서 보인 신문사들의 기형적인 편집 형태를 떠오른다. 세금 탈루의 범법 행위를 저지르고도 뻔뻔스럽게 지면(紙面)을 도배해 가면서 ‘언론탄압’을 부르대던 생경스러운 모습에 쓴웃음이 났다.

  그러나, 형식적으로는 신문사의 편집국이 기자가 쓴 기사를 선택하고 크기와 배치를 결정하는 곳인데, 신문사의 어느 기자의 기사라도 이 편집국의 ‘심의’와 ‘검열’(?)을 거쳐야 기사가 실리는지의 여부와 기사의 크기와 배치가 결정된다. 당연히 신문사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기사는 큰 부분을 차지하게 될 것이고 신문사가 중요하지 않다고 판단하는 기사는 빠지거나 축소된다. 물론 세상의 모든 사건이 신문사의 유/불리를 기준으로만 따질 수는 없는 노릇이기에 비슷한 편집을 보이는 경우도 많다. 그러나 사회적으로 중요한 문제에는 반드시 신문사의 시각에 따라서 기사의 내용과 배치가 완전히 달라진다.

  그러나 우리는 이런 신문사의 사정을 잘 모르면 모든 신문이 다 비슷하다고 여기게 된다. 자세히 보면 신문의 논리적 어조에 아주 중요한 차이가 나는데도 사람들은 잘 모르고 ‘그게 그것’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여기에 무서움이 있다. 우리가 ‘그게 그거’라고 생각하는 사이에 우리가 신문을 읽는 행위는 ‘여론’으로 포장되고, 거기에 따라 사회적 의사를 결정하는 중요한 ‘근거’가 되기도 하는 것이다. 그러니 신문 하나 읽는 것에도 세심한 주의와 선택이 필요하다. 이렇게 신문을 읽을 때 주의를 기울이는 독자를 현명한 독자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에서는 우리가 현명한 독자가 되어 신문의 주인 노릇을 제대로 하라고 권유하고 있는데, 독자가 주인 노릇을 제대로 하려면 우리가 읽는 신문에 기사가 실리게 되기까지의 기본적인 과정을 이해하고, 신문 기사가 특정한 기준에 의해서 ‘선택’된 정보임을 파악하고, 신문 기사를 읽을 때 자신의 시각으로 재해석하는 비판적인 수용이 능력이 꼭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이 책은 우리가 매일 읽는 신문 기사가 문득 낯설게 느껴질 때나, 내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세상 소식을 신문에서 찾아 볼 수 없을 때나, 갑자기 신문이 내 생각을 지배하고 있다고 느낄 때, 자신이 옳다는 근거를 오직 신문에 나왔다는 걸로만 주장하는 사람을 볼 때나, 청소년들에게 신문이 객관적인 진실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알려줄 때 꼭 필요하고도 기본적인 설명을 담고 있는 책이다.

 

  아울러 언제나 한결같이,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현실에 대한 날카로운 분석을 해 오고 있는 ‘손석춘’님께 존경하는 마음과 아울러 고마운 마음을 담아서 이 보잘 것 없는 ‘리뷰’를 쓰면서 다시 한 번 현명한 신문구독자가 되리라고 다짐해 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 이 글도 역시 광동고에 계신 송승훈 선생님의 글입니다. 아이들과 차곡차곡 읽어야겠습니다.  


  •  세상 사람들이 사는 이야기

박영희·오수연·전성태 글, 김윤섭 사진, <길에서 만난 세상>, 우리교육

 - 도시의 노인들, 외로운 농촌 청소년, 10대 미혼모들, 코시안의 엄마들, 이주노동자의 어려운 삶, 한센병에 걸린 소록도 사람들, 구두 닦는 사람들 이야기 들이 담겨 있다. 그 사람들이 사는 모습이 아름다우면서 생생한 사진과 함께 담겨 있다. 자신이 불행하다고 여기거나, 삶이 늘어진 사람이 읽으면 좋은 책이다.


이상석·박재동, <못난 것이 힘이 된다 1-2>, 자인

 - 자기 부정이 심하거나 열등감에 시달리거나 자포자기하려는 학생이 읽으면 치료효과가 있는 책이다. 한 남자의 청소년 시절 성장 이야기. 무엇이 사람을 사랍답게 하는가를 생각하게 된다. 두 권짜리라서 부담을 느끼지만, 책은 정말 재미가 있다.


김지우, <나는 날개를 달아줄 수가 없다>, 창비

 - 멀쩡히 지나가는 차에 뛰어들어서 다친 뒤에 치료비를 뜯어내는 자해공갈단, 노래방에서 손님들과 같이 놀아주고 돈을 버는 노래방도우미, 이런 밑바닥 인생들에 대해 그네들이 무슨 사연이 있어 그렇게 사는지 그 사람들 처지를 파고든 단편소설을 주로 모은 책이다.


최민식, <종이거울 속의 슬픈 얼굴>, 현문서가

 - 사진과 그 사진에 대한 글을 모은 책. 우리가 상품광고 흔히 보는 곱고 예쁘게 다듬어진 사람들이 아니라, 우리가 집과 학교를 오고가며 만나는 동네 보통 사람들이 사는 모습이 담긴 사진이다. 평소 스쳐 지나친 여러 장면을 다시 보게 하는 힘이 있는 책이다. 예술이란 이런 것이다.


박수정, <내일로 희망을 나르는 사람들>, 삶이보이는창

 - 남을 제끼면서 떠밀면서 사는 사람들이 아니라 다른 이들 손을 잡아주며 삶을 살아온 이들에 대해 이야기했다. 단숨에 돈을 얼마나 벌었네 하는 부류와 정반대에 있는 사람들 이야기를 차분하게 담을 책. 읽으면, 읽기 전과 사람이 달라진다. 인생을 우습게 아는 사람이 읽으면 좋다.


최일도, <밥짓는 시인, 퍼주는 사랑>, 동아일보사  

 - 노숙자들에게 따끈한 밥 한 그릇 대접하는 목사님 이야기. 세상인심이 가파르다며 꿈을 잃으려 하는 청소년이 읽으면 좋겠다.


위기철, <아홉 살 인생>, 청년사

 - 누구나 어릴 적 기억 속에 담긴 누추한 시절, 그러나 따뜻한 기억들이 떠오른다. 조그만 아이였을 때 뛰어놀던 기억이 아름답게 느껴지는 까닭은 무엇일까? 마음을 촉촉하게 적실 수 있는 이야기다.


이희재, <저 하늘에도 슬픔이>, 청년사

 - 이윤복 어린이가 1964년에 쓴 일기를 출판한 책이 그 시절 많은 이들의 눈시울을 적셨다. 어렵고 어렵던 시절, 우리의 아버지 세대 때 어린이들은 어떻게 살았는가. 요즘 아이들이 읽으면 이게 진짜인가 싶을 정도로 놀라는 책.


최정현, <반쪽이의 육아일기>, 여성신문사

 - 아버지가 어린아이를 기르는 이야기 만화. 부모와 갈등을 시작하는 청소년들이 읽으면, 애틋한 마음이 생기겠다.


김한수, <양철지붕 위에 사는 새>, 문학동네  

 - 식민지 시대 ‘운수 좋은 날’ 주인공이 오늘날 살면 이렇게 살 것이다. 진지한 느낌이 가슴을 치는 경험을 하게 하는 소설이다. 부모가 얼마나 힘들게 사는지 알지 못하고 자꾸 투정부리는 아이가 꼭 읽을 책이다. 보통 남학생들 정서에 잘 맞는 책이다.


윤수종, <다르게 사는 사람들>, 이학사

 - 우리가 주변에서 흔히 만나는, 그러나 우리가 평소 관심을 두지 않고 그냥 지나치던 그런 사람들의 삶을 담았다. 넝마주의, 성전환자, 장애여성 등, 우리 사회에서 힘없는 소수의 이야기다. 그러기에 세상을 섬세하게 볼 수 있게 하는 책이다. 사려 깊어지고 싶은 학생이 읽으면 좋다.



  •  세상의 여러 모습을 담은 책

이용재, <왜 이렇게 살기가 힘든 거예요>, 창해

 - 건축 이야기다. 세상에서 떠들썩한 새만금 갯벌과 청계천 복원과 같은 일에 대해 보통사람들이 알지 못하는 뒷이야기들이 담겨 있다. 이런 떠들썩한 일의 진실을 알게 되면, 화가 날 것이다. 세상의 진실을 알고자 하는 이에게 권한다.


김세윤, <헐크바지는 왜 안 찢어질까>, Media2.0

 - 영화 제작과 관련해서 온갖 궁금한 내용을 다 알려주는 책이다. 호기심을 한껏 만족시켜주는, 아주 흥미로운 책이다. 특수 분장의 비밀, 야한 장면을 찍는 기술, 전쟁영화 무기는 어디서 구하나, 한국영화엔 왜 토하는 장면이 많나.


강  헌 외, <내 인생의 영화>, 씨네21

 - 유명한 사람들이 자기 인생에서 기억에 남는 영화에 대해 쭉 이야기한 글을 모은 책. 영화 이야기이면서, 인생에서 탁 느낌 받는 순간에 대해 나와 있기도 하다. 영화에 대해 관심이 있는 사람이 읽으면 좋겠다.


<조선시대 사람들은 어떻게 살았을까 1-2>, 청년사  

<고려시대 사람들은 어떻게 살았을까 1-2>, 청년사

 - 그 시대의 다수 사람들이 실제 어떤 생활의 모습으로 살았는지를 구석구석 살핀 역사책이다. 높은 사람들 이야기만 나오는 역사가 아니라 그 당시 보통사람들의 생활을 구체적으로 이야기하려는 노력이 새롭다.


유시민, <유시민과 함께 읽는 유럽1-2 문화이야기>, 푸른나무 

 - 외국에 대해 관심이 많은 학생들에게 유럽을 재밌게 소개해주는 책. 흔히 외국을 소개하는 책은 그 나라를 보고 ‘우아~’하고 감탄하는 때가 많은데, 이 책은 정말 재밌게 각 나라를 소개한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여행 안내서를 유시민씨가 편역한 책.


신동흔, <살아 있는 우리 신화>, 한겨레신문사

 - 자청비라는 술이 새로 나왔던데, 그 자청비가 우리 신화에 나오는 인물이라는 사실을 아는지? 그리스로마 신화는 누구나 다 알아야 한다고 여기면서 혹시 우리 신화는 괄시하지 않았는지. 우리 자신을 알자.


이윤기, <이윤기의 그리스·로마 신화 1-2>, 웅진탓컴

 - 그리스로마 신화를 학생들이 많이들 읽고 싶어 하는데, 사실 그리스로마 신화는 읽기 쉬운 글이 아니다. 문화도 다르고 이름도 낯설고 해서 잘 안 된다. 어린이 책으로 나온 그리스로마 신화를 빼면, 청소년이 읽기에 어렵지 않은 책이 이윤기의 그리스로마 신화 책이다.


<사람답게 아름답게>, 차병직, 바다출판사

 - 사람이 사람답게 살 수 있도록 하는 인권을 재밌는 우화와 연결 지어서 이야기한 책. 자기 권리를 알고 주장할 줄 알아야, 함부로 대우받지 않는다.


박원순, <내 목은 매우 짧으니 조심해서 자르게>, 한겨레신문사

 - 역사적으로 유명한 재판 이야기다. 예수의 재판, 소크라테스의 재판, 갈리레오의 재판, 드레퓌스의 재판, 재판을 이야기하면서 역사에서 이름난 사람들의 삶과 가치에 대해 이야기하는데, 아주 인상적이다. 삶의 모형이 잘 찾지 못하는 요즘 학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책이다.


<만화 박정희 1-2>, 백무현 글, 박순찬 그림, 시대의창

 - 우리는 현대를 산다. 그러나 한국현대사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 이것이 사실고증을 꼼꼼하게 하면서 보통사람들이 손쉽게 읽을 수 있는 현대사 만화책이 의미 있는 이유다.


박건웅, <꽃 1-4>, 새만화책 (만화)

 - 일제 시대부터 해방 이후에 겪은 우리나라 사람들의 슬픈 일에 대해 다룬 책. 묵직하고 가슴 찡한 이야기들이다. 작가가 5년 동안이나 파고든 대작인데, 대한민국 출판만화대상을 받은 작품이다. 조금 비쌈.


<뚝딱뚝딱 인권짓기>, 인권운동사랑방 지음, 윤정주 그림, 야간비행 (만화)

 - 인권을 주제로 한 짧은 단편만화들이 모여 있다. 이주노동자 인권, 폭력문제, 전쟁에 대해 잘 그려진 만화가 나오고, 짧고 굵게 설명이 달려 있다. 어린이를 위한 교양만화월간지 '고래가 그랬어'에 연재된 만화들. 쉽지만 뜻 깊다.


강준만, <한국현대사 산책 1970년대편 1-3  1980년대편 1-4>, 인물과사상사

 - 현대사를 도란도란 이야기하듯이 풀어놓은 책. 오늘을 알지 못하고 옛날 역사를 주로 배우는 학생들에게, 현대사를 어렵지 않게 알려주는 귀한 책이다.


<지구를 구하는 경제책>, 강수돌 지음, 최영순 그림, 봄나무

 - 돈, 월급, 돈과 행복, 신용불량, 빈익빈부익부, 저축, 세금, 쌀 수입문제, 여러 경제 생각거리에 대해 쉽게 설명해주는 책. 생태주의 사상에 바탕해서 경제를 청소년에게 쉽게 설명하는 책. 돈을 많이 버는 방법을 알려주는 책이 아니고, 인간이 인간답게 살면서 행복을 느껴야 한다는 관점.



  •  학교에 대한 책, 학생들 이야기

안준철, <그후 아이들은 어떻게 되었을까>, 우리교육

 - 따뜻한, 따뜻한, 그리고 착한 학교 교육 이야기. 마음에 위로가 된다. 마음이 아픈 사람이 읽어라.


임길택, <나는 우는 것들을 사랑합니다>, 보리

 - 강원도 탄광마을에서 어린 초등학생들과 지내며 겪은 이야기다. 아이들의 순진함과 천진무구함과 잔인함을 보면서 글쓴이가 하는 생각에 푹 빠진다. 착한 이야기라는 표현이 가능하다면 이 책에 쓰고 싶다.


최병화, <교실 이데아>, 예담

 - 문제아들에 대한 보고서다. 학교에서 주로 칭찬을 많이 받는 우등생이 읽으면, 인간에 대한 이해가 풍부해지는 책이다. 사람을 함부로 쉽게 재단해서 판단하지 않고, 사람에 대해 천천히 생각하게 하는 책이다.


이상석, <사랑으로 매긴 성적표>, 자인  

 - 이때까지 학교를 다녀오면서 학교에 대해 불신이 많이 생긴 사람이 읽으면 좋다. 이 책에 나오는 선생님은 완벽한 사람이 아니다. 실수도 하고 잘못도 하는데, 그런 자기 행동을 바라보는 자기 마음을 솔직하게 적어놓은 데서 우리는 책 읽는 맛을 느낀다.


하이타니 겐지로, <모래밭 아이들>, 양철북

 - 일본 학생들이 학교에서 아옹다옹하는 이야기를 담았다. 비슷한 또래들이 주인공으로 나오는 소설이라, 학생들이 읽으면 크게 공감한다. 학교에 불만이 많은 사람이 읽으면 좋다.


민가영, <가출, 지금 거리에 ‘소녀’는 없다>, 우리교육

 - 어디에나 가출하는 학생이 있다. 그 친구들은 어떻게 살다가 돌아오는 걸까? 가출하지 않은 친구들, 가출을 한번 해보았으면 하는 친구들에게, 가출의 세계를 진짜로 알려주는 책이다. 어른이 보면 충격을 받고, 아이들이 보면 한탄하는 책이다.


김종휘, <너 행복하니?>, 샨티

 - 자기 기질을 내뿜으며 개성 있게 삶을 꾸려가는 청소년들에 대한 이야기. 삶에 꿈과 활력이 필요한 청소년이 읽으면 자극 좀 받는다. 대안교육문화공간인 하자 작업장에서 만나는 아이들 이야기다.


김형태, <너 외롭구나>, 예담

 - 무기력하게 살면서 세상이 잘못되었다고 한탄만 하는 이들에게 들려주는 따끔한 인생 충고. 정신이 번쩍 나는 꾸중이 되게 직설적으로 담겨 있다. 꿈과 열정과 노력이 필요한 이들에게 건네주고 싶은 책이다.



  •  가슴이 찡한 책 : 감동이 있는 책

공지영,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푸른숲

 - 사형수 이야기다. 어느 여학생이 이 책을 읽고서 한 말 : 세상에 푹 빠져서 읽는 책은 처음이에요. 왜 태어날 때는 다 예쁜 갓난아이였는데 누구는 멀쩡한 사람이 되고 누구는 사형수가 되는가. 참 슬픈 책이다.


조영래, <전태일 평전>, 돌베개  

 - 어려운 처지에서 진지하게 자기 행복을 찾아 날아오르려 한 사람에 대한 기록.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에 대한 이야기. 그는 우리들에게 우리 자신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 한번 되돌아보게 하는 힘이 있다.


국가인권위, <십시일반>, 창비

 - 우리 사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차별에 대해 국가기구인 국가인권위원회가 기획해서 만화가 열 사람과 함께 만든 책이다. 국가기관에서 만든 책이라고 해서 따분하고 뻔하겠다는 편견을 가지면 안 됨. 굉장히 훌륭하고 예술적인 책.


이란주, <말해요 찬드라>, 삶이보이는창

 - 이주노동자가 이 땅에 와서 겪는 사연을 모아 담은 책. 이 책을 읽고 나면 한국 사람이라는 사실이 부끄러워진다. 겸손해지는 책, 우리 자신을 반성하게 해서 우리 영혼을 좀 더 맑게 해서 우리를 아름답게 하는 책.


교육출판기획실, <아픔을 먹고 자라는 나무>, 푸른나무

 - 어렵고 고생스럽게 산 사람들 이야기. 세상의 쓴맛을 볼 만큼 보았다고 일찍 늙은 청소년이 읽으면 좋다.


중자오정, <로빙화>, 양철북

 - 가슴에 슬픔이 가만히 스며오는 책, 읽고 나면 눈물이 나려 한다. 중국 시골 초등학교에 그림을 아주 잘 그리는, 그러나 어른들에게 인정받지 못하는 아이가 산다. 어느 날 그 학교에 찾아온 임시교사 선생님이 그 아이의 천재성을 알아보지만.


황선미, <마당을 나온 암탉>, 사계절 

 - 약한 친구를 괴롭히는, 으스대는 학생이 읽으면 좋다. 모성애가 주제인 책인데, 다 읽고 나면, 아무리 심장이 무감각한 사람이라도 잠시 가슴에 느낌이 남는다. 감정을 적시는 일이 필요한 사람에게 필요한 책이다.



  •  소설

이옥수, <푸른 사다리>, 사계절

 - 동네에서 사고치고 말썽부리며 도둑질하다 경찰에 붙들려가는 어린 아이들 이야기다. 자기보다 어린 아이를 협박해서 물건을 훔치게 하는 친구도 나온다. 지난날 사고 친 경험이 있거나, 너무 얌전해서 그런 친구들을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사람이 읽으면 재밌다.


안재성, <황금이삭>, 삶이보이는창

 - 사람이 인생을 이렇게 사는구나 하는 말이 입에서 저절로 새어나오는 책이다. 어떤 뜻있는 일을 하기보다는 돈 많이 버는 일을 하겠다는 학생들이 지나치게 많아지는 요즘, 이 책을 읽으면서 학생들은 자기 가치관이 무엇이었는지 되돌아보게 된다.


조정래, <불놀이>, 해냄 

 - 분단 문제를 진지하게 탐색한 소설. <태백산맥>이라는 대작이 나온 것은, 이런 작품이 그전에 있기 때문이다. 조정래 분단문학의 맛을 느낄 수 있는 책. 분단문학으로 많이 권하는 <광장>은 보통 고등학생이 소화하기에 어렵다. <불놀이>는 고등학생이 읽어낼 수 있는 책으로, 읽고 나면 분단문제를 어떻게 풀어갈지 깊게 생각하게 된다.


김한수, <봄비 내리는 날>, 창작과비평사

 - 어렵게 사는 사람들 이야기. 자신의 집을 싫어하는 학생이 읽으면 치료효과가 있는 책이다. 형편이 어려운 학생이 읽으면 가난이 무엇인지 생각에 잠긴다. 학생들은 집에서 몹쓸 불화를 경험하는 때가 많은데, 이 책은 그런 학생들의 경험을 다시 일깨워주어서 학생들이 자신만이 슬프다고 여기지 않게 해주어 학생들에게 힘을 내게 한다.


공지영, <존재는 눈물을 흘린다>, 창작과비평사  

 - 고등학생들 수준에 딱 맞는 책이다. 학생들은 편안하게 이 소설집을 읽으면서, 우리 사회를 살아가는 여러 인생들을 만나게 된다. 인생을 살핀다는 문학의 의미를 학생 수준에서 실현하기에 알맞은 책이다.


조현설, <손가락에 잘못 떨어진 먹물 한 방울 - 운영전>, 나라말

 - 조선시대 사랑 이야기다. 궁녀가 주인공인데, 궁녀와 사랑에 빠진 외간남자가 대담하게 궁궐 담을 넘는다. 사극에서 배경화면으로만 나오는 궁녀들이 어떤 기쁨과 슬픔과 서러움을 갖고 살았는지, 이 작품은 알려준다. 멋지고 슬프고 대담하고 진지한 사랑 이야기. 올바른 사회란 어떤 모습인가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된다.



  •  시

서정홍, <아내에게 미안하다>, 실천문학사  

서정홍 시, 허구 그림, <우리 집 밥상>, 창비

 - 보통 사람들이 평소 사는 모습이 담긴 시집이다. 동네 아저씨, 아주머니, 동네 아이들, 곧 학생들 자신이 사는 모습이다. <우리 집 밥상>은 동시를 모은 책인데, 어른이 읽어도 느낌이 참 좋다.


전국국어교사모임, <문학시간에 시 읽기 1-3>, 나라말

 - 뛰어난 한국 시인들 작품 가운데 고등학생들이 잘 읽고 이해하는 시를 모아둔 책. 시의 맛을 느끼고자 하는 고등학생이 읽기에 딱 좋은 책이다.


정호승, <내가 사랑하는 사람>, 현대문학북스

 - 사랑에 대한 시들이 담겨 있다. 청소년들은 이 시집에 실린 시들을 잘 읽어낸다.


임길택 시, 정문주 그림, <탄광마을 아이들>, 실천문학사

임길택 시, 강재훈 사진, <산골 아이>, 보리

 - 강원도 산골 탄광마을 아이들 모습을 그림 같은 시로 표현했다. 학생들에게 창작교육을 시킬 때 참고할 시로 아주 좋다. 가난하지만, 그래서 가끔 슬프고 간간이 쓸쓸하지만, 비참하기만 하지는 않는다. 어려운 형편 속에 사람의 좋은 마음이 느껴지는 시들이다.


전국국어교사모임 엮음, <국어시간에 시 읽기 1-2>, 나라말

 - 학생들이 좋아하는 시를 골라 뽑아 모은 책이다. 실제 학생들에게 설문조사를 한 현장교사가 뽑은 시들이어서 학생들과 공감하는 정도가 높은 책이다. 학생들이 좋아하는 시선집.


도종환 엮음, <부모와 자녀가 꼭 함께 읽어야 할 시>, 나무생각

 - 도종환 시인이 뽑은 가슴에 와닿는 좋은 시들. 편안하고 따뜻하게 읽히는 시들이 골라져 있다.



  •  누구도 피할 수 없는 고민, 성

벌리 도허티, <이름 없는 너에게>, 창비

 - 고3 여학생이 남학생을 좋아하다가 그만 덜컥 임신을 해버렸다. 그 뒤에 이 친구가 어떤 일을 겪어나가는지가 생생하게 담겨 있다. 손에 땀을 쥐고 책 속 주인공에 빠져드는 체험을 하는 책.


최성수 외, <세상의 절반 여성이야기>, 우리교육  

 - 성에 대해 여러 측면에서 다룬 책. 대중매체와 성, 성차별에 대한 이야기를 담았다.


김성애·전명희, <우리가 성에 대해 너무나 몰랐던 일들>, 또하나의문화

 - 청소년 성폭행에 대한 보고서다. 너무나 몰랐던 일들이어서 너무나 충격적인 내용이다. 충격이지만, 알아야 이런 일을 예방할 수 있지 않을까.


구성애, <니 잘못이 아니야>, 올리브

 - 청소년을 대상으로 쓴 성폭력에 대한 책이다. 세계에서 한국의 성희롱-성추행-성폭력 발생 순위가 굉장히 상위권이라는 사실을 아는지. 제대로 많이 알아야, 이런 안 좋은 일을 이겨낼 수 있다. 성폭력에 대한 태도, 예방방법, 일이 일어난 뒤에 어떻게 하는지에 대해 잘 나와 있다.


대한사회복지회 엮음, <별을 보내다 -10대 미혼모들의 이야기>, 리즈앤북

 - 미혼모들의 사연을 담은 책. 한번 집어 들어서 읽기 시작하면 책장을 다 덮을 때까지 손을 떼지 못한다. 우리들의 삶은 만만치 않다. 가슴이 아프면서, 정신이 번쩍 든다. 아무 생각 없이 사는 친구에게 권한다.


한국가족상담교육연구소 엮음, <결혼할까 혼자살까>, 김영사  

 - 남자와 여자가 만나기 전과 만나 뒤, 결혼하기 전과 결혼한 다음, 이혼하기까지 각각의 상황에서 겪게 되는 문제 상황을 정리해서 대책을 마련한 책. 내용이 실제상황이어서 실감나는 책이다.


이순원, <19세>, 세계사  

 - 남자아이가 성에 눈뜨고 세상에 눈뜨는 무렵의 이야기. 성장소설인데, 중고등학생 무렵 남자아이의 정서를 잘 표현해서 학생들이 잘 읽는다. 성에 대해 많아지는 고민, 세상에 대해 복잡해지는 생각을 풀어가는 주인공을 보면서, 청소년들은 몰래 숨죽여 웃다 진지해지다 그런다.


막달레나의 집 엮음, <용감한 여성들, 늑대를 타고 달리는>, 삼인

 - 성 매매 여성들에 대한 보고서다. 우리나라는 매춘의 천국이라고 한다. 학생들 가운데는 성 매매를 하는 곳에 찾아가는 학생도 드물게 있는데, 남자든 여자든 제대로 알아야 불행을 피할 수 있다는 생각에 이 책을 권한다.



  • 생명, 생태주의, 자연과학

이동범, <자연을 꿈꾸는 뒷간>, 들녘

 - 똥과 뒷간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똥을 괄시하는 요즘 문화가 정말 괜찮은 것인지에 대해 따져 묻는다. 생생한 원색사진이 많아 읽는 데 지루하지가 않다. 재밌게 읽히는데, 읽고 나면 똑똑해지는 책.


이유명호, <살에게 말을 걸어봐>, 이프

 - 여성 몸 건강에 대해 잘 이야기한 책. 빼빼마른 여자가 좋다는 통념에 대해 의학적 관점으로 비판한 책. 건강에 대한 많은 상식을 얻을 수 있다. 청량음료와 많은 즉석음식에 길들여진 우리 청소년들에게 꼭 필요한 책이다.


김대식, <우멍거지 이야기>, 이슈투데이

 - 이 책은 포경수술이 90% 넘게 이루어지는 나라가 한국밖에 없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국제인권상을 받기도 한 책. 읽으면 충격을 크게 받는다. 남자 몸에 대한 위험한 사진들이 있어 마음의 준비를 하고 읽을 책. 


이인식, <아주 특별한 과학에세이>, 푸른나무

 - 청소년이 읽을 과학 책이 많지 않다. 이 책은 우리 시대에 관심거리가 된 과학 쟁점을 쉽게 풀어서 설명한 책이다. 과학에 대해 두루 관심이 있는 학생이 읽으면 궁금함이 많이 풀릴 것이다.


최재천, <알이 닭을 낳는다>, 도요새 

 - 생물에 대한 이야기다. 여러 생명체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데, 짧은 글로 이루어져서, 짬짬이 읽기에 부담이 없다. 책을 잘 못 읽는 학생들도 이 책을 잘 읽는다.


권오길, <생물의 애옥살이>, 지성사  

 - 애옥살이는 쪼들리게 살아간다는 뜻이다. 지구의 여러 생물들은 모두 물자를 아껴가며 조심스레 살고 있는데 인간만이 낭비하며 살아가서 지구 생태 환경을 위협한다. 우리가 잘 모르는 이야기를 많이 들려주어서 신기하다.


이은희, <하리하라의 생물학 까페>, 민음사

 - 여러 과학 지식에 대해 신화와 연결 지어서 어렵지 않게 설명한 책이다. 과학 지식을 얻고 싶은 학생이 읽으면 좋다.


박정훈, <잘 먹고 잘사는 법>, 김영사

 - 잘 먹고 잘 살아야 한다. 어떤 음식이 건강에 좋고, 어떤 음식이 건강에 나쁜지를 이야기하는데, 내용이 무척 좋다. 청소년에게 실제 도움이 되는 이야기가 많이 담겨 있어, 청소년이 읽으면 꽤 자극을 받는다. 햄버거를 많이 먹으면 성격도 안 좋아지고 머리도 나빠진다는 얘기가 있는데, 누가 감히 이 책을 읽다가 그만두겠는가.


박정훈, <환경의 역습>, 김영사

 - 새집증후군과 같은 유해환경물질이 우리 몸에 끼치는 나쁜 영향에 대해 쉽고 자세하게 설명한 책. 충격 받는 내용이 많고, 그 충격 속에 환경과 과학기술과 우리 몸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장진영, <삽 한자루 달랑 들고>, <무논에 개구리 울고>, 행복한만화가게

 - 강화도에서 유기농사를 짓는 화가 이야기. 강화에서 농사를 짓는 사람들 모습이 편안한 그림으로 담겨 있다. 이 바쁘고 정신없는 세상에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해 돌아보게 하는 책이다.



  • 편안하게 읽는 책

하이타니 겐지로, <아이들에게 배운 것>, 다우

 - 일본 초등학교 선생님이 학생들과 지내며 겪은 이야기다. 교사가 학생을 가르치면서 동시에 학생에게 배운다고 하는데, 그 말이 무슨 뜻인지 알려준다. 따뜻하고 푸근하다. 이 책을 읽으면 사람에 대한 어두운 마음이 사라진다.

 

한비야, <지도 밖으로 행군하라>, 푸른숲

 - 씩씩하게 세상 여기저기를 활달하게 달리는 여행가 한비야, 그가 어려운 처지에 놓인 나라에 가서 긴급구호 활동을 하는 이야기다.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할지 막연하고, 하루하루가 시시하다면 이 책을 펼쳐들라. 막한 가슴이 시원하게 뻥 뚫린다.


최광선, <몸짓 속에 숨겨진 마음의 비밀>, 학지사

- 심리학 이야기. 딱딱하지 않고 재밌다. 깊이 있게 이론을 펼치기보다는 생활 속에 숨겨진 사람 마음을 들추어낸다. 사회생활과 인간관계를 잘하고 싶은 사람이 읽으면 도움이 된다.


김용택, <그리운 것들은 산 뒤에 있다>, 창작과비평사 

 - 시골 이야기다. 그냥 보면 심심하기 짝이 없는 농촌 이야기인데, 김용택 시인의 이야기를 읽다 보면, 그 시골이 떠들썩하고 호기심 나는 일도 많아 보인다. 학생들을 흙으로 다가서게 하는 힘이 있는 책이다. 학생들이 잘 읽지 못해 보이지만, 의외로 학생들이 잘 읽는 책이다. 사람 사는 이야기의 힘이다.


도종환, <그때 그 도마뱀은 무슨 표정을 지었을까>, 문학동네  

 - 작은 감동을 주는 짧은 이야기를 모은 책이다. 생각날 때마다 펼쳐들고 한두 장씩 읽어도 얻을 게 있는 책이다. 마구 뛰어노는 산만한 학생이 읽어도 좋아하는 책이다.


황대권, <야생초 편지>, 도솔

 - 좁은 공간에 갇혀 있는 처지에서 어떻게 이런 작은 아름다움을 발견했을까. 갇혀 있었기에 작은 존재들에 대해 관심을 가질 수 있었겠지. 학생들은 이 책을 보고 놀라워한다. 그림도 신기하고, 글도 신기하다. 학생들 말로는 좋은 말이 많이 적혀 있어서 좋다.


서영남, <민들레 국수집>, 더북컴퍼니

 - 인천에서 배고픈 사람들에게 음식을 대접하는 봉사활동을 아무런 대가 없이 하는 분의 이야기. 어떻게 그런 삶이 가능할까. 배고픈 사람들의 여러 모습들을 보면서 우리네 삶을 돌아보게 된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해콩 2006-05-07 16: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펌 합니다. 감사~
참! 두 분, 몸은 좀 어떠신지... 안부전해주세요.

느티나무 2006-05-07 17: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제 병원에 다녀왔어요. 저는 아직은 조심스럽지만 점차 회복되고 있는 것 같고... 송희샘은 가끔씩 배가 아픈 거 말고는 씩씩하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