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희망은 노동운동 우리시대의 논리 2
하종강 지음 / 후마니타스 / 200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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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년이었나, 재작년이었나, 아마 재작년 가을쯤이었나 보다. 우리 노동조합에서 하종강 선생님께  노동교육 강연에 부탁드린 일이 있었다. 이런 강연을 준비하다 보면 강사와 일정을 조정하는 일이 제일 어려운데, (더구나 책에 나와 있는 것처럼 강연을 많이 다니기로 소문난 분이라 걱정도 많았는데) 의외로 쉽게 강연 부탁을 승낙해서 준비하는 실무자로서 얼마나 고마웠는지 모른다.

   강연이 있던 날, 하필이면 비가 줄기차게 쏟아져서 내심 불안했다. 이미 하종강 선생님의 강연이 재미있고 감동적이라는 소문은 났었지만, 이 빗속을 뚫고 얼마나 많은 선생님들이 오실까 걱정이 되었다. 한 분 두 분 오신 선생님들로 강연이 시작될 때는 듬성듬성 빈자리는 있었지만, 그래도 제법 많은 선생님들이 자리를 채우고 앉았다. (새삼, 소문의 위력을 실감했다.)

   하종강 선생님의 강연이 늘 그런지, 아니면 그날따라 비가 와서 더욱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옆 사람에게 나지막하게 말하는 듯한 말투와 구체적인 예를 들어가며 노동조합 활동의 당위성을 설명하는 강연은 스스로를 노동자로 여기고 있는 교사들의 ‘이성’보다는 ‘마음’을 조용히 흔들었다. 강연을 듣는 내내 나는 흐르는 눈물을 주체할 수 없어서 고개를 푹 숙이고 눈가를 훔치다가 나만 그런가 싶어서 뒤를 슬쩍 돌아보았더니 모두들 야단맞는 사람들처럼 의자 깊숙이 얼굴을 묻고(틀림없이 모두들 울고 있었다.) 말없이 강연을 듣고 있었다.

   그 날, 어떤 이야기를 듣고 나는 빗물같은 눈물을 흘렸더라? 또렷하게 기억나지는 않지만 노동자들의 노동 3권은 노동자들의 이기적인 권리지만, 전 세계가 이를 정당한 법으로 보장하고 있다고, 그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고 사례를 통해 구체적인 설명을 들었을 때, 학교에서 노동조합원인 선생님들의 말씀을 듣고, 노동자로 살아가는 제자들에게 부끄럽지 않게 살아가야 하지 않겠느냐고 물었을 때, 강사 자신의 어머니에 대한 고백을 들었을 때는 더 이상 눈물을 훔치는 것도 그만 두고, 눈물이 흐르게 내버려뒀다.

   강연이 끝나고 온 선생님들과 늦은 저녁을 먹으면서 강연에 대한 반응을 듣는데, 이구동성으로 지금처럼 ‘노동조합원’이 자랑스러운 적이 없었다고, 앞으로 더욱 힘내서 ‘노조활동’도 열심히 하겠다고 하셨다. 나도 속으로 그런 다짐을 하기는 마찬가지였다.

   나는 노조원이면서도 노동교육이라는 대체 무엇인지, 그게 왜 필요한지 그 때까지도 전혀 몰랐다. 아니 노동교육은커녕, 왜 교사에게 노조가 필요한지도 사실 잘 모르고 가입한 엉터리 조합원이었다. 당연했다. 누구도 나에게 가르쳐 준 적이 없었으니까 말이다. 그러면서도 어떻게 노동조합에 가입하게 되었을까? 지금 생각해 보면 나는 참 인복(人福)이 많았다는 생각이 든다.

   발령을 받아 첫 직장이었던 고등학교에서 신참 교사인 내가 존경하고 배울 만하다고 느낀 사람들은 모두 노조활동을 하고 있었던 선생님들이었으니까, 좋은 사람들을 따라 자연스럽게 가입하게 되었다. 노조에 가입하고 나서 가끔 힘들 때도 있었지만, 옳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믿음만은 한 번도 흔들리지 않았다.

   노조활동의 방향은 학교를 민주적인 의사결정의 공간으로 만들고, 학교의 부정하고 부패한 관행과 싸우고, 학생들의 인권을 존중하고, 올바른 인성 교육을 위해  구조적인 노력을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현 단계에서는 제대로 된 선생 노릇을 하려면 노조활동은 기본적인 선택이어야 한다고 본다.(물론, 아주 예외적인 존재도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최근에 나온 하종강 씨의 ‘그래도 희망은 노동운동’을 읽는 동안, 비 오던 날의 그 강연이 다시 떠올라 콧등이 시큰했다. 여전히 감성 어린 목소리로 노동조합에 대해, 노동조합 활동에 열성적인 노동자들에 대해, 진한 애정을 숨기지 않는 그의 글은 노동조합이 자신과 아무런 상관이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노동조합 활동에 비판적인 생각을 가진 사람들, 노동조합 활동이 왜 필요하고, 또 중요한지를 미처 알지 못하고 숫자만 채워주는 노동조합원들이 꼭 읽었으면 좋겠다. 

   노동운동에 대한 애정을 고백하는 게 조심스럽고, 심지어 두렵기까지 한 요즘에 ‘그래도 희망은 노동운동’이라고 아름답게 말하며 노동조합 활동에 희망을 건다고 애정을 표현하는 하종강 씨가 못내 고맙고, 또 반갑다. 한 사람의 따뜻한 이야기가 이렇게 여러 사람의 마음을 울려, 세상과 현실을 새롭게 인식하게 할 힘이 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확인하고, 새삼 마음이 훈훈해진다. 그가 전하려는 메시지가 ‘희망’이어서 더욱 그렇다. 

   ‘아, 위로는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더 큰 고통을 당해 본 사람만이 다른 사람의 고통을 위로할 수 있는 것이로구나….’(310쪽) 이 책에서 자신은 거듭 위로할 자격이 없다고 말하지만, 그의 말이 나 같은 얼치기 노동조합원에게는 얼마나 큰 위로와 격려가 되는지 그도 아마 짐작은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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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상이최고야 2006-05-29 10: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뷰를 읽으니 그때 그 강연의 감동이 새록새록 떠오르네요. 요즘처럼 노동운동에 대한 열의가 시들한 때에 '그래도' 희망은 노동운동이기를 또 한번 희망해 봅니다.

느티나무 2006-05-29 10: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같이 들었던가요? ㅋㅋ 그날은 진짜 많이 울었지요. 뿌듯하고 자랑스러움에 어깨도 으쓱했구요. 지금은? 이성으로 비관하되, 의지로 낙관하라~!

waits 2006-05-29 11: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눈물나는 강연, 6월에 부천에 오신대요. 저희 단체도 들으러가기로 했는데... 사 둔 책을 읽고 가도록 노력해야겠네요. 리뷰도 잘 읽었어요..^^

느티나무 2006-05-29 13: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그래요...안 들어보셨으면 꼭 들어보세요. 名不虛傳!

파란-말 2006-06-09 13: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느티나무 님의 글을 읽고 저도 동감임을 밝힙니다. 하종강 님의 강의를 듣고 님 처럼 눈물 흘리지는 않았지만, 제가 무지했음을 깨달았고 부끄러웠습니다. 그의 책이 나오자마자 사서, 지금 굉장히 바쁜 가운데 틈틈이 읽고 있어요. 세상에 대한 분노가 사랑과 다르지 않다는 것을, 어쩌면 사랑을 아는 자만이 진정 분노하는 법도 안다고 생각합니다. 주변에 많이 권하는 책이에요. 항상 건투하시기 바랍니다. ^^

느티나무 2006-06-09 22: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고, 고맙습니다. 이렇게 멋진 글을 남겨주시다니요. 하종강 님의 강연을 들으셨다니 진정 이 책의 진가를 아시리라고 믿습니다. 저도 이 책 좋다고 사람들에게 권하는데요, 저희들이 좀 애쓰면 불가능하다던 10만부도 거뜬히 팔리지 않을까요? ㅋ 거듭 고맙습니다. 좋은 세상엔 좋은 책이 많이 팔리겠지요?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