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이렇게 흥이 안 나는 것일까? 그냥, 모든 게 시큰둥한 것처럼 느껴진다. 정말 최근에 가르친 사설시조처럼 '이 내 가슴에 창을 내었다가 하 답답할 때면 열어 보고 싶'다.

   그냥 학교관리자와 그의 하수인들에게서 나는 '짜증'이야 이미 포기한지 오래다.(그냥 내 학교 생활에 간섭이나 하지 말았으면 하는데, 가끔씩 속에서 부글부글 끓을 때가 있다.) 수업시간엔 반응이 좀 더 있었으면 좋겠는데, 이 녀석들은 다들 무엇을 감추고 말갛게 앉아 있는지... 어느 순간 보면 혼자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 같아 문득 놀랜다. 이게 옳은 수업일까? 하는 생각이 끊임 없이 든다.

   독서교환일기장도 세 녀석과 함께 쓰고 있는데, 그것도 잘 챙겨주지 못하고 있다. (시작부터 이러면 안 되는데...) 일기를 쓰듯 차분히 앉아서 생각을 전하고 싶은데, 그냥 전에 써 둔 글이나 뽑아서 붙여주고 만다.

   다른 학교 선생님들과 공부하는 모임도 요즘 잘 안 모여서 좀 힘들다.(이건 어제 다른 페이퍼에 글을 올렸고) 아이들과 함께 하는 학습동아리인 '글밭 나래 우주인'도 녀석들이 시큰둥해 한다. 나는 이런 상황은 힘든데... 나는 무엇이든 대충대충 하는 게 싫다. 따끔하게 충고를 할까, 싶기도 하다만, 녀석들이 어떻게 반응할까 몰라 조심스럽다.

   그래도 좀 희망적인 요소를 찾아보라면, 우리반의 귀여운 녀석들! 아직까지는 올해 담임이 다른 일로 고전(苦戰)하고 있는 상황을 아는지 별다른 말썽도 피우지 않고, 비교적 웃으면서 하루를 보내고 관계도 나쁘지 않은 것 같다.(뭐, 물론 뒤에서야 열심히 욕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오래 전부터 해 온 '공부방'! 거기서 만나고 있는 녀석과도 마음이 조금은 통하는 사이가 되었다. 처음엔 아주 힘든 녀석이라고 알고 마음을 다잡았었는데, 녀석이 조금씩 마음을 열리고 있는 상황이라 조금은 보람을 느낀다.

   기억을 떠올려보니 지난 주도 참 바빴다.

   일요일은 공부방 아이들을 데리고 소풍을 갔고, 월요일은 나를 찾아온 졸업생들과 점심을 먹고, 아내와 영화를 보았다. 화요일에는 글밭 나래 우주인 모임을 했었다. 수요일은 공부방에 갔고, 목요일은 자율학습 감독을 했다. 금요일은 다른 학교 선생님들과 함께 공부를 했고, 토요일인 오늘은 밀양까지 결혼식에 다녀왔다.

   이러니 집에 들어가는 시간이 아주 늦어지고, 조용히 책 읽을 시간이 부족하고(이런 날이 반복되면 슬슬 저기압이 된다.), 몸이 힘들어져서 사는 것도 시큰둥해지는가 보다. (글을 쓰다 보니 기분이 조금은 나아지는군!) 아, 그리고 아직 글로 쓰기는 어렵지만, 집안의 큰 걱정덩어리가 덜컥 생겼다. 당분간은 걱정거리를 안고 살아야 할 듯하다.

   에잇! 우울한 생각은 접고 지금 읽으려던 책이나 다시 읽어야겠다. 지금 읽고 있는 책!-황만근은 이렇게 말했다.(옆자리에 앉아 계신 선생님께서 추천해 주신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