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풍이었을까, 찻잔 속의 태풍이었을까? 지금은 모든 것이 평온한 일상이다. 이런 걸 보면 우리는 축구를 좋아한 것이 아니라, 어딘가에 몰입하는  '우리'를 좋아한 것은 아니었을까? 축구팬들에게는 안타깝지만 사람들의 관심은 축구가 아니었다.

   내일까지 학기말 시험인 덕에 좀 여유가 있다. 수행평가 채점은 입력했고, 지필평가는 컴퓨터 채점이니 오류는 없을 테고... 최종 성적 확인과 우리반 녀석들의 성적통지표에 담은 의견란만 정리하면 될 것 같다. 그런데, 변수 한 가지! 교육청에 학습동아리 활동 정리 보고서를 내야한다. 그것도 오늘 오전에 공문이 전달되었는데, 내일까지 메일로 보내라니? 좀 어처구니가 없다. 또 있네! 모두아름다운아이들, 모임이 있으니 1학기 학교/학급/수업 활동을 정리해 가야 한다.

   아, 그러고 보니 할 일이 많다. 내가 뭘 하려고 이 페이퍼를 썼더라? 흠, 6월에 읽은 책 정리하려고 그랬는데... 괜히 딴소리만 늘어놓았네! 그럼 지금부터 시작해 볼까...

 

 

 

 

 

 

 

 

 

  • 살에게 말을 걸어봐 - 건강한 살빼기? 아니, 자기 몸을 사랑하기! 한의사 선생님이 쓴 책인데, 반쯤 읽다 보니 아직은 내 몸에 관심이 덜한 지라 다음에 읽으려고 뒤로 살짝 미뤘다.
  • 처음 그 설렘으로 아이들을 만나고 싶다 - 최근에 안타까운 학생 때문에 걱정이 많았을 때 이 책을 읽으면서 한 번 더 다짐했다. 처음 그 설렘으로 아이들을 만나고 싶다고! 세상의 모든 교사들이 책상 위에 올려놓고 읽었으면 하는 책이다.
  • 글쓰기의 즐거움 - 경쾌하게 질주하는 글쓰기가 매력적인 저자! 덕분에 고리타분한 글쓰기의 원칙 같은 거 말고, 실전에 써 먹을 수 있는 글쓰기 방법을 배운 것 같다.
  • 나는 날개를 달아줄 수 없다 - 이질감이 느껴지던 사투리가 책의 후반부로 갈수록 입에 착착 달라붙는 게 아주 맛깔스러웠다. 표제작은 교사로 살면서 두고두고 음미해 볼 만한 상황이라... 재밌는 소설집이었다.
  • 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 - 오늘까지 한창 열독중인책. 빡신 책이다. 그래도 읽고 나면 현상 너머에 있는 그 무엇인가를 발견하게 될 것 같은 기분이다.
  • 거미 - 아이들에게 읽히고 싶은 시집. 가난함에 대해서 말할 때 이야기하고 싶은 책이다.
  • 토종닭 연구소 - 유머가 무엇인가를 다시 생각해 보게 되었다. 책날개에 유머가 돋보이는 책이라는 해설을 보고 집었는데, 내가 아는 유머는 없던데? 내가 아는 그 유머가 아닌가?
  • 원미동 사람들 - 원미동 사람들을 읽는 동안은 마치 원미동에 살면서 그 곳 사람들이 늘 만나 얼굴 맞대고 이야기하는 사람들처럼 느껴졌다.  누가 뭐래도 소설엔 이런 맛이 있어야 하는 거 아닐까?
  • 봄비 내리는 날 - 예전에  읽었는데, 지금은 어딜 갔는지... 어느 날 문득 생각이 나서 책장을 다 뒤져도 나오지 않길래 새로 사서 읽은 책이다. 다시 한 번 읽은 걸 후회하지 않는 책이다. 가난에 대해, 아버지에 대해, 노동에 대해 생각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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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레방아처럼 울어본 적이 있나


성장에는 고통이 뒤따른다는 사실이,
인간이 성숙해지기 위해서는 필히 물레방아처럼
많은 눈물이 필요하다는 것이 내게는 여전히 달갑지 않지만
이제는 볼멘소리로 그냥, 예, 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가끔 저 자신에게 묻기도 합니다.
정말 그렇게 울어보았나,
정말 물레방아처럼 온몸으로 울어 보았나,
설사 그것이 고귀한 것이 아니라
그저 나 자신의 이기심을 위해서라 하더라도
그렇게 온 몸으로... 온 몸으로....

- 공지영의 《빗방울처럼 나는 혼자였다》 중에서 -


* 우리가 성장하고 성숙하려면 고통이 뒤따른다는 것은 누구나 인정합니다.
   그러나 실제로 자신이 그렇게 울어본 적이 있었나, 고통을 이겨본 적이 있었나 생각해 봅니다.
   한번쯤은 나도 그렇게, 내 몸을 던져보고 싶습니다. 물레방아처럼 온몸으로 울어보고 싶습니다.

*고도원의 아침편지(2006년 6월 2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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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티나무 2006-06-27 00: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온 몸으로 울어 본 적... 언제였더라? 가만히 기억을 더듬어 세월을 거슬러 올라가 보는, 깊은 밤이다. 쉬이 잠이 오려나?
 

   한 여름은 아니라 그랬는지 계곡물에 발을 담그니 시리다. 낯선 침입자를 본 물 속의 피래미들이 슬금슬금 눈치를 보는 것 같다. 나는 시끄러운 물줄기를 관객 삼아 혼자서 노래를 불렀다. 노래방보다 훨씬 좋다. 그래도 요즘은 예전만큼 노래가 잘 안 나온다. 

   다른 사람들도 저마다 하고 싶은 일을 하느라 바빠 보이는 게 더 좋았다. 선생님들이 주는 막걸리를 세 잔 마셨더니 얼굴이 빨갰다. 알고 보면 다 좋은 사람들...

   내원사 노전암 계곡의 물소리가 더  없이 정겨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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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제가 힘들었던 것은, 시험을 코 앞에 두고 진도를 다 나가지 못해 보강까지 합쳐서 수업을 일곱 시간이나 이어 한 것 때문에, 그게 끝나고 저녁 9시까지 야자감독을 한 것 때문에, 토요일에 지리산으로 가려던 계획이 없었던 일이 되었기 때문에 그런 건 아니었다.

   지난 화요일에 도서실을 청소하는 몇 녀석(도서부 학생들이다.)이 내게 와서 월요일 청소시간에 황당한 일을 당했다며 하소연아닌 하소연을 했다. 녀석들의 이야기는, 청소시간에 어느 반의 여학생들이 도서실에 함부로 들어와 서가의 책도 뒤적이고, 컴퓨터도 함부로 사용해서 '안 된다'고 했더니, 뭐라고 욕을 하면서 나갔다고 한다. 여기까지는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한다.

   문제는 그 다음부터! 갑자기 '딸그락' 거리는 소리가 나더니, 누가 도서실 문을 밖에서 잠궈버렸다는 것이다. 자물쇠를 채운 것은 아니지만, 미딛이 문을 열지 못하게 못을 꽂아 넣으면 안에서는 문을 열 수 없다. 그래서 가슴까지 오는 창문을 뛰어넘어가 밖으로 나와 수업에 들어갔다는 것이다.

   아이들과 이야기하면서 왜 그렇게 바보 같이 당하냐고 야단 좀 치고, 내가 가서 이야기를 할까, 아니면 너희들이 가서 이야기를 해 볼래?를 물었더니 다들 순둥이들인지라 이번엔 그냥 넘어가고요, 다음에 또 그러면 다시 이야기해 보지요,라고 했다. 그런데, 수요일 청소시간에 누군가가 문을 잠꿨다고 한다. 너무 어이가 없었다.

   금요일 7교시 보충수업시간이 문제의 그 여학생들이 있는 반 수업이었다. 어쩔까 싶은데, 앞에 걸어가는 무리들이 보였다. 앞에 가는 녀석들을 불러 세웠다. 청소시간에 도서실에 간 적 있냐고 물으니까 당돌하게도 없단다. 어라? 얼마 전에 도서실에 가서 책도 꺼내고 컴퓨터도 사용한 적 없냐니까 최근에는 없다고 한다. 월요일에 도서실에 가서 컴퓨터 쓰고 나오다가 문 잠그고 간 적 없냐니까, 월요일이 아니란다.

   이래저래 목소리는 점점 커졌고, 조금만 불리하다 싶으면 그런 적 없다고 우기는 녀석들이 기가 차서 화가 났다. 나중에는 오히려 그런 얘기를 샘한테 하는 도서부 아이들이 치사하다면서 오히려 내게 화를 낸다. 난 기가 차서 말투도 떨려 나왔다. 마냥 그러고 있을 수 없어서 교무실 앞에 서 있으라고 했더니 저희들끼리 궁시렁거리고 입이 삐쭉 나왔다. (이런 때는 속이 끓는다.)

   수업을 마치고 다시 얘기를 해 보려고 내려가서 한 명씩 불렀다. 한 명은 자기가 무슨 일을 했는지 전혀 모르고, 나중에는 문을 잠근 것도 잘못하지 않았다고, 도서부 아이들이 먼저 자기를 짜증나게 했기 때문에 '복수'해 준거라고, 그래서 정당하다고 했다. 그것도 실실 웃으면서 그랬다. 다른 한 명도 자기는 전혀 잘못한 일이 없고, 문을 잠그는 것도 못 봤고, 그런 이야기를 선생님께 이르는 도서부아이들이 나쁘단다. 휴! 정말, 속터져 죽는 줄 알았다.

   기분이 나쁘다고 안에 사람이 있는 줄 알면서도 문을 잠그다니?[사실, 청소시간에 도서실에 가는 것부터가 잘못된 일 아닌가, 도서부 아이들이 나가달라고 하면 그냥 나가야 되는 거 아닌가, 그래놓고 자기 기분만 생각하다니] 누워서 침뱉기인 줄은 알지만, 요즘 아이들 참 무섭다는 생각이 들었다.[진짜 영화에나 나올 법한 모 '공고'의 특별학급을 3년 내리 담임하던 그 때도 한 번도 아이들이 무섭다는 생각은 안 들었는데...] 생각이 너무 혼란스러워서 그만 보내버렸다. 너희들이 참 무섭다면서...

   이젠,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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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콩 2006-06-24 19: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처음 학교를 옮겼던 그 해, 그때도 지금처럼 6월쯤이었나 봐요. 수업 중에 옆으로 잠시 새서 물건 줍는 이야기를 하고 있었는데 얼굴도 잊혀지지 않는 '그 아이'가 복도에서 봉투를 줏어봤다는 거예요. 반 아이들이 다 듣고 있는 가운데 그 아이의 입에서 나온 고백 아닌 고백은 실로 무서운 것이었답니다.
"봉투에요.. 음...공납금 용지랑... 돈도 많던데요.."
"우쨌는데?"
"예? 다 썼어요."
너무나 당연하다는 듯이 그렇게 말하는 그 아이에게 저는 그만 할 말을 잊었답니다. 학교 복도에서 줏었다는, 어떤 아이의 피 말리는 공납금일지도 모르는 그 돈을, 마음만 먹으면 금새 주인 찾아줄 수도 있을 그 돈을 '다 써버렸노라'고 부끄러운 빛 하나없이 교사와 반 아이들이 다 듣는 가운데 당당하게 이야기하는 그 아이에게 제가 들이 댈 도덕적인 잣대 따위는 생각나지 않았어요. 속이 끓고 하늘이 노래지는 느낌외에는.

스스로에게 부끄럽고 그 아이가 왠지 무서워서 아무에게도 말 못하고 있었다지요. 녀석과 이야기할 타이밍을 한참이나 놓치고 난 후에야 겨우 이 경험을 다른 샘들께 이야기할 수 있었는데, 대부분 샘들이 제가 잘못한 것이라 하시더군요. 불러서 이야기해야했다고.

제가 그때 왜 그랬을까요? 그런 상황이 다시 온다해도 저는 그런 아이를 불러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할 용기를 내지 못 할 것 같아요. 아이의 '영혼'을 들여다 보고 '확인'까지 하는 것이 두렵고 제 스스로 감당할 수 없는 상처가 될 것 같거든요.

저는 그때 그 녀석들 포기했던 걸까요? 그럼 제가 잘못한 것이지요?

좀 다른 이야기지만 님의 '아픔'을 읽으면서 갑자기 그때 생각이 났어요. 아마 평생 잊지 못하겠지요. 부모님이 뭔가 사주기로 약속 했기때문에 성적을 꼭~ 올려야한다는.. 그 아이... 지금쯤 '대학생'이 되어있을까요? 잘 살고 있다고 해도 걱정이고 잘못 살고 있다고 해도 걱정인... 그저 걱정이 되는...

어쩌면 우리 생각과는 많이 다를지도 모르는 아이들... 어쩌면 좋을까요? 어떻게 하죠?

2006-06-24 19: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느티나무 2006-06-24 20: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누구에게나 자기가 경험하거나 자신에게 닥친 문제가 중요한 일일 수 있겠지요. 그래서 조심스럽게 하는 말인데, 차라리 그 경우라면 나았겠어요. 근데요, 이거는 자기가 화난다고-화낼 상황도 아닌데- 사람을 가둔 거잖아요. 수사가 아니라, 진짜 무서워요. 제가 밤에 무슨 일 당할까봐서요. 그 녀석들, 태연히 그럴 수 있겠단 생각이 들더라구요.
제가 지친 걸까요? 조심스럽게, 아뇨~! 이런 걸 두고 포기한 거냐고 묻는다면, 두려워서 어찌할 줄을 모르겠노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두려운데 어떻게 할 수 있을까요?
 

   올해 내 옆자리에 앉으시는 정OO 선생님은 전에 같이 근무해 본 적이 있다. 나랑 생각도 맞고, 여러가지로 배울 점이 많아서 참 좋다. 최근에는 가족들과 산에 다니신다는 얘기를 자주 듣는다. 월요일엔 주말에 다녀오신 산에서 나물 뜯은 이야기를 꼭 해 주신다.

   나도 산에 가고 싶어졌다. 당장 김OO선생님께 연락했다. 토요일에 지리산에 가지 않겠냐고? 별다른 일이 없으니 가겠다고 했다. 내 친구 장OO에게 전화를 했다. 주말에 별일 없으면 지리산에 가자고! 장OO는 갈 수 있을 듯 한데 아내의 결재를 맡고 연락해 준단다. 나는 화요일까지는 꼭 연락을 달라고 했다. 집에 와서 열심히 지리산에 대한 책을 뒤적이며 산행 계획을 세웠다. 그날부터 일기 예보는 주말의 장마비를 경고하고 있다. 그래도 나는 금요일쯤에는 비가 그칠 것이라고 굳게 믿고 있다.

   수요일에도 문자를 보냈으나, 답신이 없어서 오늘 오후에 장OO에게 전화를 했다. 갈 수 있는지를 다시 물었으나, 휴일인 토요일에 모처럼 한 번 쉬고 싶다고 한다. 나는 별/일/ 아/니/라/는 듯이, 아주 쿨하게 전화를 끊어 주었다. 그리고는 같이 가기로 한 김OO선생님께 갈 수 있는지를 확인하는 문자를 보냈으나 아직 답이 없다.(참고로 최근 몇 년 동안은 우리 셋은 잘 어울려서 여행을 다녔다. 물론 장OO과 내가 결혼하기 전의 일이지만...)

   과연 나는 이번 주말에 지리산을 거닐 수 있을까? 구상나무 숲으로 가득한 세석평원을 걷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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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티나무 2006-06-23 11: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방금, 김OO 샘한테서 연락이 왔다. 비도 오고, 새벽에 축구도 봐야 하고, 좀 곤란하다고 하신다. 이번에도 나는 역시나 쿨하게 전화를 끊어 주었다.