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에서 만난 세상 - 대한민국 인권의 현주소를 찾아
국가인권위원회 기획, 박영희 외 지음, 김윤섭 사진 / 우리교육 / 200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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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에 ‘길’이라는 말처럼, 사람의 상상력과 호기심을 자극하는 매력적인 단어가 또 있을까 싶다. 나한테 ‘길’은 마치 삶의 온갖 풍상을 다 겪어 이제는 인생의 의미를 터득하고도, 아무에게나 그 속내를 털어내지 않고 무심한 듯 묵묵히 제 할 일만 하고 있는 지혜의 은자(隱者)처럼 느껴진다. 이 무심한 은자(隱者)가 나에게 가만가만히 이야기를 시작할 때가 있는데, 그 때가 언제냐면 내가 두 발로 느릿느릿 발걸음을 옮기며 걸을 때다. 욕심을 덜어내고, 걸을 때라야 비로소 은자는 삶의 지혜를 들려주는 것이다.

   어디에서든 은자를 떠올리게 하는 ‘길’이라는 낱말만 나오면 한 번 더 쳐다보는 습관이 나도 모르게 생겼다. 비록 큰 자랑거리는 못 되지만, 나 역시 ‘길을 걸었다.’라는 몇 번의 경험이 내 마음을 잡아끄는 모양이다. 물론 그래봐야, 나는 팔자 편한 여행자일 뿐이지만. 그래도 온전히 두 발로 다니면서 만난 ‘사람 사는 세상’은 자동차로 달리면서 스치듯 본 것과는 분명 달랐다. 내가 읽은 이 책도 그랬다. 화려한 겉모습의 이면(裏面)을 보려면 빨리 가려는 마음, 앞서가려는 마음을 버려야 한다고 충고해 주는 듯하다.

  ‘길에서 만난 세상’은 국가인권위원회가 기획하고 박영희, 오수연, 전성태 씨는 글로, 김윤섭 씨는 사진으로 우리 사회 ‘약자’들의 안타까운 현재 현실과 그들의 소박하지만 소중한 바람을 전하고 있는 책이다. 우리 사회의 그늘진 곳에 사는 이들을 만나 그들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이 책을 만든 사람들은 멀고 가깝고, 편하고 험한 길을 가리지 않고 나섰을 것이다. 더불어 살아야 하는 사람들을 외면하면서 무엇인가를 향해 급하게 달리려는 마음, 남을 앞질러야 한다는 이기적인 마음은 이 책을 읽는 동안 잠시 접어두었으면 한다. 차 안에서 스치듯 바라본 풍경으로서의 세상이 아니라 지은이들이 길에서 만난 사람들을 통해 우리 사회 인권의 현주소를 되짚어보는 기회가 되었으면 한다.

  내가 이 책을 읽고 나서 어떤 느낌의 글을  멋지게 쓰더라도(능력도 안 되지만), 이 책에 나온 사람들의 목소리를 짧게나마 직접 소개해주는 것보다 못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들의 목소리를 직접 들려주는 것이 이 책을 가장 정확하게 소개하는 글이라고 믿고 정리해 보았다.


“정규직도 좋으나 그보다 먼저 저는 퇴사 당하지 않고 계속 일할 수 있는 곳에서 일했으면 합니다. 더는 쓰다 버린 소모품 정도로 다뤄지는 그런 인생이 아니었으면 좋겠고요. 인격은 고사하고 인간적인 차별까지 받고 살아야 한다면 너무 억울하지 하잖습니까?”[24쪽, 비정규직 노동자, 이상호 씨]

“(베트남으로 돌아가) 무엇을 해 볼 수 있을 만큼 돈은 모았지요. 그러나 사람을 믿는 마음은 많이 잃었어요.”[39쪽, 이주노동자, 투안(베트남)]

“어느 누가 내가 겪은 슬픔과, 민주 덕에 얻은 기쁨을 알까 싶어요. 아이를 포기하고 비밀을 간직한 채 깨끗한 척하느니, 손가락질을 받아도 내게 찾아온 생명을 책임지기로 했죠. 뭐라도 해서 한 달에 80만 원만 벌면 민주하고 살 수 있지 않겠어요? 겁이 없어졌어요. 이제는 못할 일이 없을 것 같아요.”[52쪽, 비혼모, 조순화 씨]

“집 나온 아이쯤으로 보는 건 그래도 웃어넘길 수 있었어요. 학교를 안 다닌다고 솔직히 말하면 사람들 눈이 어떻게 바뀌는지 아세요? 대번에 내가 천박한 사람으로 변하고 몸 파는 아이 취급을 당하고 말아요. 그뿐인 줄 아세요. 우리나라는 쯩이 없으면 한 발자국도 다닐 수 없어요.”[64쪽, 탈학교청소년, 효주]

“아이들이 더 크면 상급 학교도 보내야 하는데 교육비가 만만치 않아요. 한국 음식이라도 잘 만들면 좋겠는데 그렇지도 못하고요. 아이들이 많이 외로워하는 것 같아요. 이곳은 놀아 줄 친구도 없어요.”[82쪽, 코시안, 로리타비 와드와찬 씨]

“남편을 처음 만났을 때부터 그가 좋은 사람이 아니라는 걸 알았어요. 그렇지만 나는 선택할 수가 없었어요. 대학을 졸업했지만 취직자리가 없었고, 우리 친정은 너무 가난해요. 아버지는 맹인이고, 어머니는 환자예요. 한국에 오기 전에 어떤 일이라도 받아들이겠다고 마음먹었죠. 그렇기 때문에 지금도 내가 버티고 있는 거예요. 하지만 이제 너무 지쳤어요”[94쪽, 아시아 여성, 진(가명, 필리핀여성)]

“여든이라는 나이가 우스운 나이인가? 오래 살기 싫어. 통장에 300만 원 있는데 1년에 100만 원씩 깨서 쓰면 한 3년은 그럭저럭 지낼 수 있겠지. 그거 다 떨어지면 스스로 목숨을 끊을 거야. 죽으면 호국 용사에 묻히겠지.”[117쪽, 도시의 노인들, 김 씨 할아버지]

“우리 남편 좀 병원에 입원시켜 줬으면 좋겠어요. 남편을 앞에 두고 이런 말 하면 죄받을 짓인 줄 알지만 사는 일이 너무 팍팍해서 그래요. 제발 우리 남편 좀 병원에 입원시켜 주었으면 좋겠어요. 그게 내 소원이에요.”[131쪽, 진폐증을 앓는 전직 광부 김병태 씨의 아내]

“이 나이에 무엇을 더 바라겠습니까. 학문을 해 온 사람으로 심경을 고백하자면 너무 힘이 듭니다. 전화가 되지 않을 땐 도청당하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불안감에 휩싸이게 되고, 언제 또 구속될지 모른다는 생각을 하면 잠이 오지 않습니다. 내 자신을 검열하느라 병이 날 지경입니다.”[146쪽, 보안관찰대상자, 박창희 씨]

“김선일 씨의 죽음에 그토록 비통해하던 한국인들이, 왜 하루에도 200-300명씩 죽어 가는 이라크인들의 죽음에 대해서는 그토록 무관심합니까?”[165쪽, 한국에 살고 있는 무슬림, 자말(파키스탄) 씨]

“감옥이 따로 없지. 남들은 구경하느라 종로통으로 나오지들 않더라고? 근데 난 이 안에 갇혀서 세상 구경 못하고 사니 갑갑해. 30년을 이 속에서 지내다 보니 아픈 몸만 남았어. 발을 제대로 못 뻗으니까 무릎이 성치 않고, 조그만 창으로 손님을 맞아야 하니까 목이 또 안 좋아. 하도 아파서 X-레이 찍어 보니까 목뼈가 좋지 않대”[(177쪽, 0.3평에 사는 사람들, 김형주 씨]

“좋은 시절은 다 지나간 것 같아. 바닥난 물고기도 물고기지만 차 떼고 포 떼고 나면 남는 게 있어야지. 한 달 경비 빼고 선주가 반을 가져가 버리는데 뭐 얼마나 남아 있겠어. 그야말로 콩고물이지.”[194쪽, 어부, 서 씨]

“그러나 같은 행위라도 자신이 선택했느냐 아니냐는 다르잖아요. 학생도 놀 권리가 있고 잠잘 권리와 쉴 권리가 있는 인간이라는 걸 알아줬으면 좋겠어요. 결국 어른들이 우리를 믿지 못하는 게 문제 아닌가요?”[214쪽, 인문계고등학생, 찬주]

“왜냐고요? 여기는 희망이 없으니까요. 어른들도 농사짓든지 조그만 장사를 하든지, 이것저것 하다 말든지, 제대로 사는 것 같지가 않아요. 우리더러 학교만 마치면 얼른 떠나라고 해요. 여기 대학이 생긴다고 해도 가고 싶지 않아요. 이런 데서 대학 나와 봤자 뭘 해요? 젊은 사람들한테 나가라, 나가라 하는 데예요.”[230쪽, 농촌청소년, 보라, 주희, 수필]

“손가락이 없고 발가락이 없다 뿐 자식을 보고 싶어 하는 마음까지 닳아지고 없을까. 아무려나 나병이 암보다 더 무서울까. 암은 유전될 수 있지만 나병은 그렇지 않거든. 감염만 해도 그래. 아주 극소수야. 그렇지 않고서야 어느 의사, 어느 간호사가 그것도 몇십 년씩 이곳에 붙어 있겠어?”[243쪽, 한센인, 익명]

“전에는 죽으면 재라도 되어 부모 계시는 고향으로 가고 싶었지. 근데 지금은 아냐. 아무리 못된 자식이라도 아들들이 있는 이곳에 묻혀야지 왜 가? 한국 사람한테 시집와서 이쪽에서 육십 년 살아오니 이제 못 하는 말도 없고 심지어 욕도 할 줄 알아. 욕도 할 줄 아는데 이제 뭐가 무섭겠어. 여기가 고향이야.”[262쪽, 일본인 처, 아오키 할머니]

“작년, 재작년보다 경기가 더 안 좋아요. 지금쯤 뺑뺑 돌아가야 하는데. 일감이 떨어지면 먹는 거 줄이고, 아이들 학원비 줄이죠. 지금은 애들 둘 합기도만 보내요. 과외 공부시키는 엄마들도 있지만 한 아이 당 이십여만 원씩이나 하니. 엄마들이 돈을 만지기 때문에, 엄마가 일하는데 따라 아이들이 차이가 확확 나요.”[277쪽, 창신동 미싱사, 최혜주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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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상이최고야 2006-06-01 09: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 책이네요. 아이들과 함께 읽으면 더 빛나겠어요.
 
그래도 희망은 노동운동 우리시대의 논리 2
하종강 지음 / 후마니타스 / 200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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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년이었나, 재작년이었나, 아마 재작년 가을쯤이었나 보다. 우리 노동조합에서 하종강 선생님께  노동교육 강연에 부탁드린 일이 있었다. 이런 강연을 준비하다 보면 강사와 일정을 조정하는 일이 제일 어려운데, (더구나 책에 나와 있는 것처럼 강연을 많이 다니기로 소문난 분이라 걱정도 많았는데) 의외로 쉽게 강연 부탁을 승낙해서 준비하는 실무자로서 얼마나 고마웠는지 모른다.

   강연이 있던 날, 하필이면 비가 줄기차게 쏟아져서 내심 불안했다. 이미 하종강 선생님의 강연이 재미있고 감동적이라는 소문은 났었지만, 이 빗속을 뚫고 얼마나 많은 선생님들이 오실까 걱정이 되었다. 한 분 두 분 오신 선생님들로 강연이 시작될 때는 듬성듬성 빈자리는 있었지만, 그래도 제법 많은 선생님들이 자리를 채우고 앉았다. (새삼, 소문의 위력을 실감했다.)

   하종강 선생님의 강연이 늘 그런지, 아니면 그날따라 비가 와서 더욱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옆 사람에게 나지막하게 말하는 듯한 말투와 구체적인 예를 들어가며 노동조합 활동의 당위성을 설명하는 강연은 스스로를 노동자로 여기고 있는 교사들의 ‘이성’보다는 ‘마음’을 조용히 흔들었다. 강연을 듣는 내내 나는 흐르는 눈물을 주체할 수 없어서 고개를 푹 숙이고 눈가를 훔치다가 나만 그런가 싶어서 뒤를 슬쩍 돌아보았더니 모두들 야단맞는 사람들처럼 의자 깊숙이 얼굴을 묻고(틀림없이 모두들 울고 있었다.) 말없이 강연을 듣고 있었다.

   그 날, 어떤 이야기를 듣고 나는 빗물같은 눈물을 흘렸더라? 또렷하게 기억나지는 않지만 노동자들의 노동 3권은 노동자들의 이기적인 권리지만, 전 세계가 이를 정당한 법으로 보장하고 있다고, 그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고 사례를 통해 구체적인 설명을 들었을 때, 학교에서 노동조합원인 선생님들의 말씀을 듣고, 노동자로 살아가는 제자들에게 부끄럽지 않게 살아가야 하지 않겠느냐고 물었을 때, 강사 자신의 어머니에 대한 고백을 들었을 때는 더 이상 눈물을 훔치는 것도 그만 두고, 눈물이 흐르게 내버려뒀다.

   강연이 끝나고 온 선생님들과 늦은 저녁을 먹으면서 강연에 대한 반응을 듣는데, 이구동성으로 지금처럼 ‘노동조합원’이 자랑스러운 적이 없었다고, 앞으로 더욱 힘내서 ‘노조활동’도 열심히 하겠다고 하셨다. 나도 속으로 그런 다짐을 하기는 마찬가지였다.

   나는 노조원이면서도 노동교육이라는 대체 무엇인지, 그게 왜 필요한지 그 때까지도 전혀 몰랐다. 아니 노동교육은커녕, 왜 교사에게 노조가 필요한지도 사실 잘 모르고 가입한 엉터리 조합원이었다. 당연했다. 누구도 나에게 가르쳐 준 적이 없었으니까 말이다. 그러면서도 어떻게 노동조합에 가입하게 되었을까? 지금 생각해 보면 나는 참 인복(人福)이 많았다는 생각이 든다.

   발령을 받아 첫 직장이었던 고등학교에서 신참 교사인 내가 존경하고 배울 만하다고 느낀 사람들은 모두 노조활동을 하고 있었던 선생님들이었으니까, 좋은 사람들을 따라 자연스럽게 가입하게 되었다. 노조에 가입하고 나서 가끔 힘들 때도 있었지만, 옳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믿음만은 한 번도 흔들리지 않았다.

   노조활동의 방향은 학교를 민주적인 의사결정의 공간으로 만들고, 학교의 부정하고 부패한 관행과 싸우고, 학생들의 인권을 존중하고, 올바른 인성 교육을 위해  구조적인 노력을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현 단계에서는 제대로 된 선생 노릇을 하려면 노조활동은 기본적인 선택이어야 한다고 본다.(물론, 아주 예외적인 존재도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최근에 나온 하종강 씨의 ‘그래도 희망은 노동운동’을 읽는 동안, 비 오던 날의 그 강연이 다시 떠올라 콧등이 시큰했다. 여전히 감성 어린 목소리로 노동조합에 대해, 노동조합 활동에 열성적인 노동자들에 대해, 진한 애정을 숨기지 않는 그의 글은 노동조합이 자신과 아무런 상관이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노동조합 활동에 비판적인 생각을 가진 사람들, 노동조합 활동이 왜 필요하고, 또 중요한지를 미처 알지 못하고 숫자만 채워주는 노동조합원들이 꼭 읽었으면 좋겠다. 

   노동운동에 대한 애정을 고백하는 게 조심스럽고, 심지어 두렵기까지 한 요즘에 ‘그래도 희망은 노동운동’이라고 아름답게 말하며 노동조합 활동에 희망을 건다고 애정을 표현하는 하종강 씨가 못내 고맙고, 또 반갑다. 한 사람의 따뜻한 이야기가 이렇게 여러 사람의 마음을 울려, 세상과 현실을 새롭게 인식하게 할 힘이 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확인하고, 새삼 마음이 훈훈해진다. 그가 전하려는 메시지가 ‘희망’이어서 더욱 그렇다. 

   ‘아, 위로는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더 큰 고통을 당해 본 사람만이 다른 사람의 고통을 위로할 수 있는 것이로구나….’(310쪽) 이 책에서 자신은 거듭 위로할 자격이 없다고 말하지만, 그의 말이 나 같은 얼치기 노동조합원에게는 얼마나 큰 위로와 격려가 되는지 그도 아마 짐작은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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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상이최고야 2006-05-29 10: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뷰를 읽으니 그때 그 강연의 감동이 새록새록 떠오르네요. 요즘처럼 노동운동에 대한 열의가 시들한 때에 '그래도' 희망은 노동운동이기를 또 한번 희망해 봅니다.

느티나무 2006-05-29 10: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같이 들었던가요? ㅋㅋ 그날은 진짜 많이 울었지요. 뿌듯하고 자랑스러움에 어깨도 으쓱했구요. 지금은? 이성으로 비관하되, 의지로 낙관하라~!

waits 2006-05-29 11: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눈물나는 강연, 6월에 부천에 오신대요. 저희 단체도 들으러가기로 했는데... 사 둔 책을 읽고 가도록 노력해야겠네요. 리뷰도 잘 읽었어요..^^

느티나무 2006-05-29 13: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그래요...안 들어보셨으면 꼭 들어보세요. 名不虛傳!

파란-말 2006-06-09 13: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느티나무 님의 글을 읽고 저도 동감임을 밝힙니다. 하종강 님의 강의를 듣고 님 처럼 눈물 흘리지는 않았지만, 제가 무지했음을 깨달았고 부끄러웠습니다. 그의 책이 나오자마자 사서, 지금 굉장히 바쁜 가운데 틈틈이 읽고 있어요. 세상에 대한 분노가 사랑과 다르지 않다는 것을, 어쩌면 사랑을 아는 자만이 진정 분노하는 법도 안다고 생각합니다. 주변에 많이 권하는 책이에요. 항상 건투하시기 바랍니다. ^^

느티나무 2006-06-09 22: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고, 고맙습니다. 이렇게 멋진 글을 남겨주시다니요. 하종강 님의 강연을 들으셨다니 진정 이 책의 진가를 아시리라고 믿습니다. 저도 이 책 좋다고 사람들에게 권하는데요, 저희들이 좀 애쓰면 불가능하다던 10만부도 거뜬히 팔리지 않을까요? ㅋ 거듭 고맙습니다. 좋은 세상엔 좋은 책이 많이 팔리겠지요? ㅋ
 

   올해는 모두 아름다운 아이들, 에서 강사를 섭외해서 세미나 형태의 다양한 모임을 많이 하기로 했는데, 실천을 잘 안 되었다. 무엇보다도 강사를 구하는 게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러다가 이번 6월에 이상석선생님께 이야기를 좀 해 주십사 하고 부탁을 드렸는데, 아마 성사가 될 듯 하다. (이상석선생님은 '사랑으로 매긴 성적표', '못난 것도 힘이 된다1,2'의 저자이며 교육운동가로 지역에서 이름이 높다.)

   예전에 한 번 부탁드렸다가 거절당한 경험이 있어서 못내 조심스럽게 말씀드렸는데, 의외로 쉽게 허락해 주신 터라 고맙다. 전화를 하는 게 더 부담스러워서 메일을 보냈다.

   일단, 이상석 선생님께 보낸 메일


   이상석 선생님, 안녕하세요!

   오늘 날씨, 참 좋지요? 적당한 햇살에다 바람도 살랑살랑! 누군가가 어려운 부탁을 해 온다고 해도 혹해서 다 들어주도록 만드는 날씨입니다. 이 날씨의 힘을 빌어 선생님께 청을 드려봅니다.

   저는 OO고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아이들에게 배우는 느티나무라고 합니다. (낯선 이름이시죠?) 워낙 유명하신 분이라 저는 선생님과의 만남(또는 스침, 거의 보는 수준이었지만)이 선명한 탓에 이런 제 주관적인 심정으로 얼마 전에 염치 없는 부탁도 드렸는데 기억하시는지요?

   한 두어달 전에 대뜸 전화로 북부지역의 학급운영모임, 모두 아름다운 아이들 선생님들께 귀한 말씀을 들려주십사 하는 부탁을 드렸던 적이 있습니다. 선생님께서는 4,5월은 가정방문 때문에 시간을 내기가 힘들다고 하시면서 6월에나 보자고 하셨지요. 사실, 저희들은 어서 4,5월이 끝나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답니다.

   모두 아름다운 아이들은 5년 전에 북부지회를 중심으로 만들어진 학급운영모임입니다. 새내기 선생님부터 8년차까지 비교적 젊은 선생님들 예닐곱명(원래는 15명 정도였으나, 여러가지 사정으로 정기모임에 참여하는 분이 줄었습니다.) 모여서 학교, 학급, 학생에 대해서 진지하고 행복한 자기 성찰을 계속해 가고 있습니다.

   이번 정기 모임이 6월 13일인데, 이때쯤에 선생님을 꼭 뵙고 귀한 말씀을 들을수 있었으면 합니다. 젊은 교사들은 지금 어떤 고민을 하며 학교 생활을 하고 학생들을 만나야 할까요? 하는 주제로 중심으로 해 주셔도 좋고, 다른 주제로 해 주셔도 좋은데... 시간을 비롯한 여러 여건이 어떠신지 몹시 궁금합니다. (장소는 북부지회 사무실(구남역 근처), 시간은 저녁 7시에 시작합니다.)

   같이 근무하고 있는 OOO선생님께 메일 주소를 얻어서 연락드립니다. 답신을 부탁드리겠습니다. 좋은 하루 보내시고, 언제나 멋진 모습으로 지내시기를 빌겠습니다.

 2006년 5월 25일

   학급운영모임 모두 아름다운 아이들의 느티나무(OO고) 드립니다.  

 

* 이상석 선생님은 날짜를 그 근처의 다른 날로 옮기면 더 좋겠고, 굳이 힘들다면 상관 없다고 하셨고, 시작 시간을 조금 당기면 문제 없다는 답신을 보내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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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심히 마음 주다가 상처 받는 거 그거 창피한 거 아니야.

정말로 진심을 다하는 사람은 상처도 많이 받지만 극복도 잘하는 법이야.


- 공지영의《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중에서 -



* 한 영화의 대사처럼 '더 많이 사랑하는 사람이 약자'라 할지라도 마음을 다해 더 많이 사랑하세요.
비록 사랑 후에 남는 것이 상처투성이일지라도 덜 사랑하고 강자로 사는 삶보다는 더 아름답고 후회없는 삶이니까요.

고도원의 아침편지(2006년 05월 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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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티나무 2006-05-22 00: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최근에 아이들과 참 열심히 저 책을 읽었더랬다. 사형제도에 대해서 토론도 해 보고.. 그래도 제 마음에 남는 말은 바로 저 말이지 싶다. 마침, 저 편지를 받을 줄이야!
 

   왜 이렇게 흥이 안 나는 것일까? 그냥, 모든 게 시큰둥한 것처럼 느껴진다. 정말 최근에 가르친 사설시조처럼 '이 내 가슴에 창을 내었다가 하 답답할 때면 열어 보고 싶'다.

   그냥 학교관리자와 그의 하수인들에게서 나는 '짜증'이야 이미 포기한지 오래다.(그냥 내 학교 생활에 간섭이나 하지 말았으면 하는데, 가끔씩 속에서 부글부글 끓을 때가 있다.) 수업시간엔 반응이 좀 더 있었으면 좋겠는데, 이 녀석들은 다들 무엇을 감추고 말갛게 앉아 있는지... 어느 순간 보면 혼자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 같아 문득 놀랜다. 이게 옳은 수업일까? 하는 생각이 끊임 없이 든다.

   독서교환일기장도 세 녀석과 함께 쓰고 있는데, 그것도 잘 챙겨주지 못하고 있다. (시작부터 이러면 안 되는데...) 일기를 쓰듯 차분히 앉아서 생각을 전하고 싶은데, 그냥 전에 써 둔 글이나 뽑아서 붙여주고 만다.

   다른 학교 선생님들과 공부하는 모임도 요즘 잘 안 모여서 좀 힘들다.(이건 어제 다른 페이퍼에 글을 올렸고) 아이들과 함께 하는 학습동아리인 '글밭 나래 우주인'도 녀석들이 시큰둥해 한다. 나는 이런 상황은 힘든데... 나는 무엇이든 대충대충 하는 게 싫다. 따끔하게 충고를 할까, 싶기도 하다만, 녀석들이 어떻게 반응할까 몰라 조심스럽다.

   그래도 좀 희망적인 요소를 찾아보라면, 우리반의 귀여운 녀석들! 아직까지는 올해 담임이 다른 일로 고전(苦戰)하고 있는 상황을 아는지 별다른 말썽도 피우지 않고, 비교적 웃으면서 하루를 보내고 관계도 나쁘지 않은 것 같다.(뭐, 물론 뒤에서야 열심히 욕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오래 전부터 해 온 '공부방'! 거기서 만나고 있는 녀석과도 마음이 조금은 통하는 사이가 되었다. 처음엔 아주 힘든 녀석이라고 알고 마음을 다잡았었는데, 녀석이 조금씩 마음을 열리고 있는 상황이라 조금은 보람을 느낀다.

   기억을 떠올려보니 지난 주도 참 바빴다.

   일요일은 공부방 아이들을 데리고 소풍을 갔고, 월요일은 나를 찾아온 졸업생들과 점심을 먹고, 아내와 영화를 보았다. 화요일에는 글밭 나래 우주인 모임을 했었다. 수요일은 공부방에 갔고, 목요일은 자율학습 감독을 했다. 금요일은 다른 학교 선생님들과 함께 공부를 했고, 토요일인 오늘은 밀양까지 결혼식에 다녀왔다.

   이러니 집에 들어가는 시간이 아주 늦어지고, 조용히 책 읽을 시간이 부족하고(이런 날이 반복되면 슬슬 저기압이 된다.), 몸이 힘들어져서 사는 것도 시큰둥해지는가 보다. (글을 쓰다 보니 기분이 조금은 나아지는군!) 아, 그리고 아직 글로 쓰기는 어렵지만, 집안의 큰 걱정덩어리가 덜컥 생겼다. 당분간은 걱정거리를 안고 살아야 할 듯하다.

   에잇! 우울한 생각은 접고 지금 읽으려던 책이나 다시 읽어야겠다. 지금 읽고 있는 책!-황만근은 이렇게 말했다.(옆자리에 앉아 계신 선생님께서 추천해 주신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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